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됐다. 항만 방역의 역량 부족으로 지역사회 감염 우려를 남기더니 방역수칙을 어긴 특정 집단으로 인해 코로나19가 재유행을 맞게 됐다. 감염병 발화점이 된 집단에 대한 분노가 사회적으로 증가하는 지금, 타오르는 분노 못지않게 앞으로 펼쳐질 일에 관한 우려도 크다. 그 까닭은 지역사회에서 수년간 외쳐온 공공의료의 강화를 이 엄중한 코로나 시국에서도 부산시가 외면한 현실에 있다.
먼저, 감염병 치료를 위한 입원 및 중환자 병상 운용과 필수 진료체계 유지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 K-방역이라 일컬어질 만큼 방역 모범국이 됐지만, 강력한 역학조사에 뒤따라야 할 입원 및 중환자병상 대비가 미흡하다. 인구 240만 도시 대구가 겨우 50병상 안팎 수준으로 중환자병상을 운용해 문제가 발생했는데, 인구 350만 도시 부산은 현재 중환자병상 50개를 운용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
또한, 기존 환자들이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에 이르는 일이 없도록 코로나19를 제외한 다른 분야의 필수 진료가 유지돼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초과사망자가 증가하는 상황에 유사 증상이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응급실을 닫거나 진료를 거부하는 행위가 더는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특히 최근 폭염으로 증가하는 온열질환자로 인해 민간병원에서 부산의료원으로 환자를 보내는 일이 느는데 진료체계에 위협이 되며 간과해선 안될 일이다. 코로나19는 고연령층에서 높은 치명율을 보인다. 부산은 고령인구가 많은 도시다. 입원 및 중환자 병상, 필수진료체계 유지를 위한 역량을 준비하지 못한 것이 잔인한 결과를 낳을까 우려스럽다.
또 하나는 반복될 의료안전망 붕괴다. 지난 2월 21일 부산의료원이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전환하면서 의료 공백 문제가 발생했다. 부산의료원밖에 이용할 수 없는 취약계층에게는 병원이 사라졌고 퇴원 후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 부산의료원이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재전환할 경우 이런 의료 공백은 되풀이될 상황에 놓여있다. 지금이라도 대체 의료기관을 지정해 의료 공백을 해소해야 한다.
부산시는 향후 생활치료센터와 병상 운용계획, 중환자 치료 계획 등을 철저하게 수립하고,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시민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또한 역학조사 역량을 꾸준히 강화하고 공공의료 전담부서를 신설해 컨트롤타워를 강화해야 한다. 공약이었던 시민건강재단 설립을 통해 공공의료가 하루빨리 손에 닿도록 거리를 좁혀야 한다.
그리고 서부산의료원 설립과 침례병원 공공병원화(동부산의료원)를 거침없이 추진해야 한다. 최대 걸림돌로 예상되던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는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국회에 조속한 법 개정을 촉구하고, 건강보험 수가 중심의 공공병원 운영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에 강력히 요청해야 한다. 지방재정으로, 지방정부의 책임으로만 공공병원을 운영할 수 없다. 설립 권한은 중앙에 있고 책임과 부담은 지방에 있는 구조를 타파해야 한다. 구조를 못 바꾸면 지역 간 의료 격차는 커지고 공공병원 적자 논란도 끊을 수 없다.
부산의료원만으로 코로나19 재난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 부산 시민은 아무도 없다. 병상, 훈련된 의료진, 감염병관리기관, 공공병원 설립 등 대안을 모색하고,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 오랜 기간 지역사회에서 외쳐온 말들이다. 부산시가 모를 리 없다. 언제까지 시민의 방역수칙 준수만 요구할 텐가? 정말 이대로 코로나19를 넘을 수 있다는 생각인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늦은 후회조차 하지 못한 부산의 공공의료 현실이 참담하다.
사회복지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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