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20대는 1990년대였다. 군대 시절 성수대교가 무너졌고, 졸업을 앞둔 1997년 IMF 외환위기가 찾아왔다. 1998년엔 삼성전자 주가가 3만원 대에서 움직였던 것으로 기억한다(2018년, 50 대 1 액면분할을 했으니, 현 주가로는 700원 정도다). 2000년대 들면서는 인터넷이 대두하며 한국은 물론 세계가 IT 이야기로 가득했다.
요즘도 종종 언급되는 ‘바이 코리아(buy Korea)’가 그때 이야기다. 1999년 1월 550포인트였던 코스피는 2000년 1월 1066포인트까지 폭등했다. 1년 만에 5배, 8배 이상 잭팟이 터지는 종목도 많았다. 하지만 버블은 순식간에 터졌다. 그 유명한 ’닷컴버블‘이다. 2000년 1월부터 증시가 곤두박칠쳤고, 그해 12월 코스피는 다시 480포인트대로 내려앉았다. 한여름 밤의 꿈이었다.
2003년 4월 500포인트에서 움직이던 코스피는 ‘적립식 펀드’ 열풍에 2005년 1000포인트 돌파, 2007년 10월엔 2000포인트를 그대로 돌파해버렸다. 너도 나도 주식형 펀드에 뛰어들었다. “펀드 기본 수익이 30%”라는 말이 돌던 때였다. 그렇게 2008년이 찾아왔고 2008년 말,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세계금융위기가 터졌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소식에 코스피는 1000포인트가 깨지고 892포인트까지 대폭락했다. 이후 나는 10년 넘는 기자 생활을 마치고 시장으로 뛰어들었다. 신문사를 떠나는데 한 후배가 그랬다.
“선배는 코스피가 400에서 2000포인트 되는 걸 보고, 그 2000이 다시 900포인트까지 떨어지는 걸 다 보고 떠나네요.”
이명박 정부는 부동산을 억누르고 시중 자금을 모두 증시로 돌렸다. 2011년 초까지 국내 증시는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주식을 앞세워 2200포인트까지 수직 상승했다. 그런데 당시 코스피의 실적과 성장성이 대단했느냐 하면 그건 아니었다. 하지만 유동성은 유입됐고 주가는 올랐다. 승승장구하던 주가는 2011년 여름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유럽 재정위기로 그대로 1650으로 급락했다.
이후 4년 넘는 ‘박스권’이 지루하게 계속됐다. 일명 ‘박스피(박스권+코스피)’ 장세다. 떨어지면 1850, 올라도 2050, 똑딱거리는 주가에 투자자는 지쳤고, 주식은 찬밥이 됐으며, 증권사에선 대규모 구조조정이 일어났다. 이걸 역전시킨 건 트럼프였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함께 2017년 증시는 급등했고 삼성전자는 300만 원(현 주가 6만 원)이 넘었다. 코스피는 박스권을 탈출해 2600포인트까지 치솟았다. 사상 최대 경기부양을 외친 트럼프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트럼프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압박해 금리 인상을 막았고, ‘약달러’ 정책으로 시중에 유동성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이게 전부였다. 2018년 시작된 미중 무역분쟁과 코로나 19로 코스피는 하락했고 올 3월 코로나19 충격에 1450까지 곤두박질쳤다.
1990년대 말부터 증시 흐름을 구구절절 말한 건 최근의 주식투자 과열 때문이다. 올 3월 무너질 것 같았던 코스피는 세계적인 ‘돈 풀기’ 정책으로 급반등을 시작하더니 2450포인트까지 치솟았다. 이렇게 되자 전 국민이 주식투자에 나서고 있다. 물론 과연 지금이 버블인지 아닌지는 누구도 ‘정답’을 말할 수 없다. 실제 상당수 주식 전문가는 ‘코스피 3000’ 시대를 말한다. 언택트 산업이 새 성장동력이 될 것이란 주장이다. 또한 주식 격언에는 “버블은 터질 때까지 버블이 아니다”는 말도 있다. 그렇다. 버블은 터질 때 비로소 버블이란 걸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지금 우려되는 건 ‘빚 투자’이다. 어느덧 신용융자잔고가 16조 원에 달한다. 대한민국 주식 역사상 처음 보는 ‘빚’이다. 2030에 이어 어르신들의 은퇴자금도 증시로 들어왔다. 더 걱정되는 건 살아나지 않은 실물경제지표이고, 특히 수출지표다. 수출만이라도 반등해주면 맘이 놓이겠지만 8월까지도 바닥을 논할 수 없다. 위험관리도 필요한 시기다. 목표수익률을 정해 차익 실현하고, 손실률을 정해 ‘엄격하게’ 손절도 해야 한다. 버블의 끝은 그 누구도 모른다. 하지만 터지지 않은 버블은 없었다는 사실도 꼭 기억하자.
경제칼럼니스트·진투자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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