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면서 아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은 어디일까? 이 물음에 대한 답변에는 ‘밥 먹는 곳’이 포함될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다른 사람과의 관계 없이 살아갈 수 없다. ‘식사자리’를 마련하고 찾아가는 것은 일종의 ‘관계적 본능’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관계적 본능이 인류의 생존 가능성을 높였다고도 한다.

많은 한국 사람이 대체로 좋아하는 ‘밥 먹는 곳’은 시끌벅적한 분위기에서 가족 친구 이웃과 이야기하며 함께 나누어 먹고 친밀한 관계를 맺어가는 곳이다.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오갈 수 있는 곳으로, 사람의 꾸준한 상호교류로 우리 정신과 문화를 담아내는 곳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다른 일상을 살게 될 뉴노멀(New Normal) 시대에 우리 일상 공간은 변할 것이다. 이미 하나 둘 변하기 시작했다. 맑은 아침 공기를 전해주던 산책길,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 가득하던 학교, 하루 업무 스트레스를 풀어주던 선술집도 멀어져 간다.

사람은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야 하기에 자신을 중심으로 세상을 나름대로 해석하며 살아간다. 자기에게 주어진 만큼의 세상만을 이해하고 적응하며 사는 것이 사람이란 뜻이다. 그런데 코로나19 탓에 그렇게 ‘주어지는’ 사회환경은 열악해지고, 이에 따라 많은 사람이 소외되고 삶이 힘들어진다. 또한 포스트 코로나시대 사회적 상황과 맞물리는 국내 1인 가구 수 증가도 눈길을 끈다.

국내 1인 가구 비중은 이미 2010년 4인 가구 비중(22%)를 앞질렀다. 지난해에는 1인 가구가 총 599만 가구로 전체의 29.8%를 차지했다. 1인 가구는 2045년이면 전체 가구의 36.3%인 810만 가구로 늘 것으로 예상돼, 4인 가구의 5배가 넘는 수준이 된다고 한다. 이는 결국 혼자 밥을 먹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것이며, 최근 ‘홈코노미’의 경향은 식생활 문화에 큰 영향을 끼친다. 가정간편식(HMR: Home Meal Replacement), 편의 식품 증가와 함께 밖에 안 나가고 집 안에서 다양한 경제활동을 하는 가구의 증가로 함께 밥을 먹는 것은 힘든 일이 되어간다.

혈연이나 혼인 관계로 이뤄진 사람, 또는 비록 같은 집에서 살지 않더라도 자신과 법적 관계로 매인 사람들을 가족이라 한다. 식구는 ‘한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 또는 한 조직에 속해 함께 일하는 사람을 비유하는 말이다. 식구는 같이 밥을 먹는다는 포괄적 의미를 담는다. 식구라는 말에는 밥 먹는 공간을 공유하고, 함께 먹고 생각하며 가치관을 공유·공감하는 ‘공간적’ 분위기가 있다.

세계화는 초국적 가족을 출현시키며 개인 삶에 큰 변화를 주었다. 혈연 위주 가족 형태에서 혈연이 아니더라도 같은 지붕 아래에서 밥을 먹는 관계로 식구는 ‘발전’하고 있다. 그 예로 공동주거(co-housing) 개념이 확산한다. 이는 1970년대 덴마크에서 시작했다. 개인이 소유하는 단위 주택과 주민이 사용하는 공공 공간이 함께 계획된 공동 주택이 그 핵심이다. 각 가구는 독립적으로 거주하되, 공동체로서 기능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을 갖춘 삶의 형태다. 같은 부엌, 같은 거실을 공유하면서 함께 밥을 먹는다.

가족이라 해도 함께 밥을 먹지 못 하는 사람이 많은 이 시대에 식구 개념은 공동체에 도움을 줄 것이다. 매일 일을 같이 하고 매일 밥을 먹는 사람들이라면 우리 주변 모두가 한 식구가 되지 않을까 싶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이 늘고, 1인 가구의 혼밥이 일상적인 현실의 이면에는 고독이나 소외 등 그림자도 있을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를 넘어 ‘위드(with) 코로나’를 고민하는 요즘, 국제신문은 지난달 16~21일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비 웹 기반 부산시민 대토론회’ 내용을 깊이 있게 보도했다. 이 행사는 국제신문, KNN, 부산시, 부산시의회가 공동 주최했다. 지역사회에 중요한 담론을 제기하는 이런 노력을 지지한다. 그 속에 코로나 시대의 ‘식구’를 찾고 공동체 삶을 고민하는 보도를 더 활발히 해주기 바란다.

㈜일신설계 사장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