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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아웃사이더와 포퓰리즘 /정순백

미 대선 좌우 비주류 부상, 급진 샌더스 돌풍에 주목

주류 사회 향한 경고 의미…양극화 해소가 대중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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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라서 그런가. 미국 대선 정국이 흥미롭다. 흐름이 예측 불가다. 결과는 그래서 더욱더 궁금하다. ‘우파 아웃사이더’ 대 ‘좌파 아웃사이더’의 대결이 성사될까 봐서다.

4년 전,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도 비슷한 양상은 있었다. 바로 아웃사이더의 돌풍이다.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 버니 샌더스 후보가 선전했다. 당내 비주류인 둘은 정반대 의미로 ‘또라이’ 취급을 받았다. 좌·우 양극단의 아웃사이더였기에. 그런 그들에게 대중은 열광했다. 이유에 대한 분석은 대체로 일치했다. 주류 사회에 대한 대중의 저항으로 요약됐다.

경선 결과는 달랐다. 트럼프는 이겼지만, 샌더스는 졌다. 아웃사이더의 맞대결은 무산됐다. 이것이 본선 결과에 영향을 미친 걸까. 트럼프는 본선에서 대권을 잡았다. 총득표수에서는 졌지만, 대의원 확보에서 이겼다. 미국식 간접 선거라는 독특한 제도 덕이다. 지지 기반이 약했던 탓인지 트럼프는 대통령 취임 후 많은 논란을 빚었고 탄핵 위기까지 내몰렸다. 하지만 중요한 건 경제였다. 쌀독에서 인심 난다고 하지 않았나. 그가 외친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는 통했다. 경제가 좋아지니 대중 인기는 식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2월 국정수행 지지율은 46%까지 치솟았다. 취임 직후인 2017년 2월에 이어 최고치다. 올 연말 대선에서 재선될 것이라는 의견도 65%에 달한다. 이번 대선 후보 당내 경선도 싱겁다. 트럼프의 독무대다.

양상이 재미있는 건 민주당이다. 샌더스 상원의원이 또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에도 아웃사이더 돌풍으로 불린다. 초반 질주는 4년 전보다 무서웠다. 당내 경선 지지율 1위를 달리자, 집중 포화를 맞았다. 공화당이 아니라 민주당 내 공격이다. ‘반샌더스’ 전선이 형성됐다. 당내 최고 엘리트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중심으로 주류 측이 결집했다. 레퍼토리는 2016년 대선과 비슷하다. 너무 급진적이란 것이다. 이른바 미국식 ‘색깔 논쟁’이다. 샌더스 상원의원은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한다. 이상주의자라고 불린다. 공약은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의료보험 개혁, 공립·주립 대학교 무상교육, 은행과 대기업 등 중과세, 상속세 신설 등등. 샌더스의 공약을 실현하려면 2조~3조 달러가 들 것이라고 지적받는다. 정부지출은 현재보다 50% 넘게 증가해야 한다는 비판도 있다.

그래서 펼쳐지고 있는 게 포퓰리즘 논쟁이다. 대중의 입맛에는 맞지만, 현실성 없는 공약이라는 것이다. 이런 비판은 민주당 내에서 더 거세다. ‘트럼프에게 필패할 후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샌더스가 후보로 나서면 대선은 ‘사회주의 대 자유주의’ 구도로 변질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과연 샌더스 상원의원이 민주당 주류 측의 이런 저항을 물리치고 본선에 진출해 트럼프 대통령과 맞대결을 벌일 수 있을까. 아직은 성사 여부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중반전에 접어든 민주당 경선은 ‘샌더스’ 대 ‘반샌더스’ 전선이 강화되면서 안갯속이다. 주류 측의 대대적 반격에 샌더스의 돌풍은 주춤하는 양상이다.

하지만 선거는 현실 정치다. 선택은 대중이 한다. 변수가 많다는 이야기다. 분석과 전망이 꼭 들어맞지 않는 게 선거다. 더욱이 대중에게는 이념이나 이상은 중요하지 않다. 대개 현실에 기반한 선택을 한다. 밥그릇을 희생하며 지켜야 할 이상은 없다. 샌더스의 주장을 포퓰리즘이라며 부정만 할 수 없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민주주의는 ‘대중의 뜻을 따르는 정치행태’가 아닌가. 대중이 포퓰리즘에 끌리는 것에는 그 나름의 원인이 있다. 운동장이 극도로 기울어진 사회라면 대중의 저항이 거세기 마련이다. 그것은 투표로든, 물리적인 행위로든 반드시 표출된다. 세계 최고의 부를 이룬 미국이지만 예외는 없다.

그런 측면에서 샌더스 상원의원의 최종 성적은 더욱더 주목된다. 미국 주류 사회에 대한 대중의 경고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는 잣대로 여겨진다. 부실한 사회 안전망을 보완하지 않은 채 무한경쟁 속으로 내모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경고 말이다. 배고픔은 참아도, 배아픔은 못 참는 법. 미국은 최상위 0.1%와 하위 90%의 자산 규모가 비슷한 사회다. 불평등은 차이의 문제이고, 사회적인 저항을 낳기 마련이다. 미국인들은 이런 경고를 아웃사이더 정치인에 대한 지지란 형식으로 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도 한 달여 후 4·15총선을 치러야 한다. 여야는 공천 작업이 한창이다. 이번 선거 만큼은 아웃사이더의 많은 출현을 기대해본다. 우리 사회도 양극화와 빈부 격차가 위험 수위로 심화하는 탓이다. 포퓰리즘 논쟁 역시 격렬했으면 한다. 더 따뜻한 밥을, 더 많이 보장하겠다고 경쟁했으면 좋겠다. 그 과정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조금이라도 바로잡는 길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논설위원 sbj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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