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시끄럽다. 흑백 평등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사건이 연이어 터졌고, 미국 전역에서 연일 시위가 이어진다.
25살 흑인 남성 아모드 아베리가 조지아주의 브런스윅시에서 백인 부자(父子)가 모는 트럭에 추격당하다가 그들 중 1명(아들)이 쏜 총에 맞아 숨진 사건이 발단이었다. 지난 2월 23일이었다. 사건 자체는 시위를 촉발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문제는 수사당국의 은폐 의혹이었다. 피의자 중 아버지가 전직 경찰이자 검찰수사관이었는데, 이 사건을 담당한 경찰·검찰이 수사를 거부하거나 무마하려 한 것이었다. 사건 발생 두 달이 넘은 지난 5월 5일 살해 장면을 담은 영상이 공개되면서 사건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그다음이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다. 지난 5월 25일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시에서 위조지폐 사용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면서 발생했다. 경찰은 체포 과정에서 무릎으로 목을 눌러 제압했다. 플로이드는 목이 눌린 상태에서 계속 “숨을 쉴 수가 없다(I can‘t breathe)”며 고통을 호소했다. 그럼에도 경찰은 계속 목을 눌렀고 결국 플로이드는 질식사했다. 플로이드의 육성과 경찰의 ‘무릎 제압’ 영상이 보도됐다. 미 전역에서 “숨을 쉴 수 없다” “흑인 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 등 문구가 적인 피켓을 든 시위가 이어졌다.
마지막 사건은 조지아주 애틀랜타시에서 터졌다. 웬디스 매장 부근에서 27살 흑인 남성 레이샤드 브룩스가 체포에 저항하다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진 사건이다. 아베리 사건으로 끓어오르던 분노가 플로이드 사건으로 폭발했고, 브룩스 사건은 기름을 부었다.
위 세 사건과 시위에 대한 미국 정치권의 반응은 갈린다. 흑백 평등과 경찰 권한 제한이라는 원칙에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정파에 따라 뉘앙스가 다르다. 시위 중 일부 폭력 사태를 들어 법과 질서(Law and Order)를 강조하는 정파도 있다. 언론 태도도 사뭇 다르다. 정파적 견해 차이가 언론 태도에 그대로 나타나는 듯하다.
이 일들을 보면 1950년대와 1960년대 민권운동이 생각난다. 1960년대까지 미국은 흑백 차별의 나라였다. 흑인과 백인의 결혼을 법으로 금지하는 주들이 있었고, 학교 병원 식당 심지어 버스에서 흑인은 백인과 같은 공간, 같은 시설을 쓸 수 없던 주도 있었다. 이를 용인하는 법률들이 위헌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는데, 그 유명한 ‘분리하되 평등하면 된다는 원칙(Separate but Equal Doctrine)’ 아래 통용됐다. 이 원칙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은 말이 안 되는 논리다. 분리 자체가 불평등이기 때문이다. ‘분리하되 평등’ 자체로 모순이다. 결국 미국 연방대법원에 의해 그 원칙은 폐기됐다. 1954년이었다.
이후에도 흑백 차별은 없어지지 않았다. 그리하여 미국 전역에서 민권 운동이 일어났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대표적 지도자였다. 킹 목사의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 Speech) 연설은 유명하다. 그 한 대목은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네 명의 내 자식들이 피부색이 아닌 그들의 인격에 의해 평가받는 나라에서 살게 되는 것입니다”이다. 그는 그렇게 헌신하다가 1968년 4월 4일 백인 우월주의자가 쏜 총에 맞아 숨졌다. 미국은 킹 목사의 생일인 1월 15일에 가까운 1월 세 번째 월요일을 마틴 루터 킹의 날로 정했다. 그날은 연방 정부 공휴일이다.
킹 목사의 꿈은 아직 실현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 곳곳에 여전히 흑백 차별이 존재한다. 이해할 수 없다. 21세기에 피부색으로 사람을 차별한다는 것이. 그러나 현실이다. 그래도 인류의 선함에 대한 믿음을 포기할 수 없다. 우리 사회 곳곳에도 비합리성이 남아 있다. 언론 영역도 그러하다. 지역감정을 조장하거나 그에 기대려는 언론이 있다. 메시지가 싫다고 메신저를 공격하는 언론이 있다. 마음에 안 들면 사실관계마저 왜곡하는 언론이 있다. 논조와 입장은 다를 수 있고 또 그래야 하겠지만, 언론이 비합리성을 용인하거나 그에 기대면 안 되겠다. 합리성을 추구하는 국제신문의 모습을 기대한다.
변호사·법무법인 청률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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