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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터치] 습관과 오류 /임규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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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08-23 19:18:18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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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이 귀했을 때 지식과 지혜는 분리되지 않았다. 지식은 지혜가 되기 쉬웠다. 지식이 흔해지면서 지식과 지혜는 분리됐다. 지식은 지혜가 되기 어렵다. 지혜는 시중(時中)이다. 상황에 적합한 삶의 방식과 태도.

습관은 유용하다.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막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습관은 도움이 된다. 오만도 마찬가지다. 어느 작가는 썼다. ‘혼자다. 오만해질 시간이다.’ 외로운 오만은 삶을 밀고 나가는 힘이 된다. 문제는 특별한 상황 변화가 생길 때다. 상황이 변했을 때 습관은 오류가 된다.

위쪽 세계에 고장이 난 듯 비는 그악스럽다. 중국계 미국 작가 테드 창의 ‘바빌론의 탑’에 나오는 장면처럼 누군가 하늘의 천장에 구멍을 뚫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비는 집요하고 맹렬하다. 늦은 밤 위협적인 빗소리를 들으며 기계식 주차타워 모니터에 번호를 누른다.

경고음이 요란하게 울린다.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과 막차에 대한 불안, 비에 젖을 걱정, 어쩔 수 없다는 체념과 같은 생각과 감정이 떠오른다. 어떤 찰나는 깊은 시간이다. 다시 번호를 입력한다. 같은 반응이다. 화면 가까이 다가가 없는 번호라는 메시지를 확인한다.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다른 번호를 입력해 본다. 기계는 덜컥덜컥한 후 윙 소리를 내며 움직인다. 번호와 관련된 기억을 떠올린다. 습관과 오류를 생각한다.

기업이 매일 도산하던 시절이 있었다. 정부는 IMF행을 결정했다. 기업을 지원하는 데 집중했다. 죄 없이 망가진 수많은 삶은 불행을 제각각 감당해야 했다.

1997년으로부터 20년 넘는 시간을 흘러왔다. 코로나19가 느닷없이 삶을 덮쳤다. 정부는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퍼주기라는 비판이 있었다. 국가부채비율이 가장 낮은 수준임에도, 경제성장의 목표가 경제성장일 수가 없듯 국가재정의 목표가 국가재정일 수 없음에도,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재정을 투입함에도, 절박한 모든 이에게 도움이 됐음에도, 2분기 경제성장률(직전분기 대비)이 OECD에서 가장 높았음에도, 소비 증가가 GDP를 올렸다는 점이 확인됐음에도, 복지정책을 넘어 가장 효과적인 경제정책이라는 사실이 증명됐음에도, 그리하여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의 당위성이 큼에도 비판은 여전하다. 습관과 오류를 생각한다.

하나의 원인은 여러 현상으로 나타난다. 50일 동안 유례없는 비가 쏟아진 것, 호주의 가뭄, 시베리아의 이상고온이나 일본의 폭염, 인도의 메뚜기떼, 잦은 태풍과 혹한과 폭설, 산불 등은 모두 기후변화라는 하나의 원인에서 파생된 현상이다. 코로나19에 이상기후가 더해지면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은 체감되는 위협이 됐다. 우리는 이미 선을 넘어왔는지 모른다. 당장 해야 하고 다르게 행동해야 함에도 당장 하지 않고 다르게 행동하지 않는다. 습관과 오류를 생각한다.

경영학의 아버지라 일컬어지는 피터 드러커는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좋은 매너’라 답했다. 좋은 매너는 삶 전반에 필수적인 것이다. 욕망과 감정이 날 것으로 표출되는 태도가 좋은 매너일 리는 없다. 좋은 매너는 욕망과 감정을 이성에 넣은 후 가라앉힐 것은 가라앉히고 표출할 것은 표출하는 삶의 양식이다. 신영복 선생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이성의 높이에 상응하는 높은 단계의 감정에 의하여 낮은 단계의 감정이 극복되고 있을 따름이라”고 했다. 욕망과 감정이 통제 없이 표출되던 시대는 사라졌다. 낮은 젠더 감수성은 사람을 도구화하는 것인 동시에 시대착오다. 습관과 오류를 생각한다. 변한 상황에 대해 습관으로 대응하는 것은 오류다. 한 번 오류가 치명적일 수 있는 시대상황이다. 지혜는 시중(時中)이다.

또다시 힘든 시간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전경린 작가의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 작가 후기에는 “늘 그랬지만, 나는 지나치게 혼자이다”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지나치게 혼자인 시간을 견뎌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코로나19, 주의하고, 배려하고, 협력합시다.

동명대 겸임교수·도서출판 함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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