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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의 끼니] 음식 관광 상품의 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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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08-05 20:04:16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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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특수부대 비밀작전을 방불케 할 만큼 은밀하고 조심스러웠다. 인적 드문 심야시간, 부산 청사포 해안에 호기심 가득한 식도락가 몇몇이 모였다. 이 은밀한 모임의 주인공은 스웨덴에서 공수해온, 세계 최고 악취 음식 ‘수르스트뢰밍’. 조심스레 통조림을 열자 두 명은 비명을 지르며 달아났다. 몇몇은 악취를 참으며 끝까지 도전했다. 악명 높은 발효음식에 웬만큼 단련된 나도 수르스트뢰밍에는 무릎을 꿇었다.
포르투갈의 인기 관광 상품인 정어리 통조림.
지독한 냄새에 모든 감각을 상실해 도저히 맛을 느낄 수 없었다. 발효학자이자 맛없는 음식의 대가인 일본인 작가 고이즈미 다케오는 수르스트뢰밍의 맛을 이렇게 표현했다. “은행알을 밟아 짓뭉갰을 때의 냄새에다 말린 고등어 즙을 뿌리고 똥냄새를 더한다. 또한 거기에 강렬한 생선 젓갈 냄새를 뒤섞은 것 같은 냄새다”.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지독한 냄새의 총합이라는 의미다.

수르스트뢰밍은 소금에 절인 청어를 나무통에 1, 2개월 발효시킨 뒤 캔에 담아 밀봉한다. 통조림은 살균과정을 거치기에 몇 년이 지나도 별다른 화학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수르스트뢰밍은 적은 양의 소금을 쓰고 살균과정을 거치지 않아 캔에 담긴 뒤에도 발효가 진행된다. 이때 박테리아가 증식하는 과정에서 탄산가스를 배출한다. 그래서 수르스트뢰밍 통조림은 시간이 갈수록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다. 통조림이 터질 경우 테러에 준하는 비극적인 사태가 벌어질 수 있기에 많은 항공사는 기내 반입을 엄격히 금지한다. 또한 반드시 실외에서 개봉할 것을 권한다. 그럼에도 스웨덴을 찾는 관광객은 어떻게든 수르스트뢰밍을 공수해 오려 갖은 노력을 한다.

정반대도 있다. 같은 청어과 생선인 정어리를 올리브유와 함께 캔에 담은 통조림은 포르투갈을 찾은 관광객이 반드시 사는 관광 상품이다. 정어리는 500년 동안 포르투갈 사람을 먹여 살린 ‘국민 생선’이다. 포르투갈은 정어리에 대한 애정을 통조림 표면의 디자인에 쏟아부었다. 예술 작품에 준할 만큼 아름다운 이 통조림은 도저히 지갑을 열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매혹적이다. 통조림 하나 가격도 3000~4000원에 불과하다. 포르투갈 주요 관광지에서 외관이나 인테리어가 화려한 상점은 십중팔구 정어리 통조림 판매점이다. 이러니 포르투갈을 떠나는 여행가방 속에는 수십 개 정어리 통조림이 들어있기 마련이다. 굳이 안 먹어도 장식용으로 훌륭한 소품 역할을 하니 선물용으로 더할 나위 없다.

관광 상품은 여행지를 기억하는 방식이자 상징이다. 특히 음식은 직접 맛볼 수 있어 상징성은 더 크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음식 관광 상품의 쓸모가 반드시 먹는 데만 있는 건 아니다. 스웨덴 수르스트뢰밍의 악취와 포르투갈 정어리 통조림의 세련된 디자인은 관광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나는 이따금 통조림 속에서 발효가 진행되는 전라도 홍어와 부산을 소재로 다양하게 디자인된 캔에 든 기장 멸치를 상상한다. 누군가는 고약한 냄새에 도전하고 싶어서, 누군가는 디자인이 예뻐서 산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굳이 먹어야 한다는, 또는 맛있어야 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면 음식 관광 상품의 쓸모는 훨씬 다양해지지 않을까?

맛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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