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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보행중심교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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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유명 도시계획전문가 찰스 몽고메리가 말하는 ‘살기 좋고 행복한 도시’는 단순명료하다. 즉, 걷기 좋은 도시다. 누구나 마음 놓고 편리하게 걸을 수 있는 도시라는 이야기다. 2014년 국내에 번역·출간된 그의 명작 ‘우리는 도시에서 행복한가’에도 나온다. 그 내용 중 ‘도시는 사람과 자동차 모두에게 친화적일 수 없다’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행복한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결국 사람에게 답이 있다’는 책의 결론 부분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그의 지적처럼, 살기 좋기로 이름난 세계 도시들은 하나같이 보행환경이 뛰어나다. 예컨대, 행복지수가 세계 최고 수준인 덴마크의 코펜하겐은 그야말로 보행자 천국이다. 영국의 제2 도시 버밍엄은 쇠락을 거듭하다 1990년대 이후 보행중심으로 체질을 확 바꾸면서 도시가 되살아난 케이스다.

보행권은 인간의 기본권이기도 하다. 시민이 안전하고 쾌적한 보행공간에서 걸을 수 있는 권리다. 유럽에서는 이미 1970년대부터 보행권 보장을 위한 노력이 본격 시작되었다. 유럽연합(EU) 의회가 1989년 제정 공포한 ‘보행자권리헌장’은 그 연장선에서 나왔다. 우리나라 헌법에도 그와 관련된 조항이 적지 않다. 제35조에 명시된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 제10조의 행복추구권, 제14조의 거주·이전 자유 같은 것이 그 범주에 들지 싶다.

하지만 우리의 보행권은 아직 갈 길이 멀다. 2016년 기준 보행자 교통사망률이 39.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배가 넘는다. 보행을 포함한 전체 교통사망률도 그와 비슷하다. 특히 부산은 노령층의 보행안전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18년 전국에서 노인이 길을 걷다가 사고를 가장 많이 당하고, 그 사망률이 가장 높은 지역이 바로 부산이다. 보행친화도시라는 기치가 무색하다.

경찰청이 15년 만의 도로교통법 전부 개정에 박차를 가한다는 소식이다. 어제 개정안 초안을 마련하고 일선 경찰관 의견 접수와 관계부처 협의, 법제처 심사 등의 절차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국민적 영향이 큰 법이라 공청회를 통한 각계 의견수렴도 제대로 이뤄져야 하겠다. 더구나 초안에는 ‘차가 아닌 사람이 도로교통법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하고, 보행자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그러나 관건은 철저한 실행이다. 지난해 국내 보행 교통사망자 가운데 노인이 전체 56%를 차지하는 게 우리의 현주소다. 이래서는 걷기 좋은 나라와 도시가 되기는 어렵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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