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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과 법률] 형사고소 제대로 하고 싶다면 /이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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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07-29 19:21:51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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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사기로 고소할거야.” 상대방은 이 말을 듣고도 미소를 띠우며 이렇게 말한다. “마음대로 하세요. 하지만 날 고소하면 돈 안 돌려줍니다.” 방귀 뀐 놈이 성 내는 상황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변호사를 찾아온 의뢰인은 긴 하소연을 늘어놓는다. “그 사기꾼이 이렇게 말했어요. ‘지금 싸게 매물로 나온 아파트가 있다. 1억 원을 주면 아파트를 매입해서 당장 비싸게 되팔 수 있다. 수익의 반을 주겠다. 아파트를 팔지 못하면 6개월 이내에 돈을 돌려주거나 아파트를 넘겨주겠다’고 말이에요. 그런데 아직도 돈을 받기는커녕 아파트도 받지 못했어요. 그 사기꾼을 반드시 구속시켜 주세요.”

한참동안 듣고 있던 변호사는 이렇게 묻는다. “돈을 줄 때 각서나 문서를 작성하셨나요?” 의뢰인은 의외로 간단하게 대답한다. “그런 건 없어요.” 변호사는 다시 묻는다. “그럼, 상대방의 변명을 녹음한 것은 있나요.” 의뢰인의 대답은 똑같다. “그런 것도 없어요.” 변호사는 마지막으로 묻는다. “어떤 용도로 돈을 주셨나요?” 의뢰인은 힘차게 대답한다. “아파트 매입 투자금으로 빌려 준 돈이죠.” 투자금인지 대여금인지조차 헷갈려 한다. 이 정도면 그야말로 ‘무대뽀’다. 무대뽀(無鐵砲)란 군인이 총도 없이 전쟁터에 나간다는 말이다. 십중팔구 죽거나 다친다. 총 없이 오직 주먹과 칼로 적과 이길 확률은 겨우 1, 2할에 불과하다.

형사고소하는 사건 중 재산범죄가 가장 어렵다. 특히 사기·횡령·배임사건이다. 수사 전문가인 경찰관도 재산범죄 사건을 힘겨워한다. 사건의 쟁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두껍고 미로 같은 자료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도 있다. 고소인이 사건의 핵심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찢어진 색종이처럼 너무 산만한 자료를 제출하기 때문이다. 결국 고소인은 완패(完敗)라는 통지서를 받는다. 사기꾼은 무죄를 받았다고 떠벌리고 다닌다. 고소인은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히고, 마음에 화병이 생긴다.

그렇다면 형사고소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제일 중요한 것은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다. 먼저 서류다. 차용증, 각서, 약정서 등이다. 서류가 없다면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따져 물어야 한다. 이 때 대화 내용을 녹음해 두자. 녹음 내용을 녹취록으로 만들어 두면 좋다. 반대로 산더미처럼 많은 자료를 제출하면 안 된다. 고소인에겐 하나같이 중요한 자료이지만, 경찰관에겐 쓰레기 집하장에 쌓여있는 폐지더미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잘 선별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사건의 쟁점을 명확하게 부각시켜야 한다. 자신이 상대방에게 준 돈이 투자금인지 차용금인지 정확하게 밝혀야 한다. 빌려 준 돈인데 투자한 돈일 수도 있다고 비빔밥처럼 섞어서 진술하면, 고소라는 싸움터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

고소인의 주장은 핵심이라는 과녁을 향하여 화살을 날리는 것처럼 응집력이 있어야 한다. 사방팔방 산만하게 주장해선 안 된다. 고소인의 주장은 고소장이라는 서류에 오롯이 담겨있다. 고소장은 고소인 자신이 읽기 위한 신문고가 아니다. 경찰관에게 읽어 보고 수사를 요구하는 상소에 가깝다. 고소장은 쉽게 술술 읽혀야 한다. 중학생이 읽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작성되어야 한다. 고소장은 자신이 요리한 음식이고, 경찰관은 음식을 맛보는 고객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맛있는 고소장은 고소인을 승리로 이끄는 열쇠다.

가장 중요한 열쇠는 사실의 재구성이다. 사실을 왜곡하거나 과장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사실에 부합하는 법리를 맞춤 양복처럼 전개해야 한다. 법리 구성이 어렵다면 변호사를 찾아가는 것도 좋다. 변호사 2, 3명과 상담을 해 보자. 변호사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그 전략을 들어보자. 그것을 종합하면 해답이 보일 것이다. 이제 고소장을 접수하러 경찰서로 가자. 그 사기꾼은 당신에게 두 번 다시 미소를 짓지 않을 것이다.

변호사·법무법인 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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