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7일 방한했다. 지난해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관계의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해서다. 비건 부장관은 지난달 29일 “외교의 문이 열려 있다”며 북한에 대화의 손길을 내밀기도 했다. 미 대선을 4개월 남겨둔 데다 정권 교체 가능성이 높아, 이번이 아니면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에 북한 비핵화 협상이 재개되긴 어렵다. 지난 30년의 시행착오에서 보듯, 북핵 협상은 시간이 흐를수록 타결이 힘들어지는 만큼 이번에 반전의 실마리를 마련해야 한다.

지난 4일에 이어 7일에도 북한은 “미국 사람들과 마주 앉을 생각이 없다”고 했지만, 문을 완전히 닫은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비건의 카운트파트인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북미관계의 현 실태를 무시한 수뇌회담설이 여론화되는 데 대해 아연함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현 실태’는 하노이 노딜로 인한 대화 중단을 말한다. 당시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와 2016년 이후 대북제재 해제를 맞교환하자”며 ‘스몰딜’을 제안하자, 미국은 모든 핵과 생화학무기를 없애는 ‘빅딜’을 요구해 협상이 결렬됐다. 최 부상의 말은 미국이 ‘현 실태’를 개선할 만한 새로운 협상안을 제시할 경우,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검토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런 여지를 남겨두어서인지, 북한은 지난 4일 노동신문에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 3주년 특집기사를 게재하면서 미국을 비난하지는 않았다. 박지원 전 의원이 국정원장에 내정되는 등 문재인 정부의 대북협상 진용도 새로 꾸려진 만큼, 비건 부장관과 머리를 맞대고 북미·남북관계 교착을 타개할 방안을 궁리해보길 바란다.

관건은 하노이 노딜을 보완할 수 있는 ‘플러스 알파’다. 미국 요구를 좀 낮추고, 북한 제안을 좀 높일 수 있는 대안 말이다. 아울러 남북·북미 간 갈등 요인으로 불거진 한미연합군사훈련과 한미워킹그룹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