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우리 며느리는 부모가 넷이다 /황선준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5-27 20:04:03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상견례라면 자녀의 결혼을 앞두고 양가 부모들이 만나는 상당히 딱딱하고 예를 갖춘 만남이다. 만나는 장소나 옷차림 등도 꽤나 신경 써야 한다. 우리 부부는 얼마 전 런던에서 상견례 격으로 며느리의 부모를 만났다. 큰아들은 직장에서 만나 사귀던 여자와 런던에서 전격적으로 동거에 들어갔다. 이곳은 동거와 결혼이 똑같은 법적 지위를 가진다. 며느리는 독일 출생이고 아들 내외는 여느 결혼한 젊은이들처럼 주택, 출산 등 미래를 설계하기 시작했으며 양가 부모를 런던으로 초대했다.

상견례 장소는 PUB(맥줏집)이었다. 택시에서 내려 여행가방을 끌고 PUB에 들어가니 앉을 자리도 없이 사람들이 많았다. 맥주판매대 앞에 선 채로 맥주를 한 손에 들고 며느리의 부모들과 첫인사를 했다. 며느리 부모 측에선 며느리의 어머니와 새 아버지, 며느리의 아버지와 새 어머니 이렇게 4명의 부모가 왔다. 맥주가 두어 잔 들어가니 서먹한 분위기도 사라졌다. 다음날은 주말이라 우리 8명은 이틀 동안 식사를 같이 하고 하루 2만 보 이상 런던 거리를 거닐며 관광을 했다. 며느리의 부모는 각각 새 배우자와 얘기하고 사진을 찍어주고 팔짱을 끼고 걸으며 친근감을 표현하는 데 인색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옛 부부가 서로 원수가 진 것도 아니었다. 아주 다정스럽고, 딸과 셋이서만 얘기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남편들끼리, 부인들끼리도 전혀 거리낌 없이 지냈다.

한국에서는 이혼하면 가정이 파탄 나고 재산 분할, 양육권 문제 등으로 소송까지 하며 원수가 되어 헤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혼에 대한 사회적 시선도 좋지 않다. 살다 보니 부부란 게 일심동체가 아니고 이심이체였다. 일심동체란 여성의 인격체와 독립성을 인정하지 않고 남성에 종속된 것을 도덕화한 가부장적 부부 모형이었다. 그리고 사랑도 처음 만났을 때처럼 언제나 뜨겁게 지속되는 게 아니었다.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면 많은 갈등이 생긴다. 문제는 이런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이다. 계속 같이 살며 싸울 것인가? 원수로 헤어질 것인가? 재혼하여 제2의 기회를 가질 것인가?

젊은이들 사이에 이번 생은 망했다란 뜻의 ‘이생망’이란 단어가 있다. 그들의 삶이 오죽 힘들면 이런 단어까지 생겼을까? 어른도 마찬가지다. 한 번뿐인 생인데 싸우며 원수로 살다 망한 생으로 마감할 수는 없지 않은가? 누구도 이생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권리가 있지 않은가? 많은 부모가 자녀 때문에 이혼하지 못하고 애정도 없으면서 같이 산다고 한다. 그러나 심하게 싸우는 부모 밑에서 성장하는 아이들보다 재혼하여 행복하게 사는 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더 안정되고 행복하다는 연구가 많다.

부모 이혼으로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며 며느리에게 부모의 이혼에 대해 물어봤다. 상상을 초월하는 긍정이었다. 부모는 자신이 너무 어려서 이혼했고 당시 주위의 많은 부모들이 이혼하여 이혼한 게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고 한다. 어머니랑 같이 살았고 아버지랑 수영을 하거나 영화를 보고 여행을 하며 많은 시간을 같이 보냈다고 한다. 자신의 대학 학비 문제로 부모가 다툰 적이 있지만 거의 다투지 않았다고 한다. 이제 자신이 아이를 낳아 독일의 부모를 방문하려면 두 군데를 다니는 게 좀 불편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그러나 부모가 서로 새로운 사람 만나 지금처럼 행복하게 사는 게 무엇보다 보기 좋고 자신도 행복하다고 한다. 이혼을 해도 부모가 언제나 가까이 있었던 것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니 다른 대안 없으면 원수 되기 전에 헤어지고 제2의 기회를 찾고 자녀를 위해 최선을 다하라. 이제 동거(사실혼) 가정, 이혼 가정, 한 부모 가정, 다문화 가정, 성소수자 가정 등에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 또는 이들 가정을 소위 ‘정상 가정’으로 취급해야 한다는 말은 사족이 된다. 단지 여러 형태의 가정이 있을 뿐이다. 당연 모든 가정의 동등한 법적 지위도 마련돼야 한다.

우리는 런던에서 헤어지며 며느리의 부모들에게 다음은 스웨덴에서 만나자고 했다. 코로나만 없었더라면 아마 지금쯤 며느리의 네 부모는 스웨덴으로 왔을 테고 우리는 이어 독일 방문을 계획했을 것이다. 우리 며느리는 이제 여섯 명의 부모를 가지게 되었다.

전 경남교육연구정보원장·스톡홀름대 정치학박사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근교산&그너머 <1184> 경남 산청 대원사계곡길
  2. 2"찌질하고 짠내나는 꼰대인턴 속 열찬이, 나와 80% 정도 닮아"
  3. 3오동통 낙지, 뽀얀 전복…통영바다서 건져낸 해물 한상
  4. 4[서상균 그림창] 다급한 사람들
  5. 5하늘 맞닿은 초원서 동해가 한눈에…강원도 ‘당일치기’ 가볼까
  6. 6[다이제스트] 임실서 천년 고찰, 순창선 출렁다리 체험 外
  7. 7부산 이동준, K리그1 10라운드 MVP 선정
  8. 8부산 교정시설(구치소·교도소) 통합이전 민관 협의체 7개월째 헛바퀴
  9. 9286일 만에 터진 이강인 ‘극장골’
  10. 10손흥민 박지성 홍명보 이영표, AFC 팬투표 월드컵 베스트 11
  1. 1윤석열 “수사지휘 존중…독립수사본부 꾸리겠다”
  2. 2노영민 “7월 내 반포아파트 처분 … 국민 눈높이 미치지 못해 송구”
  3. 3남보다 못한 우리편…시의회 의장선거 여당 반란표가 11표
  4. 4서울 아파트 후폭풍…박민식·유재중·이진복 “출마 땐 처분”
  5. 5정세균 “한 채 남기고 다 팔아라”…당·정·청 고위직에 부동산 ‘역풍’
  6. 6정부, 내달 낙동강 물 공급 계획안 발표
  7. 7내년 부산 시장 선거에 '서울 아파트' 쟁점 점화
  8. 8부울경신공항 침묵 정치권에 불만
  9. 9국토위 PK 여당 0명 야당 4명…관문공항 제대로 챙길까
  10. 10예결위 부산의원 3명…내년 국비 기대반 우려반
  1. 1주가지수- 2020년 7월 8일
  2. 2 한국신발디자인공모전 개최
  3. 3 올뉴 아반떼 N라인 렌더링 공개
  4. 4 넥센타이어 우수 품질업체 선정
  5. 5금융·증시 동향
  6. 6트럭부터 경차까지…‘차박(차+숙박)’ 열풍에 캠핑카 쏟아진다
  7. 7 황금알이라던 BIFC(부산국제금융센터) 상가…카페만 북적, 곳곳 '임대·매매'나붙어
  8. 8항공업계 재편 ‘난기류’…제2 한진해운 사태 우려
  9. 9화물차 캠핑카로 개조해도 화물 운송기능 그대로 유지
  10. 10 서브원
  1. 1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 63명…해외유입 3개월여 만에 최다
  2. 2부산 코로나19 신규 확진 ‘0’…러 선원 7명 완치
  3. 3오늘내일 내륙 곳곳에 소나기…모레 전국 확대
  4. 4WHO, 코로나19 공기감염 가능성 새로운 증거로 인정
  5. 5코로나19로 전국 480개 학교 등교 수업 중단…전날 대비 6곳↑
  6. 6거제 코로나19 확진자 2명 추가. 카자흐스탄 30대 40대 남성
  7. 7타워크레인 고공농성 벌인 50대, 9시간 만에 내려와
  8. 8‘손석희 공갈미수’혐의 김웅, 1심서 징역 6개월
  9. 9여름밤 해운대 해수욕장서 치맥 못 먹는다
  10. 10진주 화학제품 공장서 질산 용액 누출 … 인명 피해 없어
  1. 1이강인 ‘2호 골’ 드디어 터졌다 … 발렌시아 구한 감아 차기
  2. 2'야구로 하나되자' 롯데, 2차 응원 전한다
  3. 3부산 이동준, K리그1 10라운드 MVP 선정
  4. 4손흥민 박지성 홍명보 이영표, AFC 팬투표 월드컵 베스트 11
  5. 5286일 만에 터진 이강인 ‘극장골’
  6. 6불펜 악몽 ‘롯데시네마’ 또 돌아왔다
  7. 7류현진, 마스크 쓰고 캐치볼 훈련
  8. 8토트넘 VS 에버튼 선발 라인업 공개...‘손흥민 출격’
  9. 9“첫 대회부터 메이저급…부산오픈 지역 자긍심 높일 것”
  10. 10연장 12회 말 끝내기 역전포 허용... 롯데, 다잡은 경기 또 놓쳤다
우리은행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김두관·서병수 진심 인터뷰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울산 경남 당선인 역점 법안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세계유산은 희생 없이 절대 가질 수 없다
포구예찬
기고 [전체보기]
악몽 속 공연업계, 그래도 희망을 붙든다 /김광우
‘냉면으로 하든지’ /김강희
기자수첩 [전체보기]
숫자 너머의 의미 /배지열
공공의료 확충 꿈만 꾸면 늦다 /김준용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누가 바람과 함께 사라질까
초선 의원들은 잘할 수 있을까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불교의식 음악과 춤 단상
방탄소년단 슈가와 대취타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후반기 시의회 스스로 위상 강화를 /이병욱
집값 잡겠다는 정부 믿을 수 있나 /장호정
도청도설 [전체보기]
탄소중립 실천연대
축제 사라질 가을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손편지의 위로
빈자일등(貧者一燈)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남도 갯벌 여름 별미 짱뚱어탕
추억이며 현재인 ‘기사식당’
사설 [전체보기]
이번엔 과불화화합물…끊이지 않는 낙동강 식수 불안
다주택 고위공직자 모범 없이 들끓는 민심 가라앉겠나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이유
재난기본소득, 정명(正名) 아니다!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6·25전쟁, 끝내야 한다
코로나19와 한국의 중견국 외교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세계 최초의 추상화가
바젤리츠는 왜 거꾸로 그렸나
이홍 칼럼 [전체보기]
경제 후폭풍이 몰려오고 있다
코로나가 한국에 준 새로운 기회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민선 7기 반환점…갈 길 먼 지방분권
질본 승격 논란이 남긴 것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6월의 뱃노래
장미꽃과 하프와 5월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 빈티지가 중요한가요?
감성을 스치는 샴페인과 펫낫
특별기고 [전체보기]
‘도시국가’시대 市長의 역할 /정해문
‘코로나 19’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곽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겸재의 신비한 그림 ‘사직송’
홍현주의 ‘소림모옥도’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