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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더이상 ‘오거돈’ 궁금하지 않다 /이승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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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사퇴 이후 두문불출했던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지난 22일 부산경찰청에서 13시간 넘게 피의자 조사를 받고 취재진 앞에 섰다. 부끄러운 잘못을 저지르고 언론 앞에 선 공인의 표정이 궁금했지만, 마스크를 써 확인할 수 없었다. 오 전 시장은 6차례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하면서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코로나19 상황이라 마스크를 쓰는 게 예의가 된 지 오래지만, 시민에 대한 예의보다 중요할까 생각이 들었다.

이날 오 전 시장의 공개 소환을 앞두고 부산경찰청 출입기자들은 새벽부터 분주했다. 행여 오 전 시장이 부산경찰청 정문과 후문 대신 잘 알려지지 않은 ‘뒷구멍’으로 조사실에 들어설까 우려한 탓이다. 오전 8시30분 오 전 시장이 이미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우려는 현실이 됐다. 비난 여론이 쏟아졌다.

그 때 취재진의 마음 속에서는 믿음을 저버린 전 시장으로부터 기어코 ‘한 말씀’ 들어야겠다는 오기가 작동했다. 그렇지만 ‘면목이 없어서 그랬겠지. 취재진을 맞닥뜨리면 진심어린 참회를 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아직 남아 있었다. 각 언론사 기자들은 오 전 시장이 조사를 받는 중에도 청사 곳곳에 진을 쳤다. 그가 조사 받기를 포기하고 귀가할 수 있는 데다 조사가 끝나더라도 오전처럼 뒷구멍을 이용해 귀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기자들이 부산경찰청 홍보실을 통해 수 차례 설득한 끝에 조사를 마친 오 전 시장이 55초 동안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공인으로서 ‘오거돈’의 모습은 딱 거기까지였다. 피해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는 기자에게 오 전 시장은 “죄송하다고 몇 번 말씀드렸다”며 더는 묻지 말라는 식으로 대답했다. 추가 성추행 의혹에 대해 묻자 그는 “그런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마치 남의 일에 관해 말하듯 했다. 결국 오 전 시장은 지금까지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이유가 뭐냐는 마지막 질문에 “예”라는 황당한 답변만 남겼다.

이날 오 전 시장은 자신을 믿어준 345만 시민 앞에서 끝까지 책임지는 공인이 되기를 포기하고 경찰에게 ‘피의자 권리’를 주장하는 ‘자연인 오거돈’이었다. ‘자연인 오거돈’을 태운 승용차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기자의 마음 속에서는 그에 대한 기대감도 함께 사라졌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거돈 씨, 이제 나는 당신이 더는 궁금하지 않습니다.”

사회1부 thinkboy7@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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