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코로나19가 확산일로에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또다시 격상됐고 이에 따른 방역당국의 고충과 인력 부족은 심각한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전공의 파업까지 겹쳐 걱정은 더욱 커졌고, 여차하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진입도 불가피하다는 참담한 뉴스도 나온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로 진입하면 사회 전반이 정상적인 동력을 잃고 극소수를 제외한 모든 국민이 깊은 시름에 빠져 국가 전체가 위기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밝고 아름답게만 살 수 없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숙명이다. 코로나19처럼 전염병이 창궐하거나, 태풍 홍수 산사태 지진 폭우 붕괴 침수 산불, 해일이나 범람 같은 물난리 등 온갖 재난은 예고 없이 우리 앞에 닥칠 수 있다. 지금의 제반 여건이나 기존 시스템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

지금도 방역당국과 의사들이 있고, 소방대가 있고, 각종 재난이 터지면 인명 구조, 피해 복구, 구호품 제공, 청소 지원 등 각종 사회단체의 봉사활동과 지원이 이어진다. 하지만 우리가 겪는 재난의 규모에 비하면 이러한 제반 봉사활동이나 지원은 크게 미흡하고 미미한 것이 현실이다. 선진국은 어떠한가? 어릴 때부터 학교 교육을 통해 재난에 대비한 적극적인 행동을 배운다. 산불이 나거나 산사태 폭풍 폭우 지진 해일 등 재난에 대비해 피해 당사자로서 또는 적극적인 봉사자로서 해야 될 일을 익히는 교육을 평소 철저하게 시행한다.

왜냐하면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구하고, 위기에 빠진 우리 가족이나 이웃을 돕는 일이기에 재난에 대비한 행동강령을 열심히 배운다. 그러나 우리나라 상황은 어떤가? 학생 본인, 학부형, 교육 당사자들까지 성적과 순위에만 사로잡혀 인성교육, 전인교육은 꿈꾸기 어렵고 재난에 대비하는 안전교육과 자원봉사의 가치를 느끼는 교육도 제대로 하기 힘든 서글픈 현실이다.

동양의 진주라 불리는 싱가포르는 오래전에는 무질서하고, 쓰레기로 뒤덮인 무법천지였다. 그러나 리콴유 총리가 취임한 이후 제반 법규 위반 행위에 대해 가혹하다고 할 만큼 강력한 처벌을 포함한 강한 정책을 줄기차게 밀어붙인 결과 오랜 세월을 통해 국민의 의식이 바뀌고, 규범과 행동이 몸에 배고, 자연스럽게 습관화되어 세계에서 가장 깨끗하고 질서정연한 도시국가가 되었다.

지금도 늦지 않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듯 초등학교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인성교육·전인교육을 강화하고 재난에 대비한 구호활동과 자원봉사활동을 체계적으로 가르쳐 배우고 익히게 하자. 각자의 몸에 배어서 습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각종 재난에 대한 합리적이고도 효율적인 매뉴얼을 만들어 재난에 대응하는 대책·구호·봉사활동에서 명확하고 확고한 행동강령이자 지침서가 될 수 있게 하자.

교육 당국에 진심으로 건의하고 호소한다. 인성교육, 전인교육, 재난대비 교육, 자원봉사교육은 일찍부터 중요한 비중으로 시행해 몸에 배이도록 해야 한다. 국가의 백 년 토대를 위해서라도 교육체계를 조금만 바꾸면 되리라 생각한다. 자녀의 장래를 생각하여 성적과 순위에 올인하는 학부모님들의 지극 정성을 매도하고자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지금은 다소 더딘 것 같아도 긴 인생에서 보면 이것이 바람직하고 유용하다는 이해와 설득은 교육 당국자 여러분의 몫일 것이다. 이제는 함께 더 나은 길로 가보자. 한민족은 자질이 훌륭하며, 지금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자리에 서 있다. 그럼에도 아직 불식되지 않는 개인과 집단 이기주의, 계층 간 갈등, 지역 간 갈등, 극단적인 분쟁 등이 우리의 전진을 더디게 한다.

중진국 대열에서 벗어나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기 시작한 중차대한 시기다. 우리 청소년이 호연지기를 기르고, 공부는 물론 재난에 더욱 적극적이고 효율적으로 대비하며, 어려운 이웃을 위해 자원봉사와 구호 활동에 기꺼이 참여하는 멋진 사회인이 되도록 멀리 내다보는 교육을 하자. 그렇게 하는 것이 미래세대의 삶에 도움도 주고, 더불어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참교육이 될 것이다.

부산자원봉사포럼 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