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민주화 성지’는 그냥 얻은 이름 아니다 /염창현

예전 같지 않은 市 위상에 상상 힘든 추문 겹치면서 외부의 부산 평가 악화돼

위기마다 발휘됐던 저력, 이번에도 다시 솟아나길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정부 세종청사를 오가다 대전에 사는 부산 출신 사람을 알게 됐다. 고향 떠나온 지는 오래이고 아이들도 그곳에서 학교를 다닌다고 했다. 부산에 계시는 어머니를 뵙는 일을 뺀다면 남쪽으로 내려갈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런 까닭인지 사투리도 잘 쓰지 않는다.

이만하면 거의 충청도 사람이 됐을 법하다. 그런데 프로야구 말만 나오면 신기하게도 사정이 달라진다. 그는 ‘골수’ 롯데 자이언츠 팬이다. 여전히 ‘롯데에 죽고 산다’. 지난해에는 롯데가 정규리그에서 꼴찌를 했지만, 올해는 다를 거라며 열변을 토한다. 그럴 때 보면 영락없는 부산 사람이다. 이제는 사는 곳의 팀을 응원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끼어들 틈이 없다.

외국에 나가보면 모두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고향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아무리 멀리 떠나 있어도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곳은 늘 아련한 그리움으로 남게 마련이다.

이런 이들에게 최근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은 가슴에 비수로 꽂힌다. 좀처럼 대하기 힘든 지자체 수장의 성 추행 사건이 터진 뒤부터다. 아직 결말이 나지 않은 때문이지 관련 뉴스가 보도될 때마다 주위 사람들은 불쑥 이런 저런 질문을 한다. 호기심에서 묻는 거라면 그나마 이해가 된다. 그런데 때로는 듣기 거북한 말도 나온다. “민주화의 성지가 어쩌다가 그렇게 됐냐”부터 “부산 사람들 참 창피하겠네” “부산이 그렇지 뭐”라는 식으로 발언이 이어지면 분위기는 갑자기 싸늘해지기 마련이다.

나고 자란 곳, 오랫동안 삶의 터전이었던 곳이라 해서 지상낙원일 리는 만무하다. 그렇지만 자랑은 하지 못할지언정 비아냥거리는 말을 타지에서 듣고서도 마음에 상처가 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

이 사안을 두고 정치권이 공방을 벌이는 것은 예상됐던 일이다. 지난 총선에서 진 야당은 주도권 회복을 위해서라도 거센 공세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 당연히 여당은 필사적으로 방어해야 한다. 앞으로 수사가 진행되면 누구의 주장이 옳았는지는 곧 밝혀진다. 그러나 어떤 결론이 나오든 부산 사람의 가슴에 새겨진 생채기는 쉬이 아물지 못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땅에 떨어진 부산의 위상 역시 쉽게 회복하기 힘들 수 있다.

‘부산이 우리 나라 제 2의 도시’라는 말은 한 때 진리에 가까웠다.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과연 앞으로도 이 등식이 유효할까. 확신하기 어렵다. 부정의 의미로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이가 그렇지 않은 이보다 더 많을지 모른다.

최근 발표된 여러 지표는 부산의 ‘제2 도시 수성’이 만만치 않음을 알리고 있다. 인구는 다른 도시에 추월당할 위기에 몰렸다. 전체 경제력도 예전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졌다. 일자리를 찾아 전국에서 사람이 몰려들던 때는 오래 전 의 일이 됐다. 게다가 주민의 평균 연령은 44.5세로 특·광역시 가운데 가장 높다. 미래 동력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10년 뒤 부산의 모습이 걱정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마당에 시장 부재라는 대형 악재마저 터졌으니 참 허탈한 일이다.

다행히 지역에서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은 반갑다. 부산시는 시장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공직사회 고삐를 죄고 있다. 조직을 추스르는 한편 사회 각계와 소통도 강화 중이다. 머뭇거리다가는 내년 시장 보궐선거 때까지 남은 1년이 무주공산으로 흘러갈 우려도 있다는 절박감을 인식한 행보로 보인다.

상공계는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 등 전임 시장이 추진하던 지역 현안이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힘껏 돕겠다고 밝혔다. 부산시와 경제계 간 적극 소통도 주문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부산 경제가 고사 직전에 이른 현실을 고려할 때 시와 상공계의 협력은 필수라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정치권에서는 야당이 여야와 지역 상공계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자고 부산시에 제안하고 나섰다. 혹시 깔려 있을 지도 모를 복잡한 정치적 계산을 제외한다면, 야당의 이런 시도를 애써 깎아내릴 필요는 없다.

물론 워낙 변수가 많은 만큼 일련의 계획이 제대로 진척될지는 성급하게 단언하기 힘들다. 그래도 민·관·정이 어떻게든 시장의 중도 사퇴로 인한 공백을 메워야 한다며 머리를 맞댄 것은 아주 고무적이다. 네 탓, 내 탓을 하기에는 부산이 처한 상황이 워낙 심각하기 때문이다.

부산이 자초한 위기는 스스로가 푸는 것이 최선이다. 누가 문제를 대신 해결해줄 수 없는 노릇이다. 마찬가지로 떨어진 부산의 자존심 회복도 구성원의 몫이다. 부산은 역사의 중요 고비마다 누구도 흉내내지 못하는 저력이 발휘됐던 곳이다. 그 힘이 다시 살아나길 기대한다. 이건 타지에서 고향을 바라보는 부산 사람들의 바람이기도 할 터다.

세종본부장 haorem@kookje.co.kr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주호영 “지역 선심성” 발언에…반박도 못한 부산 통합당
  2. 2동래럭키 재건축 본궤도…건설사 물밑 수주전에 값 들썩
  3. 3통합당 어깃장에 ‘해운업 생존 예산’ 날아갔다
  4. 4 사천 곤명 생태공원 길
  5. 5문재인 대통령 사저 예정지, 도로 좁아 불편
  6. 6주한미군 또 왜 이러나…해운대서 시민 향해 폭죽 난사
  7. 7부산 민주당, 소속 구의원 무더기 제명
  8. 8이낙연 지지 최인호 “견마지로” 김부겸 미는 박재호 “유세 지원”
  9. 9여당 중영도 지역위원장에 박영미…김비오 총선 후보 중 유일 고배
  10. 10오늘의 운세- 2020년 7월 6일(음력 5월 16일)
  1. 1 ‘대북 해결사’ 박지원 앞세워 남북교착 뚫을까
  2. 2북한 최선희 “북미회담설에 아연…미국과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
  3. 3통합당 국회 복귀…공수처·검언유착 특검 가시밭길
  4. 4주호영 “지역 선심성” 발언에…반박도 못한 부산 통합당
  5. 5이낙연 지지 최인호 “견마지로” 김부겸 미는 박재호 “유세 지원”
  6. 6여당 중영도 지역위원장에 박영미…김비오 총선 후보 중 유일 고배
  7. 7‘갑질’ 김문기 결국 행문위원장 낙마
  8. 8北 최선희 부상 “협상으로 우리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오산”
  9. 9비건, 내주 사흘간 방한 뒤 일본 방문…코로나19 등으로 중국 안갈듯
  10. 10정부, 임시 국무회의서 '3차 추경 배정안' 의결 예정
  1. 1감만 우성스마트시티·뷰, 북항 재개발에 인근 新주거타운 부상…트램 추진도 특급 호재
  2. 2서면 위클리스타, 5개 역사 인접 교통 프리미엄 갖춘 오피스텔
  3. 3
  4. 4
  5. 5
  6. 6
  7. 7
  8. 8
  9. 9
  10. 10
  1. 1 일요일 흐리고 곳곳 소나기…부산 19~25도·서울 20~27도
  2. 2부산 코로나 추가 확진 1명 … 멕시코서 입국
  3. 3통영에 코로나19 첫 확진자. 선원 취업 위해 입국한 외국인
  4. 4시민 향해 폭죽 터뜨리고 도주 … 부산 해운대서 미군 검거
  5. 5부산 음식점·제과점 마스크 착용 의무화 … 13일부터
  6. 6코로나 신규 확진 ‘사흘째 60명 대’
  7. 7통영 한산대첩축제, 코로나19로 올해 취소
  8. 8‘초등생 첫 확진’ 광주 북구 학교 180곳 12일까지 등교 중지
  9. 9대전서 코로나19 확진 70대 숨져…지역 두번째
  10. 10대구·경북 구름 많고, 내륙 소나기 내려
  1. 1맨유, 본머스에 5-2 완승…'4연승 상승세'
  2. 2첼시, 왓포드전 2-0 리드로 전반 마쳐…'지루·윌리안 골'
  3. 310경기 만에 깨어난 이동준, ‘2골 2도움’ 원맨쇼
  4. 4세리나 새 복식 파트너? 3살 딸과 테니스 코트 등장
  5. 5김민선 맥콜·용평리조트오픈 정상…3년 3개월 만에 KLPGA 통산 5승
  6. 6추격·버디쇼·역전…이지훈 ‘개막 드라마’
  7. 7트라이애슬론 추가 피해자 6일 기자회견 예정…지인 "처벌 받아야"
  8. 8손흥민 리그 9번째 도움 … 토트넘, 챔스리그 본선행 적신호
  9. 9
  10. 10
우리은행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김두관·서병수 진심 인터뷰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울산 경남 당선인 역점 법안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세계유산은 희생 없이 절대 가질 수 없다
포구예찬
기고 [전체보기]
‘냉면으로 하든지’ /김강희
부산 관광·마이스 산업 생존 솔루션 /이봉순
기자수첩 [전체보기]
공공의료 확충 꿈만 꾸면 늦다 /김준용
예술인 특성 고려한 지원책 필요 /김민정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누가 바람과 함께 사라질까
초선 의원들은 잘할 수 있을까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불교의식 음악과 춤 단상
방탄소년단 슈가와 대취타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후반기 시의회 스스로 위상 강화를 /이병욱
집값 잡겠다는 정부 믿을 수 있나 /장호정
도청도설 [전체보기]
무심천 흐르는 욕망
2+1 책임제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손편지의 위로
빈자일등(貧者一燈)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추억이며 현재인 ‘기사식당’
시럽빙수, 팥빙수, 망고빙수
사설 [전체보기]
환경 문제까지 심각한 김해신공항 보완책은 있나
공무원이 과반 정보공개 심의위원 개선책 서둘러야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이유
재난기본소득, 정명(正名) 아니다!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6·25전쟁, 끝내야 한다
코로나19와 한국의 중견국 외교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바젤리츠는 왜 거꾸로 그렸나
뒷모습을 그린 화가
이홍 칼럼 [전체보기]
경제 후폭풍이 몰려오고 있다
코로나가 한국에 준 새로운 기회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민선 7기 반환점…갈 길 먼 지방분권
질본 승격 논란이 남긴 것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6월의 뱃노래
장미꽃과 하프와 5월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 빈티지가 중요한가요?
감성을 스치는 샴페인과 펫낫
특별기고 [전체보기]
‘도시국가’시대 市長의 역할 /정해문
‘코로나 19’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곽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겸재의 신비한 그림 ‘사직송’
홍현주의 ‘소림모옥도’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