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dodo)라는 새가 있었다. 포르투갈어로 ‘어리석다’는 뜻인 이 새는 아프리카 동쪽 인도양의 모리셔스 섬에만 살았다. ‘새’라고는 해도 전혀 날지 못했다. 큰 몸집에 비해 빈약한 날개를 지녀서다. 이 섬에는 포식자가 없었기에 도도는 열매나 씨앗을 먹으며 생존해 나갔다. 하지만 1600년께 포르투갈인들이 처음 상륙하고 무역선·고깃배의 중간 경유지가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선원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한 도도는 그로부터 90여 년 뒤 멸종되고 말았다.

도도새는 모리셔스 섬에서 사라진 조류의 일부일 뿐이다. 19세기 울창했던 이곳의 숲이 설탕과 차 재배를 위한 대량농업지대로 변함에 따라 많은 생물종들이 멸종을 맞았다. 모리셔스 섬에 고유한 45종의 조류 가운데 21종 만이 간신히 살아남았다고 한다. 도도새는 없어졌지만 그걸로 끝난 게 아니다. 그 멸종이 자연생태계에 미친 영향을 연구하는 작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심리학 분야의 용어로 회자되는 ‘도도새 효과’도 마찬가지일 터다.

면적이 제주도보다 약간 큰 모리셔스는 천혜의 자연해양환경과 풍광을 간직한 관광지로 유명하다. 신혼여행지로도 인기를 모은다.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이 “신은 모리셔스를 창조하고 난 후에 천국을 만들었다”고 극찬했다니,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유네스코 선정 세계자연유산인 남부의 ‘세븐 컬러드 어스(Seven Coloured Earth)’는 일곱 가지 색을 지닌 언덕이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보여주고, 바다 속 깊은 해구로 물이 빨려드는 ‘수중 폭포’도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그런 모리셔스에 엄청난 재앙이 닥쳤다. 최근 일본 화물선이 섬 남동쪽 해역에 좌초하면서 1000ｔ의 원유가 새어 나와 주변 일대를 시커멓게 오염시켰기 때문이다. 해변에 가득한 산호초와 맹그로브 숲, 이곳의 물고기, 물새가 온통 기름으로 뒤덮였다. 이로 인해 최소 38종의 산호와 78종의 어류가 위험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왔고, 모리셔스 정부는 환경비상사태를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도도새의 비극이 재연되는 듯한 느낌이다.

2007년 12월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유조선 기름 유출로 최악의 해양오염사고를 겪었던 우리로서는 안타까움이 더하다. 당시 서해 전역을 덮친 기름띠를 걷어내는 일에만 거의 10년이 걸렸다. 모리셔스 해변은 세계 해양생태계의 본고장이고, 국제적인 보호구역이다. 그런 만큼 피해 복원과 사고원인 규명에 국제사회가 도움을 주고 힘을 모아야 하겠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