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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터치] 왜 자꾸 눈물이 날까 /김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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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08-09 19:23:04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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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샘이 고장 난 걸까. 나는 왜 요즈음 뜬금없이 자꾸 눈물이 나는 것일까. 운다고 삶이 달라지는 것도 없지만 울지 않는다고 견고한 삶도 아니었다. 울어야 할 때를 넘겼던 유효기간 지난 눈물들이 한꺼번에 반란이라도 일으키는 걸까.

라이브 음악에 어깨 들썩이고, 된장국 냄새에 침이 고이며, 미풍에 슬며시 눈 감기는 것처럼 눈물은 이성과 감성을 한방에 무너뜨리는 힘을 가졌다. 눈물이란 희로애락의 본능이지만, 스스로를 몰아세운 코너에서 듣는 가장 원시적인 감정 대답이며, 기어코 마지막 자존심마저 찔러버리는 살상무기와도 같다.

그러나 때로는 물병을 엎지르듯 대책 없이 넘치거나, 헐거워진 너트처럼 멈추지 않는 복잡성도 지녔다.

열차를 타고 내려오면서 심심파적 삼아 그동안의 기쁜 일과 슬픈 일을 백지에 적어본다. 이것도 글감이 될까 하여 한참을 끼적이는데 넘치도록 고마운 일이 많았다. 그런데 낙동강 너머로 해넘이가 시작되자 쓸쓸한 기운들이 스멀스멀 번지더니 곪은 상처 하나가 툭 터져서 눈물 둑을 헐어버린다. 한 가지의 큰 슬픔이 만 가지 행복을 밀어버릴 수도 있겠다는 사실이 놀랍다. 내 삶의 손익계산서는 적자인가, 흑자인가. 눈물의 양으로 인생을 재단할 수 있을까.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아 기운마저 다 빠져버린 날, 어느 소설가의 ‘어쩌면 그대가 대추나무일지도 모른다’는 이 의기 있고 빛나게 긍정적인 문장을 읽으며 왜 눈물이 났던 걸까. 백지영의 노래 ‘총 맞은 것처럼’을 들을 때마다 ‘구멍 난 가슴에 우리 추억이 흘러넘쳐’라는 가사만 나오면 아직도 바보같이 눈물을 훔칠까. 회식 날 같은 테이블에 앉은 모 선생이 보리굴비를 발라서 밥그릇 위에 올려줄 때도, 겉으로는 웃었지만 속울음까지 함께 삼킨 걸 그는 알까. 혹시 내 감정선에 오류가 생긴 것은 아닐까.

예식장마다 최루성 물질을 숨겨놓은 것은 아닌지. 결혼식에만 가면 왜 눈물부터 날까. 풋기 어린 청년의 당당한 발걸음에도 눈자위가 젖고, 화관을 쓴 신부가 순백의 웃음을 머금는데도 앞이 흐려진다. 지인의 혼사에 왔다가 언제일지도 모를 딸의 결혼식까지 상상하면서 청승스레 눈물 줄기를 빼는 일이 어디 한두 번인가. 굳이 눈물로 축하를 대신하는 것은 싸구려 마스카라의 위용을 보여주려 함일까. 감정의 인내심을 시험하려는 까닭인가.

설레는 일이 없는 데도 눈물은 왜 나는 걸까. 나는 화초 가꾸는 것도 흥미 없고 애완동물 키우는 것도 귀찮아하는데, 바람에 꽃잎이 떨어지면 슬프고 폭우에 갇힌 어린 길고양이가 애달픈 건 왜일까.

며칠째 개지 않는 흐린 하늘색에 가슴이 쓰리고, 원동마을 언덕길 너머로 기차가 지나가면 이유 없이 눈물이 돋는다. 동네 병원에서 링거를 맞을 때, 칠순의 원장님이 “밥은 먹었어요?” 하고 툭 던진 말에도 뜨듯한 것이 목울대를 찔렀는데, 그것 또한 눈물의 뿌리였을까.

눈물은 눈치가 없는 걸까. 이상하게도 뻔한 장면에서 눈꺼풀이 젖어 든다. 어린 시절 외딴집이 있던 벌판 쪽을 쳐다보거나, 당감동 불구덩이에 누운 아버지를 기억하거나, 한 줌 재로 사위어진 어머니를 떠올리면 운전을 하다가도 길모퉁이에 차를 세우고 얼굴을 묻게 된다.

왜 지나간 것들을 생각하면 늘 가슴이 아릴까. 십 년을 함께 산 사람이 떠나버린 날도 애써 덤덤했었는데, 누군가가 인사치레로 보낸 ‘보고 싶다’는 문자 앞에서는 왜 펑펑 울고 말았을까. 지나간 생일날, 전복 미역국도 끓이고 참조기 노릇하게 구워 고봉밥 한 그릇 씩씩하게 다 먹었는데도 울컥울컥 눈물이 괴어올랐을까.

누가 몰래 내 눈물 단추를 누르고 간 것은 아닐까.

가끔은 왜 뒤늦게 눈물이 날까. 제때 눈물 박자도 못 맞추는 사람을 뭐라고 부를까. 나를 위해서도 누가 울어줄까. 더 많이 울어본 사람이 더 많이 반짝인다는 말이 사실일까. 흔히 감정의 끝은 눈물이라지만, 가슴을 데우는 시작점도 눈물길로 이어지고 있을까.

그렇다면 진짜 눈물의 정체는 뭘까.

문학평론가·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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