우리 사회 약자 중의 약자인 이주노동자가 코로나19 때문에 겹고통을 겪고 있다. 자영업 제조업 등 이들의 주요 일터가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자 그 충격이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어서다. 경영난을 이유로 해고나 휴직을 당해도 실업수당같은 사회안전망은 꿈도 못꾼다. 돌아봐야할 취약계층이 곳곳에 있지만 이주노동자에 대한 사회·경제적 차별과 배제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달라는 목소리가 높다.

이주노동자들은 코로나 발생 초기부터 우선 정보에서 소외됐다. 확진자 동선 등을 알려주는 재난문자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것이다. 자격이 없어 공적 마스크 구입에도 제약이 따랐다. 전국민이 수령한 재난지원금 대상에서는 빠졌다. 편히 이용하던 민간 무료진료소는 문을 닫았고 부산의료원마저 코로나 병동으로 바뀌었다. 국내 취업을 위해 입국하는 외국인은 2주간의 자가격리기간을 거쳐야 하지만 지켜지지 않는 일이 잦다. 비용 부담 때문에 본인도 업주도 꺼리기 때문이다.

부산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5만 명 가깝다. 이중 1만 명이 넘는 단순 기능인력 취업자의 입국 동기는 돈을 벌겠다는 본인의 자발적 의지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싼값에 노동력을 이용하려는 우리 사회의 필요도 그에 못지 않다. 자신들이 번 소득에 대한 세금을 내고 국내에서 소비활동도 하는데 그에 상응하는 의료 복지 행정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건 문제다. 무엇보다 감염병 사태가 터지면 이들의 건강이 곧 지역사회의 건강임에도 종종 이런 사실이 간과된다.

어떤 기업은 외국인 노동인력을 못 구해 발을 동동 구르는가 하면 어떤 곳은 어렵사리 확보한 노동자를 제대로 대접하지 않는, 상반된 현상이 공존한다. 이제는 이주노동자를 건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성숙한 의식을 가질 때다. 국회에 계류된 차별금지법을 시작으로 인권 보호와 사회보장체계 구축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부산시나 노동청 등 관할 관청도 사업장의 근로여건 등을 보다 세심하게 관찰감독해야 한다. 어차피 다문화사회로 접어든 이상 외국인 유입은 인구 절벽에서 벗어날 계기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