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운동하는 게 쉽지 않다. 오랫동안 아침마다 수영을 했었는데 샤워장이 문제가 된다고 해서 그만두었다. 그렇다고 헬스나 춤은 더욱 어렵다. 밀폐된 공간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있으면 전염병에 취약하다고 한다.

스포츠를 즐기기에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홈트(홈 트레이닝)가 유행이라고 한다. 유행을 따라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홈트 대열에 동참했다. 실내 자전거와 러닝 머신·스쿼트 머신을 구입했더니 집안이 갑자기 헬스장으로 바뀌었다. 스포츠센터에서 운동하려면 오가는 시간과 샤워 시간까지 합쳐 3시간이 소요되는데 집에서 운동하면 그런 번거로움이 사리지고 오로지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겠다 싶었다. 처음에는 운동기구들만 보고 있어도 뿌듯했다. 그냥 다이어트가 되는 듯 했다.

불어난 뱃살을 빼겠다는 결기는 작심삼일에 그쳤다. 혼자 운동하기가 쉽지 않다는 걸 3일 만에 알았다. 결국 운동기구들은 빨래 건조대가 되었다.

집안에서 혼자 운동하기는 싫고 달덩이 같은 얼굴이 더는 커지지 않게 하려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친구와 걷기로 했다. 걷기는 운동화만 있으면 된다. 요즘은 하천이나 산에 걷기 좋은 길이 많다. 접근성도 좋다.

친구와 하천을 천천히 걷자 그동안 지나쳤던 자연의 아름다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바람에 실려와 하천 길에 정착한 이름 모를 들꽃들이 얼굴을 내밀며 활짝 웃고 있고 수면 아래로는 잉어가 제 몸을 흔들면서 유유히 헤엄치고 있었다. 물 위로는 오리가 흔적을 만들기 위해 부지런히 헤엄친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들이지만 어느 것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었다.

걷기 위해 나온 사람들의 재미있는 공통점도 보였다. 주변을 둘러 보는 이가 적다는 것이다. 오로지 걷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앞만 보고 걷는다. 운동하는 목적에 집착하는 것이다. 바쁜 일상에 지겨워하면서도 소박한 자연을 느끼거나 보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한 번쯤 주변에 핀 이름 모를 야생화를 감상하거나 가끔 가만히 서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낄 때 오히려 큰 여유가 찾아온다. 분위기 좋은 카페에 앉아 우아하게 커피를 마시는 것만이 삶이 주는 즐거움이 아니다. 잠깐 시간 내서 주변을 걷는 것도 일상의 즐거움을 충분히 선사한다.

우리는 자연 그러면 거대한 자연을 떠올린다. 설악산·지리산이나 제주도에 가야만 자연을 만나는 줄 안다. 그런 곳이 아니면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설악산이나 지리산은 정말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위대하다. 일상에서 만나지 못하는 색다른 위엄이 있다.

하지만 거대하고 위대한 자연을 만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조금만 시선을 돌려도 얼마든지 아름다운 자연을 느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름난 풍광을 만나기 위해 일 년에 한 번 아니면 두어 번 행사를 치르는 것처럼 찾는다. 그런 곳은 감상용 자연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현실에서 벗어나 자연을 느끼고 싶다는 갈망은 많지만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자주 찾지 못하는 것이다. 반복되는 일상을 벗어나 높은 산을 찾았다고 해도 우리는 도심보다 더 바쁘게 움직인다. 정상을 밟아야만 진정한 산을 보았다고 생각해 무조건 앞만 보고 간다. 등산로 주변을 돌아보지 않는 것이다.

심지어는 어쩌다 찾은 자연을 사진 속에 담아두기 바쁘다. 사진이나 동영상을 통해 그곳에 왔다는 것을 기억하고 추억을 남기기 위해서다. 아름다움을 눈앞에 두고도 그것을 볼 생각하지 않고 사진 찍는 일에만 몰두한다. 자연은 이벤트처럼 일 년 혹은 이 년에 한번 보아야만 아름다운 것도 아니며, 자연 그 자체가 목적도 아니다. 하천이든 골목길에 찾은 들꽃이든 둘레 길에서 만난 나무도 나와 함께 있다면 그것이 일상의 행복이고 삶이 주는 축복이다. 행복은 사소한 것에 있다. 천천히 내딛는 걸음 속에서 여유로움을 충분히 가질 수 있고 불어오는 바람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산다는 것의 즐거움을 알게 된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는 사람이 많은 곳을 멀리해야 하는 환경에 놓여 있다. 이런 상황을 괴롭다고 생각하지 말고 세상이 주는 소란스러움에서 잠시 벗어나 주변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된 것에 감사해하자. 행복은 일상에 있다.

서양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