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80일 만에 고3부터 등교 개학을 시작했다. 확진자가 발생한 지역에서는 아직 등교하지 못하기도 하고, 격주제로 학교에 가는 등 완전히 이전과 같은 상황은 아니긴 하지만, 아이들 모두 안전하게 학교에 갈 수 있을 때까지 학교도 학생도 모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확진자와 사망자 숫자에 무감해지지 않기 위해 통계 자료를 찾아보았다. 자료를 보던 중 ‘확진자 연령별 현황’에서 시선이 멈췄다. 이 글을 쓰고 있는 6월 7일 현재, 30대 이하 확진자 중 사망자 수는 0명이다. 30대 이하의 경우 단 한 명도 코로나19로 죽지 않았다. 30대 이하 확진자 수는 4038명으로 전체 확진자의 약 34%로, 그 수가 적지 않다. 코로나19가 노약자에게 더 치명적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이 숫자는 나에게 큰 충격이었다.

그 이유는 자살로 죽는 청소년들의 숫자가 순간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지난 4월 발표한 ‘2020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청소년(9세~24세)은 827명이다. 자살위험군의 숫자는 무려 2만3324명이다. 코로나19 확진자의 무려 5.7배 수치다.

아이들은 왜 스스로 목숨을 끊는가. 그에 대한 정확한 분석은 어렵겠지만, 9~17세 청소년의 스트레스 요인이 ‘성적 때문에 부모님으로부터’ ‘숙제나 시험 때문에’ ‘대학 입시 또는 취업에 대한 부담 때문에’(2018년 통계청) 등으로 대부분 학업인 것과 연결해서 생각해보면, 학업 요인이 자살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자살의 직접적인 원인이 학업이 아닐지라도, 우리나라 청소년이 겪는 친구 관계의 어려움, 가족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불안함, 학교폭력으로 인한 불안과 공포 등을 고려하면 그 근본에는 분명 지나친 경쟁과 오직 성적만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있다. 과도한 경쟁심리와 그에 따른 열등감에 지친 아이들은 스스로를 건강하게 지킬 힘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코로나19로 80일 넘게 모든 학교를 멈춰 세운 것은 오직 아이들의 생명 때문이었다. 아이들이 죽지 않도록, 다치지 않도록, 아프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병의 원인과 치료방법을 알지 못하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바로 잠시 기존 방식을 멈추고, 새로운 방법을 고안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개학을 몇 번이고 미루고, 온라인 개학을 대대적으로 시행하며, 그마저 어려운 곳에는 스마트기기를 지원하거나 돌봄교실을 운영해 물심양면 챙기고, 전 국민에게 아이들이 안전하게 학교에 다시 갈 수 있도록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해달라고 재난문자를 보냈다.

그런데 왜 더 많은 아이의 목숨을 앗아가는 이 잔인한 입시 위주 경쟁교육은 멈추지 않는가? 0:827, 그리고 4038:2만3324. 왜 이 숫자가 말해주는 것을 우리는 외면하는가?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것이 ‘공부’인 나라다.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더 많은 아이를 죽음으로 내모는 ‘입시 지옥’의 나라다.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응한 것과 똑같은 원칙으로, 아이들이 죽지 않도록 지금 당장 입시제도를 멈추고, 단 한 명의 아이도 죽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우리는 왜 그 일에는 이토록 오래 망설이고 있는가?

아이들이 다시 학교에 가고, 개학하자마자 시험 칠 준비를 하고 있다. 시험이 학교에 따라 한 번 또는 두 번 사라지면서 느끼는 심리적 압박감은 더해졌다고 한다. 아이들이 또다시 학업 스트레스로 무기력해지고 지쳐가고 있다. 코로나19의 위험에서 애써 구해낸 아이들이 ‘학업’으로 죽음의 길에 내몰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코로나19의 위협으로부터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아이들을 단 한 명도 죽지 않게 했듯이, 아이들의 생명이 짓이겨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이들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하는 교육의 컨트롤타워를 당장 만들어, 아이들을 살려내야 한다.

‘인디고잉’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