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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미주 한인 이산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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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나 이스라엘은 소련과 대치 중이었는데…소련 정부는 가족 재결합이라는 명분이 있을 때는 자국 국민의 영구 출국을 막지 않았다.” 어린 시절을 옛 소련에서 보낸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국립대 교수는 ‘가족 재결합의 권리’라는 글에서 당시 기억을 이같이 회상했다. 그는 “1970년대 중반부터 소련의 망국까지 (가족 재결합을 위해 미국과 이스라엘로) 떠난 유대계 소련인이 20만 명에 이른다”고 했다. 동서 냉전의 엄혹한 상황도 ‘이산가족 재결합’이란 인간의 기본권은 막지 못한 셈이다.

이산가족 재결합에 관한 권리가 처음으로 문서화된 건 1948년 12월 10일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세계인권선언’이다. 이 선언은 ‘모든 사람은 자국을 포함한 여하한 국가로부터라도 퇴거하거나, 자국에 돌아갈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했다. 그 이듬해 마련된 ‘전시의 민간인 보호에 관한 제네바협약’도 ‘어떤 상황에서나 가족권을 존중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했다. 총탄과 포탄이 빗발치는 전시에도 가족과 함께 살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했으니, 종전 상황에선 더 말할 나위가 없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런 기본권이 통용되지 않는 곳이 있다. 지구촌의 마지막 남은 ‘냉전 섬’인 한반도다. 지난해 2월 ‘북미 하노이 노딜’로 남북 교류가 중단되면서 이산가족 재결합은커녕 생사 확인이나 서신 왕래, 상봉마저 이루기 힘든 꿈이 되어가고 있다. 지난해 3100여 명의 상봉 신청자가 이산의 한을 풀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현재 살아 있는 상봉 신청자는 5만2000여 명으로, 80세 이상 고령자가 60%를 넘는다.

해외 이산가족의 고통은 국내 이산가족보다 더하다. 남북 이산가족은 2018년 8월까지 모두 21차례 상봉했지만, 한국 국적이 없는 해외 이산가족은 그런 기회를 한 번도 갖지 못했다. 10만여 명으로 추산되는 미주 이산가족 역시 80세 넘는 고령자가 60% 이상이라고 한다. 해외 이산가족의 가슴은 새카만 숯이 된 지 오래다. 그들에게도 봄이 오려는 걸까. 미국 하원에서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지난 9일 ‘한국전쟁 이산가족 상봉법안’이 찬성 391표의 압도적 지지로 본회의에서 통과된 것이다. 같은 법안이 미 상원에도 발의돼 있다. 이 법안까지 통과될 경우, 미 행정부의 대북인권특사가 화상 상봉 방안을 마련하고 한국 정부와 미주 한인의 이산상봉을 논의하게 된다. 북미관계 개선에도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잠시나마 코로나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는 ‘희망 비타민’으로 다가온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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