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발 코로나19 재확산이 심상치 않다.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깜깜이 환자’ 증가세도 뚜렷하다. 방역당국이 제때 확진자의 감염 장소와 접촉자를 파악해 내기 어려워 ‘n차 감염’이 전방위로 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새로운 바이러스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다 보니 치료제나 백신 개발 속도 역시 느리다.
심리적 공포감은 사스·메르스보다 더 큰 것 같다. 사스와 메르스가 유행하던 당시 치사율은 각 10%와 35%에 달했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자마자 건강이 급격히 나빠져 환자 조기격리가 가능했다. 바이러스 확산도 제한적이었다. 반면에 코로나19는 치사율은 약 6%인데 반해 확진자는 214개 국가에서 700만 명에 달한다. 국가별로 치사율이 다른 것은 의료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는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급속하게 퍼지는 이유는 ‘매우 치명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감염되어도 심하게 아프지 않고 무증상도 많다. 바이러스도 인체 세포에 잘 달라붙도록 변이되어 배출량이 많다고 알려졌다. 경증의 코로나19를 앓다 완치된 사람 중 절반은 1~8일 동안 바이러스를 배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증상이 사라져도 전파력은 갖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감염자가 음성 판정을 받았더라도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해 2주 동안은 추가 격리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근에 완치되었거나 무증상자라도 관리해 전파를 최대한 막아야 한다는 뜻이다.
코로나19의 확산과 영향을 최소화하려면 정부기관과 개인 대응이 동시에 중요하다. 정부는 관중이 많이 모이는 콘서트나 스포츠 이벤트를 금지하고 확진자가 발생한 직장이나 학교를 폐쇄해야 한다. 전문 의료서비스를 최대한 확보하고 보건의료 종사자에 대한 지원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질병의 조기 확산을 막기 위해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을 추적하는 역학조사가 원활히 이루어져야 한다. 증상 발현부터 격리 시점까지의 시간 단축과 재택치료·진단검사 지원도 마련해야 한다.
특히 비정규직·일용직 노동자에 대한 섬세한 관리가 필요하다. 쿠팡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확진자 상당수도 아르바이트였다. 생계를 위해 투잡·쓰리잡을 뛰는 일용직들은 접촉자가 많은 데도 고용정보에 정확히 잡히지 않아 동선 추적이 어렵다. 그만큼 추가 전파 가능성도 크다. 노동 문화 개선과 함께 비정규직을 사회안전망에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정부가 이러한 조치를 취해도 개인이 잘 대처하지 않으면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n차 감염’을 막는 손 쉬운 길은 대규모 집회나 혼잡한 장소의 출입 자제이다. 확진자가 줄면 의료서비스가 감당하기 힘든 상황을 피할 수 있고, 경제적 손실을 관리 가능한 범위 안에서 유지할 수 있으며, 백신과 항바이러스 치료제를 개발해 낼 수 있는 시간도 벌 수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주로 비말(침방울)로 배출된다. 손에 확진자의 비말을 묻힌 채 얼굴을 만지면 바이러스가 몸 안으로 들어간다. 바이러스는 생각보다 더 오래 물체에 남아 있다고 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지하철 손잡이와 마트 카트 손잡이에서는 최대 3일, 택배상자와 같은 두꺼운 종이에는 최대 하루, 편의점이나 음식점의 출입용 유리문은 최대 4일까지 바이러스가 생존할 수 있다. 공공시설에서 이용자가 만지는 위치는 비슷하므로 각자 손을 최대한 자주 씻는 것이 중요하다.
마스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에 감염되었더라도 마스크를 착용하면 배출되는 바이러스 숫자가 상당히 감소한다. 무증상 감염자가 많을 경우 더욱 효과적이다.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나기 전부터 바이러스를 배출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으므로 증상과 관계없이 마스크를 착용하면 감염을 막을 수 있다.
‘생활 속 거리두기’가 이어지면서 많은 사람이 지쳐가는 가운데 최근에는 기온이 올라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기본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전염병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전파되지 않으면 결국 사라지고 만다. 따라서 감염자 수를 줄이기 위해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철저한 개인 대응이다. 비록 긴 싸움이 되겠지만 우리 모두가 수준 높은 국민의식을 발휘해야 사회와 가족을 지킬 수 있다.
인제대 리버럴아츠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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