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에서 수행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0’이 발간됐다. 2012년부터 매년 발간되는 이 리포트는 세계 40개국 국민의 디지털 뉴스 이용과 인식에 관한 조사 결과를 담고 있다. 올해 리포트에는 40개국 8만15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조사 결과가 실려 있다. 우리나라도 2304명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는 한마디로 ‘암울하다’. 굳이 ‘암울하다’는 단어를 쓴 것은 개인적인 느낌을 그대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느낌이나 기분으로만 치부하고 넘길 수 없을 만큼 상황은 심각하다.
먼저 뉴스에 대한 신뢰 부분을 보자. ‘뉴스 전반에 대한 신뢰’ 항목에서 우리나라 응답자의 21%만이 신뢰한다고 답했다. 다만 신뢰 판단을 보류한 ‘중립’ 응답 비율이 45%로 40개국 평균인 32%보다 높아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도 결과로 드러난 수치는 조사 대상국 중 최하위다. 이런 결과는 올해 조사에서만 도드라진 특징이 아니다. 지난해도 올해보다 1%포인트 높은 22%에 불과했다.
물론 언론과 뉴스에 대한 불신은 세계적으로 비슷한 모습이다. 조사 대상 40개국 중 6개 국가에서만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뉴스 전반을 신뢰한다고 답했다. 그래도 우리나라는 유독 심하다. 국민 10명 중 8명은 뉴스를 믿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따지고 보면 이런 통계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기자들은 한동안 ‘기레기’(기자+쓰레기)로 불리다가 최근 ‘기더기’(기자+구더기)로 조금 더 격하(?)됐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우리나라가 꼴찌를 차지한 항목이 하나 더 있다. 조사 대상자들에게 얼마나 지역 뉴스에 관심이 있는지 물어본 결과 우리나라는 40개국 중 가장 낮은 관심도(12%)를 보였다. 12%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곧바로 알 수 있다. 40개국 평균인 47%보다 30%포인트 이상 낮고 지역 뉴스에 관심도가 높은 브라질(73%), 터키(65%), 멕시코·칠레(이상 63%)와 비교하면 50%포인트 이상 격차가 벌어진다.
이제 왜 이번 조사 결과를 본 뒤 ‘암울하다’고 표현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신뢰도가 21%에 불과한 뉴스, 거기서 한 발 더 나가 관심도가 12%뿐인 지역 뉴스를 보도하는 지역 언론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번 조사 결과에 관해 ‘암울하다’ 외에 선뜻 떠오르는 단어가 없다.
원인과 배경을 고민했다. 처음에는 외부에서 찾았다. 일단 정부에 책임을 전가했다. 최근 정부는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귀환)을 활성화하기 위해 수도권 규제 완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가 지역의 반발을 샀다. 정부가 지역을 홀대하는 환경에서 어떻게 지역 뉴스가 관심을 끌 겠는가. 만만한 정부에 책임을 떠넘긴 뒤 지역 뉴스에 무관심한 국민의 성향을 분석했다. 알제리 독립운동을 주도한 정신분석학자 프란츠 파농의 논리를 멋대로 해석하고 변형 시켜 궤변을 만들어냈다. 간단하게 소개하면 지역에 사는 사람이 수도권에 대한 지나친 열망과 콤플렉스로 지역 뉴스에 관심이 없다는 식의 논리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모두 틀렸다. 외부에서 원인을 찾는 것부터 잘못된 방향이었다. 지역 언론이 지역 뉴스에 얼마나 충실했는지, 지역을 위해 얼마나 헌신했는지 먼저 묻는 것이 필요하다. 당장 부산 현안만 놓고 봐도 명확하다. 지역 언론이 자기 역할을 다했다면 공항 문제가 시장이 몇 번 바뀔 때까지 풀리지 않는 숙제처럼 남아 있겠는가. 지역 언론이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면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겁도 없이 대낮에 집무실에서 상상하기도 싫은 행동을 했겠는가. 더욱이 오 전 시장과 함께 점령군처럼 부산시에 입성한 정무직들이 마음대로 시정을 농단할 수 있었겠는가.
결국 내부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뉴스의 신뢰도를 높이고 지역 뉴스가 관심을 받으려면 지역 언론이 자기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원론에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언론계도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중 지역 언론이 느끼는 체감도는 훨씬 강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지역 언론은 극한직업인가.
디지털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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