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님, 수해 때문에 휴가도 못 보내고 청와대를 지키시느라 정말 노고 많으십니다. 유례없는 폭우처럼 뒤숭숭한 시국, 많이 부족합니다만 대통령님께 짧은 글이나마 올리고자 합니다.

대통령님, 지금이야말로 더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비전으로 기존 정치·행정적, 사회경제적, 사회문화적인 시스템을 개선, 개혁해 나가야 할 때입니다. ‘집권·집중·독점’에서 ‘분권·분산·분업’으로 국가운영의 틀을 바꾸어나가야 합니다.

서울에 몰려있는 정치·행정, 경제, 교육, 문화 구조가 부동산 급등을 낳고, 인근 경기도에 신도시를 만들게 하고, 절반이 넘는 인구를 수도권에 살게 만들고, 그리하여 수도권 외의 지역, 이른바 지방은 소멸의 위기에 아우성인 나라. 100대 대기업 본사의 75.3%, 1000대 대기업 매출의 86.3%, 신용카드 사용액의 72.1%가 수도권. 전국 220개 대학 중 이른바 SKY대학 3곳이 교육 예산의 18%를 지원받는 수도권. 대학서열화와 대기업, 벤처, 생산적 서비스업, 연예 엔터테인먼트 등을 통해 지방의 청년들을 빨아들이는 수도권. 정·관계 고위인사는 물론,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각계의 고위층들까지 상당수가 강남에 자산을 보유하며 자녀들의 교육사다리로, 부와 지위의 세습으로 이어지는 나라.

대통령님, 정치, 행정, 언론, 대학, 기업 등의 중추기능을 분권·분산·분업하지 않고 살기 좋은 대한민국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행정수도 이전은 그 정치적 배경 때문에 순수성을 의심받기도 하지만, 오히려 뒤늦은 움직임을 비판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참여정부에서처럼 2차 공공기관 이전과 연계해 동시적으로 추진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받아야 할 것입니다.

분산은 분업,분권과 손을 잡고 함께 가야 합니다. 분산하면서 각 지역의 권역별 특성화 발전을 중심으로 분업 해나가고 이를 위해 과감한 분권을 선행,병행해야 합니다. 부산은 해양도시의 특성을 살려 관련기관,기능을 집중하고 해양자치권을 중심으로 보편적 분권과 연계하는 방식입니다. 분권 없는 지역주도형 균형발전식의 분산·분업은 불가능합니다. 중앙정부에 예산 받아오고 거기에 맞추어 지방비 맞추는 기존 행태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대통령님, 행정수도 이전과 2차 공공기관 이전만으로는 이 강고한 집권·집중·독점의 후진적 체계를 제대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대학진학 인구의 급격한 감소에 발맞추어 서울대학의 대학원 중심대학, 지방 국립대학의 특성화, 향후 불가피한 사립대학 구조조정과 수도권 사립대학의 비수도권 이전 등을 통한 획일적인 대학서열화 구조의 혁신, 공영방송 KBS의 지방 이전과 같은 중·장기적이고 과감한 정책들을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지방분권개헌을 통한 근본적인 분권·분산·분업의 토대를 놓는 일, 지방자치법을 보완하여 대폭 개선하는 일 등 20대 국회에서 좌절된 핵심과제들의 완수를 위해 집권여당은 책임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대통령님, 임기 2년도 채 남지 않은 정부가 행정수도 이전, 공공기관 이전, 지방분권개헌 등과 같은 큰 과제들을 추진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 냉소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5년 단임제에서 1년 10개월은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닙니다. 그리고 국가적 과제는 그 처음과 끝이 5년 안에 다 완성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다음 정부에서도 계승하여 지속 추진할 수 있도록, 다시 되돌릴 수 없도록 확고한 조치, 행정수도이전 특별법 제정과 이전 공공기관 확정, 그리고 다음 대선과 동시 지방분권개헌 등을 실행에 옮겨야 할 것입니다.

대통령님, 이제 다시 시작입니다! 청와대 고위 참모들이 일괄사표를 내는 상황, 이 난국을 총괄적으로 헤쳐 나갈 기회입니다. ‘분권·균형 수석실’ 설치를 적극 요청 드립니다. 정 안되면 수석급의 상근 ‘분권·균형 특보’라도 신설해야 할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드리고 싶은 말은 많지만 제한된 지면으로 이만 맺어야 할 것 같습니다. 부디 ‘분권·분산‘분업’의 대통령으로, 정부로 각인되기를, 미래 대한민국의 탄탄한 토대를 닦은 시기로 기억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지방분권전국회의 상임공동대표·정치개혁공동행동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