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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소리] 여름휴가는 한 권 소설과 함께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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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08-11 19:12:22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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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살면서 종종 오해를 한다. 오해가 불러온 높고 거친 파도가 자신을 덮칠 때도 있지만, 대개 아무 일 없이 잔잔히 흘러간다. 그렇다 보니 무엇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지금 자신이 알고 있는 그 내용이 사실이 된다.

독서와 관련된 작은 오해 가운데 하나는 계절과 독서량의 상관관계이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이 ‘오해’는 꽤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듯하다. 적어도 내가 독서를 했다고 인지하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익히 들어왔던 이야기다. 그만큼 이런 생각은 오래되고 널리 퍼졌다. 이와 관련한 사례를 두 가지 정도 예시로 들어보겠다.

한 가지는 유독 가을에 독서와 관련된 축제가 많다. 올해로 11회째를 맞는 부산의 대표 독서축제인 ‘가을독서문화축제’도 그중 하나다. 다른 한 가지는 왠지 가을에는 트렌치코트를 입고 낙엽이 떨어지는 가로수길 벤치에 앉아 오래전부터 내려온 고전 한 권을 손에 쥔 채 사색에 잠겨야만 할 것 같은 기분과 이미지다. 어느 계절이라고 사색하지 못할 것은 없다. 그런데 가을에는 유독 책과 함께해야 할 것만 같다. 따뜻한 커피가 있다면 금상첨화일 테다.

그런데 가끔 기사에서 드러나는 월별 도서 판매량과 도서관 대출 권수를 보면 가을은 독서에 그리 적합한 계절이 아닌 것 같다. 한 예로 서울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10월부터 2014년 9월까지 2년간 서울의 도서관 월별 대출 건수를 따졌을 때 9월부터 11월까지가 가장 적었다고 한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러한 통계 등을 바탕으로 ‘가을은 독서의 계절’을 성공한 카피라이팅이자 브랜딩으로 여긴다. 사람들이 책을 잘 안 읽는 계절인 가을에 독서를 하게끔 하였으므로. 오히려 겨울과 여름에 도서 판매와 도서관 대출의 양이 두드러진다. 겨울은 이해가 갈 것이다. 밖에 나가는 대신 보일러를 틀어 놓고 따뜻한 커피 한 잔 마시며 책과 함께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여름은 조금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여름’은 친구, 가족과 함께 휴양지에 가서 먹고 놀기 바쁜 계절이다.

여름에 독서량이 증가하는 데는 겨울과 마찬가지로 날씨의 영향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햇볕이 내리쬐는 바깥에서 땀을 뻘뻘 흘리는 것보다 에어컨을 틀어 놓은 시원한 집에서 편하게 독서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유는 여름휴가이다. 1년 중에 가장 긴 휴가에 속하는 여름휴가 때 어디를 가든 왠지 책 한 권은 손에 쥐어야 할 것만 같다. 어쩌면 문화생활을 중시하는 현대사회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의무이자 도리인지도 모르겠다.

특히 여름에는 소설 판매량이 높은 편이다. 예스24가 발표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의 도서 판매량을 보면, 소설은 해마다 7, 8월에 가장 높은 판매고를 보인다.

소설은 에세이나 시보다 호흡이 긴 편이다. 휴가 기간에는 긴 호흡으로 책을 즐길 마음의 여유가 준비되어 있다. 그런데 올해 여름은 자기계발서, 경제경영서가 소설의 위치를 대신했다. 코로나19를 포함하여 세계적인 경제 위기가 닥쳐온 상황에서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는 투자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올해는 이러한 도서 통계뿐만 아니라 여러모로 평균의 범주와 기준이 쉽게 적용되지 않는 해이다.

올해 여름은 코로나19를 비롯해 그간에는 쉽게 겪을 수 없던 최장기간 장마로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도 여행하기에 마땅치 않다. 그래서인지 주변에서도 긴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보다 당일치기부터 최장 3일까지 짧은 기간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이 많아 보인다. 지금까지는 쉽게 보기 힘들었던 여름 휴가 풍경이다.

이렇게 휴가가 짧아지는 만큼 마음의 여유까지 사라져 책을 더 멀리하려는 분이 많을지 모른다. 그럴 때일수록 당신의 손에 책 한 권, 소설 한 권을 쥐는 건 어떨까. 어쩌면 근사한 소설 한 권이 당신의 마음에 여유를 만들어줄지 모른다. 나의 경험에 비춰 생각해보면, 정말로 그렇다.

작가·‘답은 나였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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