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도청도설] 28년만의 휴가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1953년 첫 제정된 우리나라의 근로기준법은 상당히 선진적이었다. 이 법에는 주휴일과 공휴일, 12일의 월차휴가, 3~8일의 연차휴가, 연 12일의 생리휴가 등 유급휴일이 명시돼 있었다. 남성의 총 유급휴일은 70~80여 일이며, 여성은 이보다 12일 더 많았다. 당시는 물론 지금도 세계에서 휴가문화가 가장 발달한 프랑스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프랑스 공기업 노동자의 현재 연평균 유급휴일은 66.5일이다.

그런데 그건 ‘무늬뿐인 법’이었다. 서울 청계천 평화시장에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분신자살한 전태일의 폭로를 통해 확인했듯이, 1970년대까지 고용주의 서슬에 짓눌려 유급휴일이란 말조차 꺼내기 힘들었다. 긴 세월 법전에 갇혀있던 유급휴일이 현실화하기 시작한 건 노동쟁의가 본격화한 1980년대 들어서였다. 그리고 오늘날 적잖은 유급휴일을 보장받으며 ‘일과 삶의 균형’(워라벨)을 추구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는 정규직에 국한된 노동복지일 따름이다. 비정규직, 특히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못 받는 특수고용직인 택배 노동자는 아직도 전태일과 같은 살인적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쇼핑이 늘면서 배달 물량이 20~30% 급증해 하루 15~16시간 이상 일한다. 그러다 보니 올 상반기에만 과로사 7명을 포함해 9명이 산업재해로 숨졌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택배 노동자의 올해 산재사망률은 지난 8년 평균치(0.02%)의 5배가 넘는 0.11%를 기록할 전망이다.

택배 노동자에게 휴가는 금단의 꿈이다. 휴가를 가려면 웃돈을 주고 대체인력을 직접 구하거나, 택배 대리점에 배달 수수료의 2~3배에 달하는 대체 배송비를 지불해야 해서다. 그런 택배 노동자들이 14일 쉰다. 전국택배노조와 CJ대한통운 등 국내 5대 택배사가 합의한 ‘택배 없는 날’이다. 1992년 한진이 택배 사업을 시작한 뒤 처음 갖는 ‘28년만의 휴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휴가는 무급이다. 다른 사람보다 더 오래, 더 힘들게 일한 대가로 28년만에 획득한 휴가가 무급이라는 건 너무 잔인하다. 이런 신분제나 다름없는 노동의 양극화를 방치하면서 인권을 거론한다는 건 위선이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택배 노동자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택배 주문을 자제하자. 나아가 그들이 정규직처럼 유급휴가를 즐길 수 있도록 관련 법과 제도를 개혁하는 데 힘을 모으자. 그렇게 나를 비워 모두의 행복을 도모하자. ‘비움’이란 뜻의 바캉스(vacance) 어원처럼 말이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많이 본 뉴스RSS

  1. 1“판매부진 르노차 24일간 휴업” 100대 기업 부산 명맥 끊기나
  2. 2통영서 서울 원정 진료받아 온 60대 남성 코로나19 양성
  3. 3출구 전략?…정 총리 신공항 오락가락 발언에 부울경 속탄다
  4. 4데뷔 일과 같은 상호명에 BTS 팬 성지된 울산 카페
  5. 5가성비 앞세운 ‘노브랜드 버거’ 부산 상륙
  6. 6파이널A 멀어진 부산, 이제는 잔류 고민
  7. 7경남도, 국지도 60호 보상비 차등 적용 논란
  8. 8현안 짚고 지역에 충실…PK초선 대정부질문 데뷔전 선방
  9. 9BPA, 북항 재개발지에 스마트 신사옥 건립 추진
  10. 10 띠와 생년으로 확인하세요 (2020년 9월 18일)
  1. 1출구 전략?…정 총리 신공항 오락가락 발언에 부울경 속탄다
  2. 2권성동이 쏜 국민의힘 복당 신호탄…무소속 3인방 운명은
  3. 3문재인 대통령, 23일 유엔총회 화상 연설
  4. 4문 대통령 축하 서한에도…일본 외무상 “한국 국제법 위반” 되풀이
  5. 5현안 짚고 지역에 충실…PK초선 대정부질문 데뷔전 선방
  6. 6통신비·독감백신 견해차 여전…여야 4차 추경안 처리 ‘빨간불’
  7. 7“업종 차별 안돼” 부산 의원들 2차 지원금 소외계층 챙기기
  8. 8“해안 고층 레지던스…관광 경관 훼손 우려”
  9. 9여당 PK 의원들, 내주 정세균 총리 만나 신공항 담판 나선다
  10. 10박병석 의장 “대선·지선 동시실시를”…개헌 논의 불지피나
  1. 1BPA, 북항 재개발지에 스마트 신사옥 건립 추진
  2. 2울릉도·독도 해수정보 100배 상세화
  3. 310t 미만 근해어선 안전관리 강화…위치확인·통신장치 12월부터 의무화
  4. 4창원산단에 뉴딜 입혀 최첨단 기계·로봇단지로
  5. 5부산항 컨 물동량 세계 6위 ‘아슬아슬’
  6. 6올해의 해양수산 신기술 ‘선박용 부력보조시스템’
  7. 7금융·증시 동향
  8. 8주가지수- 2020년 9월 17일
  9. 9연금 복권 720 제 20회
  10. 10부산은행 “10조대 곳간 열쇠 지켜…책임감 막중”
  1. 1데뷔 일과 같은 상호명에 BTS 팬 성지된 울산 카페
  2. 2김해 율하카페거리·마산어시장 등 4곳, 경남 ‘스마트 상가’ 추가선정…국비 10억
  3. 3경남도, 국지도 60호 보상비 차등 적용 논란
  4. 4활력 잃은 밀양 삼문동, 예술·문화 공간 변신한다
  5. 5울산서 폭발사고 난 선박, 결국 통영에 조건부 입항
  6. 6오늘의 날씨- 2020년 9월 18일
  7. 7 만과 많 ; 많은 덕인 만덕
  8. 8 전국 흐리고 곳곳에 비...‘제주도 30~80mm‘
  9. 9광안대교 하판도 초속 20m 바람 땐 ‘셧다운’
  10. 10부산시 “351번 환자 탑승한 시내버스, 밀집도 높아 동선 공개 결정”
  1. 1파이널A 멀어진 부산, 이제는 잔류 고민
  2. 2카잔 황인범 ‘1골 2도움’ 맹활약
  3. 3MLB 포스트시즌 첫 진출팀은 다저스
  4. 4‘꼭 쳐봐야 할 아이언’…야마하, 신제품 UD+2
  5. 5늦어진 US오픈 그린·러프 어려워져…날씨도 변수로
  6. 6베일, 친정 토트넘서 손흥민과 발 맞출까
  7. 7“붙어봐야 안다” 프로농구 ‘깜깜이 시즌’ 불가피
  8. 8MLB 가을야구 30일 개막…월드시리즈는 텍사스 홈구장서
  9. 9개막전 2도움 이강인, 유럽 주간 베스트11
  10. 10분데스리가 새 시즌, 관중 20% 입장 허용
우리은행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김두관·서병수 진심 인터뷰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울산 경남 당선인 역점 법안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2020년 지금 우리에겐 취사선택권이 없다
세계유산은 희생 없이 절대 가질 수 없다
기고 [전체보기]
선원과 해경, 마음으로 통하는 우리 /정태길
의열단원 박재혁의 1920년 9월 14일 /이병길
기자수첩 [전체보기]
노인전문병원 회계 점검 제대로 /박정민
‘산재 예방’ 더 호들갑스럽게 /신심범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닫힌 사회와 그 친구들
삼각 교수대와 황금 요강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농악 ‘함께’와 ‘신명’의 미학
온고지신과 뉴트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구멍 뚫린 정책, 고통은 국민의 몫 /정유선
마스크 쓰고 흩어지기 뿐이다 /송진영
도청도설 [전체보기]
불편한 복권 ‘불티’
‘완월동 언니들’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가을의 시간을 맞으며
이주의 시대와 문학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며느리는 돌아오지 않는다
자갈치시장 ‘백화양곱창’과 ‘불산’
사설 [전체보기]
공공기관 추가 이전 한 발 뺀 총리, 또 공수표 되는 건가
‘2020 부산청년주간’ 고민 나누고 해법 찾는 마당 되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정치권으로 확산되는 기본소득 포퓰리즘
청년 기본소득이 ‘가짜 기본소득’인 이유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남중국해 갈등과 우리의 대응
기후위기 그리고 그린 뉴딜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인내와 고통으로 탄생한 명작
명작이 된 습작
이홍 칼럼 [전체보기]
코로나 아이러니
외국인 근로자 문제, 어떻게 해야 하나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이낙연·김종인에 주어진 반 년
부동산의 미래, 민주당의 미래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명반과 곡명에 대한 편견
더위에 지친 당신께 이 곡을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가격이 중요하나요?
욕심이 아닌 바람으로
특별기고 [전체보기]
‘도시국가’시대 市長의 역할 /정해문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인상의 소나무 그림
손재형의 ‘승설암도’
  • 행복한 가족그림 공모전
  • 국제 어린이 경제 아카데미
  • 유콘서트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