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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소리] 갈망과 열망 사이에서 /우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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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03-03 19:41:28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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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의 마지막은 29일이었다.그 하루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달이 지구를 열두 번 도는 데는 354일이 걸리고, 지구가 태양 주위를 한 바퀴 도는 데 365일5시간48분이 걸린다. 넘치는 태양의 시간을 비우고, 모자란 달의 시간을 조금씩 채우다 보니 양력으론 2월 29일 하루가, 음력으론 한 달이 꼬박 새로 생긴 것이다. 고작 하루지만 2월 29일은 어긋났던 낮과 밤의 시간을, 일상의 흐름을 일치시키는 중요한 시간의 조각인 셈이다.

29일로 행성의 시간을 맞추는 계절이 4년마다 돌아오듯 우리 사회의 시간을 다시 맞출 하루도 4년마다 돌아온다. 이번엔 4월 15일 수요일이다. 오랜 논의와 힘겨루기 끝에 판의 규정이 바뀌었다. 투표소와 교복은 이제 생경한 조합이 아니다. 재밌는 건 유권자 선거연령은 아래로 낮아졌는데 후보로 나서는 ‘청년 정치인’ 범위는 위로 넓어졌다는 것이다. 현실 정치로 진입하기 힘든 세대를 위해 적당한 디딤돌을 마련했더니 꽤 많은 사람이 올라서 있다.

‘청년 후보’를 내건 사람이 이렇게 많다니. 청년이 보기 좋은 탈이 된 정치판에서 청년 후보들은 역설적이게도 ‘탈청년’을 외친다. 유용한 무기였던 당사자성이 희미해지자 청년 세대가 마주한 다음 과제는 딱지로 붙은 당사자성을 뛰어넘는 것이 돼 버렸다. ‘청년’이란 수식어를 넘어 정치인 개인으로 호명될 수 있을 때 진정 수평적이고 열린 정치가 실현된다.

구호가 된 청년을 보며 생각이 뒤섞인다. 거대한 사회구조의 문제는 청년문제로 쉽게 수렴된 반면, 청년의 문제는 구조의 문제로 확장되지 않았다. 시작되는 허탈함. 정의로운 사법권력, 한반도 긴장 완화, 정치제도 개선은 청년 정치인이 동참하고 우선할 과제로 설정됐지만, 청년 정치인이 내건 동세대 시민을 향한 정책 비전엔 구호로서 동참도 구조적인 고민도 더디기만 했다.

우리가 궁금한 건 그들 언어로 꺼내진 전략이다. 사회에 진입한 청년이 홀로 해결해야 할 주거비와 생활 안정, 길어지는 사회 진입 기간과 파생되는 정서적·경제적 불안을 4년간 원내에서 어떤 언어와 방식으로 대변할지에 대한 청년 정치인의 전략 말이다. 하지만 수많은 기자 앞에서 검증된 건 청년 관점에서 본 고위층 자녀 부정 의혹에 대한 의견이었으며 선명한 대오 형성을 위한 피아 식별이었다. 슬프게도 청년 현실보다 청년 영입에 기운 무게추.

그런데도 실질적 변화를 가져올 ‘정치권력에 대한 갈망’과 현장에서 오래 힘을 보태온 ‘동료의 열망’이 모여 지역 곳곳의 뜻이 세워지고 있다. 전문성 있는 청년이 초대되고, 거대 정당이 대변하지 않는 염원은 청년 세대가 직접 힘을 모아 자신의 후보를 내세우고 있다. 그들이 이번 선거를 통해 소정의 성과를 이루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누구는 4년 내내 변함없는 선명함을 요구할 테고 채 사계가 가기도 전에 초심을 잃었다며 매서운 비난을 해댈 것이다. ‘청년 정치인’ 자신도 현실정치에 대한 이해가 혹시 타협은 아닐지, 전략적 내려놓음이 혹시 순수함의 상실은 아닐지 매 순간 염려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잊지 마시라. 틈은 조금씩 넓혀가는 것이고 변화에 필요한 건 무엇보다 지난한 시간을 버텨내는 것임을.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과 나아가야 할 이상, 단단히 다져온 역사는 언뜻 동시적으로 흐르는 것 같지만, 특정한 사건을 통과할 때 정돈된 시계열에 균열이 생기기도 한다. 조금씩 뒤틀리는 것이다. 수많은 후보의 수많은 꿈이 뒤섞인다. 누구는 당장 도달할 수 없을 초록빛 이상을 말하고 누구는 정립된 역사에 다시 의문을 제기한다. 앞서간 태양과 뒤처진 달의 속도는 추가된 하루로 조율할 수 있지만 뒤틀린 사회의 담론을 맞추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뜻을 품은 청년들이 뒤틀린 시간 속에서 방향을 잃지 않고 잘 걸어가길 바란다.

어차피 그놈이 그놈이라고, 정치는 누가 하나 똑같이 싸우기만 하는 것이라는 당신의 말. 조금의 틀림도 없이 옳다. 하지만 4년마다 29일을 추가해 어긋나는 태양과 달의 시간을 맞추지 않았더라면 행성의 간극은 더 어긋났을 것이고 우리는 오늘의 감각을 잃었을 것이다.

잊지 말자. 4년이 지나 다시 돌아온 이 하루는 인권과 비인권, 존재와 부재 사이 뒤틀림을 메우는 소중한 시간의 조각이라는 걸.

청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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