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신임 원내대표가 청와대에서 첫 회동을 가진 것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우선 내일 21대 국회의 임기 시작을 앞둔 시점에서 국정최고책임자와 여야의 원내사령탑이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비롯한 국정 전반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는 점이다. 협치를 위한 첫 발걸음을 뗀 모양새다. 문 대통령의 초청에 의한 회동이 2018년 11월 5일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의 첫 회의 이래 1년6개월(566일) 만에 이뤄진 점도 그 무게를 한층 더한다고 하겠다.

오찬을 겸한 이번 회동이 156분간 이어졌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위해 참석자를 최소화한 점도 바람직한 현상으로 여겨진다. 20대 국회에서는 여야의 극한 대립으로 국민적 지탄이 높았던 만큼 21대는 초반부터 협치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의지가 담긴 걸로 읽힌다. 하지만 회동의 결과는 썩 만족스럽지 않아 보인다. 코로나19 국난 및 경제위기 극복에는 뜻을 모았으나, 여러 쟁점에서는 역시 이견이 노출되어서다.

국회 원 구성과 관련한 법사위원장 등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만 해도 그렇다. 이를 둘러싼 여야 원내대표의 입장 차가 재확인되었으니 말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7월 출범과 관련해 문 대통령이 협조를 당부한 데 대해서도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고 한다. 주 대표는 그 외에도 현 정권의 적폐청산 정책과 사법기관 중립성 등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 여야 간 협치와 국회 운영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물론 첫 술에 배 부를 수 없다. 협치는 더 그렇다. 문 대통령의 언급이 아니어도, 대통령과 여야가 자주 만나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풀어나가야 한다는 건 말할 나위가 없다. 더구나 지금은 세계적 대공황에 버금갈 정도의 위기상황이다. 이를 타개하려면 국가 역량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종전처럼 당파적 이해관계 등에 얽매여서 될 일이 아니다. 이번 회동이 대통령과 여야가 협치의 길로 가는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