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뜻밖의 프레임 /강필희

겉은 “국난극복” 대 “실정심판”, ‘무상지원’ ‘조국 찬반’ 더 부각

유리한 이슈틀 짜기 여야 경쟁, 유권자의 엄정한 안목이 절실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1호 공약을 발표한 건 지난 1월 15일이다. 선거법 공수처법에 이어 검경수사권조정법이 국회를 통과한 지 이틀 만이다. 조국 일가 비위, 유재수 감찰 무마, 청와대 울산시장 하명수사 등 여권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정가를 뒤흔들고 3개 법안 강행 처리의 여진이 계속되는 와중이었다.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이 일주일 먼저 발표한 첫 번째 공약도 ‘공수처 폐지’였다. 이것으로 여권의 폭주와 실정이 좀 더 부각되길 바랐을 것이다. 그런데 이날 여당이 내놓은 건 ‘무료 와이파이 전국 확대’였다. 상대가 만든 논쟁거리를 야당이 물고 늘어지는 사이 여당은 완전히 새로운 화두를 던진 것이다. 불난 집은 그냥 두고 “여기 꽃이 피었네”하는 식이다.

민주당의 와이파이 대응이 뜬금없는 듯하지만 정치공학적으론 일리가 없는 게 아니다. 정치수사(修辭)에서 가장 나쁜 수단은 방어라는 말이 있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선거토론회를 분석해보면 자기 과시, 상대 공격, 자기 방어의 세 가지 전략 중 방어 비율이 제일 낮다. 정치인들이 수사학에 능통해서가 아니다. 수세적으로 보이기 싫은 본능이 그렇게 시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골리앗이 이길 확률은 70%가 훨씬 넘지만 골리앗의 규칙에서 벗어나면 다윗도 승률을 60% 이상으로 올릴 수 있다는 분석연구가 있다. 남의 판에서 싸우기보다 룰을 바꾸거나 판을 새로 벌이는 게 이롭다. 선거는 상대를 자신의 링으로 끌어들이는 게 절대적으로 유리한데, 이 링이 바로 이슈를 규정하는 틀인 프레임이다.

여야의 21대 총선 구호는 ‘코로나 국난 극복’과 ‘경제 실정 심판’이다. 이낙연 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은 “국민을 지키는 정부, 안전한 나라를 위해서는 압도적인 총선 승리가 필수”라고 외치고 있다. 코로나는 한때 여당의 아킬레스건이었다. 하지만 진정세가 예상보다 빠르고 진단 속도나 방역 수준에 대한 해외 언론의 칭찬이 이어지면서 지금은 오히려 강점으로 내세운다. 이에 맞선 김종인 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의 일성은 “못 살겠다. 갈아보자”이다. 소득주도 성장을 하겠다고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제, 비정규직의 정규화를 시행했지만 늘어난 건 소득이 아니라 생활고라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의 지난 3년 실정을 심판해야 한다고 벼르고 있다.

그런데 이건 표면적인 프레임이고 이번 선거에선 수면 밑 프레임들이 더 기세를 부리고 있다. 이례적인 선거 상황에서 가동되는 이례적인 이중 프레임이다. 무상지원 프레임이 그중 하나다. 정부가 소득 하위 70%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주기로 했는데 민주당은 일주일도 안 돼 전 국민 지급으로 돌아섰다. 매표 행위라고 비난하던 통합당은 갑자기 입장을 바꿔 전 국민에게 1인당 50만 원 지급을 제안한데 이어 대학생과 대학원생에게 100만 원씩 등록금으로 보태주자고 한다. 정의당 안은 전 국민 1인당 100만 원이다. 여야 없이 더 많이, 더 빨리 주자고 하는 걸 보면 돈 때문에 표심이 많이 요동치긴 하는 모양이다. ‘공짜라면 소도 잡아 먹는다’는 속담도 있는데 제 호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 아니니 정치인의 퍼주기 경쟁은 식지 않을 것이다.

또 하나가 예상치 않게 등판한 조국 프레임이다. 민주당 낙천 인사들로 구성된 열린민주당의 작품이다. 이들은 검찰총장이란 명칭을 검찰청장으로 바꾸자고 한다. 조국을 윤석열과 맞세워 선거 마케팅에 적극 활용 중이다. 열린민주당은 상대보다 1표라도 더 얻어야 승리하는 지역구 후보가 없는 비례정당이다. 당연히 지지층만이라도 끌어모아 전체 득표율을 올리는 게 목적이다. 처음에 조국의 등장을 부담스러워하는 듯하던 민주당도 조국 세력 결집으로 상승세가 나타나자 내심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눈치다. 통합당은 조국 소환을 마다할 이유가 더 없다. 조국 어젠다가 반조국 표심을 자극해 코로나에 잊혀가던 정부여당 심판론이 재부상하길 바라고 있다. 통합당은 “경제를 살릴거냐, 조국을 살릴거냐”는 구호를 대놓고 쓴다. 여당에 불리한 이슈인 조국의 소환이 범여당인 열린민주당에 의해 이뤄졌으니 기형적인 선거법이 낳은 뜻밖의 역설이라 할 만하다.

선거를 프레임 싸움으로 보는 건 정치 전문가들만이 아니다. 그간 프레임이 먹혔던 이유는 대중도 공감했기 때문이다. 프레임이 좋아서 선거에 이긴 게 아니라 대중의 여망을 프레임에 담았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선거가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코로나 때문에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선거일 이후까지 연장됐다. 올해는 만 18세라는 새로운 유권자도 생겼다. 국난 극복이냐 경제 심판이냐, 조국이냐 반조국이냐, 더 주느냐 덜 주느냐의 대결이다. 내세운 깃발이 어지럽다. 진실과 허위, 선동과 시대정신을 가려내는 유권자의 안목이 절실하다.

논설위원 flute@kookje.co.kr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오거돈 전 시장 2일 동래서 유치장 대기…호송줄 착용않고 이동과정은 비공개
  2. 2재개발 기대감, 부산 단독주택 가격 강세 이어진다
  3. 3부전~마산 복전철 신월역(김해 진례면) 건립 가속도
  4. 4‘적자 누적’ 부산 북구 빙상센터 운영중단 위기
  5. 5시-구·군 공무원 ‘코로나 업무’ 떠넘기기 싸움…시민은 싸늘
  6. 6산발적 교내·학원 감염 잇따라…학부모 “3차 등교 강행 괜찮나” 불안
  7. 7경찰대 정원 100→50명 축소…사관학교 원서 낼 때 지원동기서(자기소개서) 추가
  8. 8간판만 내세우는 롯데 외야수…'새싹' 키우기로 눈 돌려라
  9. 9여당 최인호 “전대 출마 고심” 박재호 “오거돈 사태 수습 총대”
  10. 10
  1. 1‘한국판 뉴딜’ 본격 추진…76조 쏟아붓는다
  2. 2정부 ‘일본 수출규제 관련 한국 정부 입장’ 내일 발표
  3. 3부산 강서구 신호동 인공 철새 서식지 개방 본격 추진
  4. 4동아대 총동문회,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당선 동문 축하연 개최
  5. 5통합당 1호 법안은 ‘코로나 패키지’…소상공인 지원·등록금 환불 등 담겨
  6. 6부산 야당 총선 1호 공약이던 ‘해양특별시 특별법’ 발의
  7. 7여당 최인호 “전대 출마 고심” 박재호 “오거돈 사태 수습 총대”
  8. 8민주당, 국회 개원 압박…통합당 “원구성 협상이 먼저”
  9. 9김해영 청년정책조정위 부위원장 유력
  10. 10김종인 “진취적인 통합당 만들겠다”…경제혁신위 신설
  1. 1음주·뺑소니 교통사고 보험 최대 1억5000만 원 자가부담
  2. 2금융·증시 동향
  3. 3미래먹거리 찾는 기업 늘며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가파른 증가세
  4. 4여성 1인 가구 안전대책 만들고 중년 재취업 지원
  5. 5주가지수- 2020년 6월 1일
  6. 6‘한국판 뉴딜’ 일자리 55만 개 공급
  7. 7코로나에 뒷전 된 균형발전 “지역산업 수도권과 격차 우려”
  8. 8한국해양진흥공사, 제3회 해운 신사업 아이디어 경진대회 개최
  9. 9'코로나19 직격탄' 여행업계 2분기 매출 전망치 급감
  10. 10부산항만공사, 이달부터 감천항 재난안전 방송 5개 국어로 실시
  1. 1부산 사흘째 신규 확진 ‘0’…고3 접촉자 중 추가 확진 없어
  2. 2부산 구·군 노조 5일째 시청 농성 ‘재난지원금 업무 갈등’
  3. 3해운대 레지던스 호텔서 화재, 손님 대피
  4. 4울산 북구 암시장에서 도망 나온 암소 도로 활보…초등교 하교 연기 소동
  5. 5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 35명…인천·경기 30명
  6. 6기장군 아파트 콘센트서 화재... 30대 여성 부상
  7. 7경남 고성서 화약공장 폭발 사고 … 4명 부상
  8. 8사상구 괘법동, 한국요양병원과 함께 취약계층 학생 '사랑의 PC' 지원
  9. 9창원터널 시설개선사업 최종 완료
  10. 10인천서 코로나19 집단 감염 … 15명 이상 추가 확진
  1. 1우즈 지난 1년 수입 96%가 기업 후원금
  2. 2미국 프로야구 선수들, 연봉 추가삭감 없이 팀당 114경기 제안
  3. 3흑인 과잉진압 사건에 들끓는 세계 스포츠계
  4. 4국대급 외야수의 부진…롯데 대체자원도 없어 ‘답답’
  5. 5부산 아이파크 또 미뤄진 첫 승
  6. 6부친상 겪고 데뷔전 오른 샘슨 “야구가 최고의 치료제”
  7. 7롯데, 모처럼 뒷심…두산에 전날 연장 끝내기 패 설욕
  8. 8이소영 첫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통산 5승
  9. 9‘산초 해트트릭’ 도르트문트, 6-1로 파더보른 대격파하며 2위 수성
  10. 10'우슈 산타 세계 2위’ 차준열이 밝힌 산타가 MMA에서 통하는 이유(고수를 찾아서 2)
우리은행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김두관·서병수 진심 인터뷰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울산 경남 당선인 역점 법안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포구예찬
진정으로 변해가는 모두의 시간 되길
기고 [전체보기]
폭염과의 현명한 동행 /김종석
지역균형발전, 상향평준화의 길 /권오혁
기자수첩 [전체보기]
부산 고대사는 가야사? 신라사? /권용휘
더이상 ‘오거돈’ 궁금하지 않다 /이승륜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초선 의원들은 잘할 수 있을까
히포크라테스의 거울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공연예술 패러다임 바뀐다
단절은 또 다른 생성을 낳는다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장관 출신에게 관심을 /정옥재
수도권 일극체제와 관문공항 /송진영
도청도설 [전체보기]
‘LA 폭동’ 악몽
산복도로 조망권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빈자일등(貧者一燈)
우리는 서로의 환경이다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김치의 딜레마
광주의 상추튀김과 쌈
사설 [전체보기]
‘한국판 뉴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 성장 동력 되길
도시재생사업 한다며 지역 문화유산 철거해서야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이유
재난기본소득, 정명(正名) 아니다!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코로나19와 한국의 중견국 외교
허황된 중국경사론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뒷모습을 그린 화가
권력자 마음을 꿰뚫어 본 초상
이홍 칼럼 [전체보기]
코로나가 한국에 준 새로운 기회
코로나의 도전과 한국인의 응전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또 밥만 먹는 협치?
K방역의 힘 보여주는 건 이제부터다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장미꽃과 하프와 5월
문득 찾아온 토마소 알비노니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의 숙성, 사회의 성숙
거리두기
특별기고 [전체보기]
‘도시국가’시대 市長의 역할 /정해문
‘코로나 19’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곽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홍현주의 ‘소림모옥도’
무명 천재 화가의 화조 민화
  • 낙동강수필공모전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