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떡 사진 먹음직스럽다. 샛노란 참외에서 단물이 흐른다. 교환을 제안하는 품목들이다. 빵 냄새가 화면 밖으로 배어 나오는 통밀빵, 윤기 잘잘 흐르는 햅쌀, 연잎밥, 표고버섯, 사람들이 서로 무언가 주고받는다. 기브 앤 테이크. 실용적이면서 각박하지 않다. ‘필요가 가치가 된다’. 슬로건이다. 돈으로 거래하지 않는다. 돈 없이 교환해보는 기회를 갖고, 물질과 물질의 선순환 경험을 쌓는다. 내가 가진 물건, 또는 쓰이지 않는 물건을 더 필요한 분들에게 드리고, 나의 생산물을 다른 생산물과 바꿔 먹는다. 클럽을 만든 분이 밝히는 취지가 아름답다.

페이스북 물물교환 클럽에 가입했다. 일부나마 돈의 바깥에서 교환을 통해 살아보기를 시도하는 네트워크다. 벼룩시장과 비슷한 점도 있으나, 결정적 차이는 돈을 매개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새로 구성된 팀의 현황을 들여다본다. 1월 우리콩간장 2월 함초소금과 비금섬초…7월 아스파라거스 8월 조선오이 9월 수제비누 10월 동백이 앞치마 11월 사과 12월 국화꽃차.

시스템은 간단하다. 개별 물물교환과 팀 물물교환이다. 개별 물물교환은 자유로운 형식으로 사진과 잉여품목의 종류와 양을 제시한다.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자신이 줄 수 있는 물건을 댓글로 제시한다. 가진 사람, 원하는 사람, 필요로 하는 사람 사이에서 제안과 선택과 배제와 수락의 의사 표시가 오간다. 약속이 이루어지고 교환이 성사된다.

팀 물물교환은 열두 명 단위 한 팀이 제각기 어느 한 달을 자기 몫으로 정한다. 정해진 자기 달에 나머지 열한 명에게 자신의 물품을 보낸다. 나머지 열 한 명이 매달 자신의 달에 같은 역할을 한다. 열두 명은 매달 물품을 받는다. 선물처럼. 성사 뒤에 달린 댓글들이 훈훈하다. 화폐를 매개로 ‘값’이 매겨지는 등가교환과는 성질이 다르다.

교환되는 물건의 값은 시소에 탄 것처럼 어느 한 쪽의 무게가 기울 수 있다. 영국 동화 ‘잭과 콩나무’는 교환 이야기이다. 가난한 소년 잭은 젖소를 팔러 가다 길에서 만난 남자와 이를 교환한다. 교환 물품은 콩. 화가 난 어머니는 콩을 마당에 내던진다. 콩은 싹이 나 하늘에 닿는 큰 나무로 자란다. 잭은 콩나무를 타고 구름 위 거인의 집에 도착하고, 금달걀, 보물자루, 노래하는 하프를 가져온다. 짧게 보면 손해가 되는 어리석은 교환이 길게 보면 득이 된다. 교환에서 고려돼야 할 점은 가치다. 쑥떡 한 조각 값은 미미하지만, 어머니와 어린 시절의 황금시간을 소환하고 재현하는 쑥떡의 가치는 값을 매길 수 없다. 나아가 묻어오는 인간적 냄새, 파생되는 인간관계에 어떻게 값을 매길 수 있을까.

잉여와 결핍의 오목과 볼록을 짜 맞추는 테트리스 게임 같은 실물교환은 신선한 틈새 경제다. 편재된 자원의 소규모 단위 이동인 물물교환의 견인차는 택배 시스템 발달이다. 원시경제의 물물교환은 지근 거리에서만 가능했으나, 지금은 물류 시스템 발달로 원근은 문제가 안 된다. 이 경제활동은 금융자본주의 자장 밖에 있다. 바탕에는 무소불위 권력을 행사하는 거대 금융자본주의의 결함과 그에 대한 불만족이 깔려있다. 화폐 없이 살아보려는 작은 실천의 콩이다. 화폐와 공존하며 금융자본주의를 보완하는 효과가 있다.

화폐와 금융시스템이 고도로 발달한 21세기, 인간이 만든 돈이라는 경제 매개체는 사회의 주인으로 군림한다. 나아가 자신을 창조한 인간을 노예로 전락시킨다. 물물교환은 단순한 시대착오가 아니라 폭력적 주인에게서 부분적이나마 자유를 갈구하는 독립 선언이다. 돈의 노예가 되지 않는 삶을 꿈꾸는 틈새 이단 행위들이 신선하다. 이 작고도 큰 공유경제 활동은 돈에 대한 불안과 강박을 일부 해소하는 효과가 있다. 돈이 많지 않아도 실물과 네트워크가 있으면 자율적 생존이 가능하다는 인식을 만들어주는 서바이벌 게임, 생존놀이라고 할까.

애재라, 그러고 보니 나에게는 교환할 실물이 없다. 연잎밥과 참외와 쑥떡 앞에서 군침 삼키는 쑥스러움과 먹을 수도 없는 시의 불균형이여. 가지지 않은 물목을 뒤적여보는 참 외로움이여. 물질과 마음 사이 틈과 균형에 대해 곰곰 생각하는 심심함이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