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옴부즈맨 칼럼] 봄날의 민족 /배현정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3-17 19:16:56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코로나19로 사회와 거리를 두는 ‘고독한 전투’가 우리 삶터에서 한창 진행 중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필자가 고작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집에서 일에 파묻혀 지내는 것이었다. 최전선에서 코로나19와 대치하는 이들을 도와줄 수 없다는 무기력함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그러다 일상이 지겨워 드라마 ‘킹덤’ 1화를 봤다. 기쁨도 잠시 필자는 ‘현실 도피’에 실패했고, 어떠한 생각에 잠겼다.

‘킹덤’ 1화는 코로나19로 골머리를 앓는 국가들의 모습을 암시하고 있다. ‘이념주의’와 ‘실리주의’의 방법을 놓고 질기게 고민하는 여러 국가의 모습이 몇 장면에서 은유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극 중 배두나는 생사를 오가는 환자들을 도덕적인 방법으로 살리는 인물이고, 다른 한 인물은 ‘살 수만 있다면’ 반인간적인 방법도 택하는 실리주의자다. 국면을 암시하는 서사는 바로 이것이다. 굴뚝에서 한동안 뜸했던 연기가 피어오르고, 굶주린 환자들은 ‘고기 죽’을 정신없이 해치운다. 이 죽은 차갑게 식은 사람의 살로 만든 것이었다. ‘삶’을 위해 환자들을 속이고 인육을 먹인 실리주의자. 그의 목적은 더할 나위 없이 위대했지만, 1화 결말은 그의 행위를 명쾌히 ‘오답’이라 말한다. 그의 방법이 틀렸기에 필자도 작가가 내린 결말에 손을 들어줬다.

주간지 ‘시사IN’으로 중국의 코로나19 퇴치 방법을 접했다. 우한과 후베이성 지역을 봉쇄했으며, 건강 상태를 적은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사람은 관리자의 독촉에 시달린다고 한다. 또한, 중국의 한 학교에서는 코로나19로 제정된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학생을 공개적으로 비판한단다. 그들의 획일적인 명령과 단합은 국가의 이념을 확실하게 따르는 행위다. 민주주의가 이념인 국가에서 성장한 필자에게 중국의 이러한 방식은 새롭고 무서웠다. 개인의 생각과 판단이 표현될 창구와 존중받을 수 있는 절차가 중국에는 없는 것이다. 감염자 발생을 막는다는, 공동체 이익을 중시하는 명목하에, 개인의 모든 자유를 국가 정부가 관리하고 있었다.

대한민국은 코로나19로 나타난 정부의 동태와 활동하는 주체들의 자발성 여부가 중국과 상당히 다르다. 이 점이 전 세계가 대한민국을 주목하는 이유일 것이다. 발병 경로를 신속히 제공하고 앞으로 대응책과 지금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한국 질병 관련 기관과 정부 그리고 나보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자 마스크를 쓰고 동틀 무렵부터 일하는 자영업자들. 코로나19 전담 병원 파견에 자발적으로 지원해 사명감 하나로 버티는 의료인들. 현장에서 감염 위기에 노출된 채 일하는 선별검사소 직원들. 이외에도 마스크를 쓰거나 외출을 최대한 자제하는 사람들. 행동 양상은 다르지만, 희생의 무게를 잴 수 없듯 우리는 코로나19 앞에서 민주주의 이념을 지켜내며 움직이고 있다.

내 옆에 있는 이를 감염에서 지키며 ‘존중’을 몸소 실현하고 있는 우리의 방법은 민주주의의 시발점이자 도착지라는 생각이 든다. 민주주의를 한 문장으로 정의 내리는 일은 어렵다. 그렇지만 ‘국민이 국가의 주인임을 느낄 수 있도록 국가 구성원이 함께 노력하는 과정’으로 거시적이게나마 민주주의를 설명할 수 있다. 우리 목표는 성취에 있는 것이 아니다. 각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번민하고 연대하는 과정. 이것이 우리가 움직이는 동력이자 목표다. 서로에게 의지하고 서로를 위하는 일 말이다.

필자는 F. 스콧 피츠제럴드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이 구절이 참 좋다.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을 때는 이 점을 기억해두는 게 좋을 거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서 있지는 않다는 것을.” 어느 이의 처절한 몸부림과 그 고통의 모양은 다르니, 그의 고통에 공감하고 연대해야 한다는 뜻으로 이 구절을 해석했다. 적어도 대한민국에 있는 이들은 자발적인 희생과 버팀 그리고 연대를 통해 대한민국의 이념을 지켜내고 있다. 비록 머나먼 여정이라 할지라도 우리의 이념으로 선택한 방법과 결정이라면, 희생의 고통을 조금씩 나누다 보면, 따뜻한 봄날을 되찾을 것이다.

부산대 3학년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신규 확진 3명…동평중학교·경원고등학교 학생 확진
  2. 2코로나19 신규확진 95명 …이틀 연속 100명 아래
  3. 3‘상온 노출’ 독감 백신 접종자 324명…하루새 100명 추가
  4. 4추석 연휴 앞둔 주말 ‘추캉스’ 분위기 시작
  5. 5하루 차이로…서면 비스타동원 전매 규제 피했다
  6. 6신공항 운명 25일 윤곽 나온다
  7. 7거제 이수도, 모노레일 등 갖춘 ‘관광 힐링섬’ 된다
  8. 8동남권발전협의회, '부울경 메가시티' 추진 막올랐다
  9. 9부산대 양산캠퍼스 2개 사업 내년 국비 0
  10. 10설치할 땐 공공예술, 증개축 땐 고철 취급…작가들 분통
  1. 1야권 통합 선 그은 김종인 “안철수 정치 모른다” 혹평
  2. 2문 대통령, 스가 총리와 첫 통화 “양국 관계 방치 안돼”
  3. 3이스타 대량해고 논란 이상직, 민주당 탈당
  4. 4여당 ‘공정경제 3법’ 속도 내는데…국민의힘 엇갈린 목소리
  5. 5김두관 “광역전철 연결해 부울경 메가시티 완성하자”
  6. 6행안위 피한 부산시, 국토위 국감 날벼락
  7. 7문 대통령 ‘종전선언’ 다시 불 붙였지만…북미 호응이 관건
  8. 8이낙연 “후보 낼지 늦지 않게 결정” 부산 공천에 무게
  9. 9국방부 “연평도 실종자 피격 후 화장 … 北 강력 규탄”
  10. 10안철수, 야권 통합 놓고 국민의힘과 샅바 싸움
  1. 1‘푸드트럭 맛집’도 드라이브 스루…긴 대기줄·코로나 감염 걱정 ‘No’
  2. 2부모님 추석음식 대신 장보기…우리집은 ‘간편 홈스토랑’
  3. 3고등어·오징어 등 자원량 급감 땐 정부 직권으로 총허용어획량 설정
  4. 4BPA, 바르셀로나에 물류센터 추진 “남유럽 경쟁력 강화”
  5. 5정부 지원없는 지역상생발전기금…부산 5년새 40% 줄어 97억 불과
  6. 6트레이더스 자체브랜드 ‘티 스탠다드’ 론칭
  7. 7공동어시장 위판액 2500억 달성 유력
  8. 8연금 복권 720 제 21회
  9. 9부산시 R&D예산 5% 증액…소부장·친환경 선박 육성 방점
  10. 10금융·증시 동향
  1. 1난치병 환우에 새 생명을 <232> 의안 수술 외국인 A 씨
  2. 2합천 폐교에 캠핑장 구비한 독서당
  3. 3거제 이수도, 모노레일 등 갖춘 ‘관광 힐링섬’ 된다
  4. 4고성, 전국 첫 ‘청소년수당’ 내년 1월부터 지급
  5. 5청년…지금이야말로 <2> 부산에 ‘살고 싶다’
  6. 6부산대 양산캠퍼스 2개 사업 내년 국비 0
  7. 7삼국시대 축성 거창 ‘거열산성’, 국가사적지 제559호로 지정
  8. 8도시·농촌 기술 교환 등 청년 자립법 호응
  9. 9‘전태일 3법’ 입법청원 10만 명 동의
  10. 10오늘의 날씨- 2020년 9월 25일
  1. 1불펜 전환 서준원, 롯데 5강 경쟁 ‘필승카드’ 될까
  2. 253세 미우라, J리그 최고령 출전기록 경신
  3. 3김광현, MLB닷컴 선정 신인 올스타 ‘세컨드팀’
  4. 4프랑스오픈 27일 개막…나달 4연패 도전
  5. 5메날두(메시·호날두) 시대 저무나…UEFA 올해의 선수 최종후보 동반 제외
  6. 6토트넘 오리엔트전 취소에 더 꼬인 살인일정
  7. 7투수 성적만큼 안전도 중요…머리 보호패드 확산될까
  8. 8수아레스 AT마드리드행, 연봉은 204억 원 반토막
  9. 9스포원 이혜진, 양양 전국사이클 3관왕
  10. 1025일도 ‘슈퍼 코리안데이’…류현진·김광현 동시 출격
우리은행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김두관·서병수 진심 인터뷰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울산 경남 당선인 역점 법안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일몰제가 준 생명 같은 교훈
2020년 지금 우리에겐 취사선택권이 없다
기고 [전체보기]
검경, 상호협력·견제와 균형의 길로 /정의롬
인적자원개발, 한국판 뉴딜의 열쇠 /최희숙
기자수첩 [전체보기]
뭐 먹지? 고민될 땐 ‘탑쓰리’ /박호걸
전재수·최인호, 가덕신공항 정치적 이용 말라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닫힌 사회와 그 친구들
삼각 교수대와 황금 요강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융합 우리를 아름답게 하리라
농악 ‘함께’와 ‘신명’의 미학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주거빈곤 아동을 바라보는 자세 /하송이
구멍 뚫린 정책, 고통은 국민의 몫 /정유선
도청도설 [전체보기]
대답 없는 장관
고향 기부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가을의 시간을 맞으며
이주의 시대와 문학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며느리는 돌아오지 않는다
자갈치시장 ‘백화양곱창’과 ‘불산’
사설 [전체보기]
산재 사망사고 솜방망이 구형, 대기업 봐주기 아닌가
북 연평도 해상 실종자에 총격 후 불까지 태웠다니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정치권으로 확산되는 기본소득 포퓰리즘
청년 기본소득이 ‘가짜 기본소득’인 이유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남중국해 갈등과 우리의 대응
기후위기 그리고 그린 뉴딜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인내와 고통으로 탄생한 명작
명작이 된 습작
이홍 칼럼 [전체보기]
코로나 아이러니
외국인 근로자 문제, 어떻게 해야 하나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당정의 균형발전 엇박자
이낙연·김종인에 주어진 반 년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명반과 곡명에 대한 편견
더위에 지친 당신께 이 곡을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으로 느끼는 자부심
가격이 중요하나요?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인상의 소나무 그림
손재형의 ‘승설암도’
  • 2020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행복한 가족그림 공모전
  • 국제 어린이 경제 아카데미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