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이 변호사인 탓에 여러 유형의 사람을 접한다. 그 중에는 부자도 있고 가난한 분도 있다. 부자라고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고 가난하다 하여 별난 것도 없다. 대개의 경우 사람 사는 형편은 고만고만하다.

그런데 가끔 직·간접적으로 특별한 부자들을 접할 때가 있다. 고만고만한 수준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특별한 부자들이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어쩌다 있는 일이다. 그런 ‘특별한 부자’들을 몇 명 만나보고, 대화를 나누다 보니 호기심이 생겼다. 그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외관이나 성격은 다 다를 수밖에 없지만 공통점이 있지 않을까. 이런 류의 호기심이었다.

원래 필자는 부자들에 대해 별로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 않았다. TV나 신문을 보면 부자들, 특히 재벌에 대해 좋은 기사보다 나쁜 기사가 훨씬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나 자신이 부자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런 부자들이 많다. 그러나 여기서는 특별한 부자들, 그 중에서도 품격 있는 부자들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품격 있는 부자들의 공통점 중 첫 번째는 돈을 함부로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찌 보면 이는 지극히 자명하다. 모든 재테크는 검소와 절약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즉, 돈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돈(그것이 많든 적든)을 적게 쓰는 것이 재테크의 출발이다. 그런데 사람의 본성이나 욕망에 비추어 이미 차고 넘치는 돈을 가졌을 때는 다르다. 필자의 어리석은 생각으로는 ‘특별한 부자’가 되면 돈을 물 쓰듯이 쓸 것처럼 생각되었다. 그래도 돈은 줄어들지 않고 늘어난다. 돈을 물 쓰듯이 쓰게 되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물론 그런 부자들도 있다. 그러나 필자가 접한 품격 있는 부자들은 검소하고 절약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어떤 부자의 수입·지출 장부를 본 적이 있다. 예상대로 수천만 원, 수백만 원의 입출금이 자필로 기재되어 있었다. 그런데 놀란 것이 있었다. 바로 ‘동전 모은 것 290원’이수입란에 기재되어 있었다. ‘특별한 부자’가 동전 290원을 신경 쓴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웠다. 모든 부자가 호의호식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편견이다. 워런 버핏도 낡은 양복에 헌 구두를 신고 다녔다고 한다.

두 번째는 인색하지 않다는 점이다. 검소와 절약이 인색함을 의미하지 않는다. 품격 있는 부자는 본인이나 가족의 낭비를 경계한다. 그것이 검소와 절약이다. 그러나 남에게는 후하다. 그래서 인색하지 않다. 멀리서 손님이 찾아오면 극진히 대접하고, 자신을 위해 작은 노력이라도 해 주면 꼭 사례를 한다.

세 번째는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남에게는 관대하다. 그 반대가 아니다. 이 점은 인간 본성에 반한다. 필자가 의뢰인들과 상담할 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조금만 이해관계가 있어도 사물을 절대 객관적으로 보지 못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만약 필자나 필자와 친한 사람이 송사(訟事)를 하게 되면 절대 변론이나 대리할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사태를 객관적으로 보아 유·불리를 평가한 다음 재판부를 설득하는 것이 송사의 기본인데, 필자의 개인적 이해관계가 개입되면 그것이 불가능하거나 곤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특별한 부자들’ 중에는 그와 같은 인간 본성을 제어하면서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남에게는 관대한 사람들이 꽤 있었다.

네 번째는 공동체에 대한 기여와 배려를 실천한다. 자신의 부가 형성된 것이 같이 살아가야 하는 공동체 때문임을 잊지 않는다. ‘사방 백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원칙과 ‘흉년에 땅을 사지 마라’는 원칙은 경주 최부자집의 가훈으로 내려오던 원칙이었다. 전자는 공동체에 대한 기여를 의미하고, 후자는 공동체에 대한 배려가 담겨 있다.

요즘 이른바 ‘부자 증세’가 화두로 등장했다. 국제신문도 지난 7월 23자 3면 기사를 통해 보도한 바 있다. 필자는 그에 대한 찬반 의견이 없다. 잘 모르기도 하지만, 그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능력도 없기 때문이다. 증세의 옳고 그름을 떠나 사회에 품격 있는 부자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가난한 사람들의 비난 대상이 아니라 존경의 대상이 되는 부자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변호사·법무법인 청률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