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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소리] 타협으로 지키는 소신 /이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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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07-28 19:53:32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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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업체가 제품을 만들어 출시한다고 가정해 보자.

온 힘을 다해 열심히 개발한 제품을 출시하는 단계에서 아주 미세한 이상 징후가 발견되었다. 그 이상 징후는 소비자들은 알지 못할 정도로 극히 미세할뿐더러 제품의 사용에는 지장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제품을 우선 출시하여 시장의 반응을 확인함과 동시에 회사에 돌아올 이익을 우선 확보하는 것이 좋을까, 제조자의 소신을 지키기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이 나올 때까지 출시 일정을 연기하는 것이 좋을까.

현실과 타협하여 순간의 이익을 도모할 것인가, 아니면 일단 소신으로 버티며 뒷날을 도모할 것인가.

위의 사례는 기업체가 부딪힐 수 있는 상황을 가정한 것이지만, 우리의 삶에서도 늘 소신과 타협에 대한 고민이 끊이지 않는 것 같다.

우리는 유명한 기업가나 정치인은 아니지만 한 시민으로서, 각자 나름의 소신을 가지고 살아가고자 한다. 하지만 세상의 현실은 우리에게 늘 타협을 강요하거나, 타협하라고 유혹하며, 우리는 그 사이에서 갈등한다. 세상과 타협할 것이냐 소신을 지킬 것이냐를 말이다.

필자가 운영하는 사회적기업 디자인디도 외주 용역으로 디자인을 진행하는 업무가 많다 보니, 이런 고민이 끊이질 않았다. 디자이너로서 소신으로 작업을 마무리하고 싶지만 비용, 시간, 인력 등의 문제로 타협하게 되는 일이 많았다. 고백하기로, 사회적기업을 창업하는 순간부터 소신을 지키는 순간보다 타협하는 순간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이 사회적기업을 창업할 때 다짐했던 여러 소신은 기업의 생존을 위해 잠시 잊었던 적도 있고, 돈과 타협해가며 원치 않는 프로젝트들을 진행한 적도 있다.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프로젝트들이 다른 업무에 밀렸던 적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일이 최우선이었던 한 사회적기업가의 사회적 가치 실현은 언제나 타협의 대상이었다.

최근에는 우리 회사가 직접 디자인한 제품을 직접 출시하게 되면서, 소신과 타협에 대한 고민이 더욱더 커지게 되었다. ‘직접’이라는 두 글자 덕분에 소신에 대한 물음은 더 강하게 다가왔다. 나 자신, 우리 스스로에게 제품 개발에서 소신을 다하였는지 묻는다면, 타협한 것들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는 자책이 앞선다.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하며 개발해온 제품인 만큼 신중히 출시해야 하는 압박감과 빠른 출시를 통해 시장의 반응을 보고 싶다는 유혹은 서로 팽팽한 힘으로 맞서, 늘 쉽지 않았다.

사실, 타협은 어떤 일을 서로 양보하여 협의한다는 뜻으로 나쁜 의미는 아니다.

세상과 타협하려 한다거나, 불의와 타협하려 한다는 등의 부정적 표현이 더 자주 사용되면서 타협한다는 말은 굴복하거나 복종한다는 의미가 강하게 되었다. 그렇다 보니 타협한다고 말하기보다는 소신을 지키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한 편, 소신은 굳게 믿고 있는 바 또는 생각하는 바를 뜻하는 말로 언뜻 보기엔 멋진 표현이지만 그 책임은 무겁다. 일단 소신을 가지거나 밝히게 되면 그에 따른 실천이 꼭 필요하고 경우에 따라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소신을 지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타협한다고 해서 나의 소신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타협의 순간에 대화를 통해 상대 생각과 태도, 의견을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면서 양보할 지점과 내용이 명확해지게 된다. 또한 내가 얻고자 하는 바를 상대에게 전달함과 함께 상대 입장에서의 양보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앞서 언급한 타협이냐 소신이냐를 이분법으로 나누는 것은 더 이상 의미 없는 일인 것 같다. 소신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타협이 필요한 경우도 있으며, 서로의 양보와 합의 과정을 통해 더 나은 해결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

타협이 소신을 지켜주는 셈이다.

사회적기업 디자인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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