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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와인 한 잔] 와인의 향기가 나는 사람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2-26 19:16:04
  •  |  본지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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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은 향기다. 향을 제대로 느끼려면 잔에 담긴 와인을 충분히 흔들어줘야 한다. 와인 향에는 포도 품종에 따라 다르게 나는 포도 고유의 향 ‘아로마’와 숙성 과정에서 우러나는 향 ‘부케’가 있다. 어린 와인에서는 주로 양조에 쓰인 포도 자체 향이 나며 숙성을 거치면서 부드러워지고 균형을 이룬다. ‘에이징’과 ‘성숙’은 포도 품질과 양조방법에 따라 다른 양태로 나타난다. 어떤 와인은 3년만 지나도 향이 시들해지는데 30년이 지나도 여전히 ‘영(young)’한 와인도 있다.
와인 산지로 유명한 프랑스 보졸레의 꽃 시장.
와인 향을 맡을 때 먼저 냄새가 깨끗한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와인 상태가 안 좋을 경우, 코르크로 인한 이상일 때가 가장 많다. 곰팡이 냄새, 젖은 종이 냄새가 난다. 산화 방지를 위한 이산화황이 너무 많이 들어가면 성냥 태운 냄새가 나기도 하고, 산화됐을 경우 캐러멜에서 나는 탄 냄새가 난다. 아세트산 박테리아와 산소가 접촉하면 매니큐어나 식초 냄새가 난다.

흔히 “사람이 코로 감지할 수 있는 냄새는 30% 정도밖에 안 되며 경험이나 언어적 표현을 통해 나머지 70%를 더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나와 남동생은 실제로 와인을 마시면서 옛날 경험들을 떠올린다. 옛날에 먹었던 프랑스 요리부터 예전에 읽었던 책, 어린 시절 즐겨 들었던 음악, 인상 깊게 봤던 그림 등이 내 안에 새겨져 있어 그것들이 와인의 맛과 함께 다시 연상되는 것 같다. 어릴 적 많은 경험을 했다는 것은 와인뿐 아니라 표현하는 사람으로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기 다다시의 책 ‘와인의 기쁨’에서)

향과 맛은 지극히 개인적이다. 기억하는 향기와 맛의 종류 그리고 경험에 따라 다르게 표현될 수 있다. 함께 와인을 마시는 가족·친구가 있다면 더 좋다. 같이 나눈 추억과 경험, 그렇게 만들어진 우리들만의 이야기와 언어로 와인과 삶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인간다운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태도나 분위기’를 사람 냄새라 한다. 꽃마다 향기가 있고 와인에도 다양한 향기가 있듯 사람에게도 사람 냄새가 있다. “꽃향기는 백 리를 가고 술 향기는 천 리를 가며 사람 향기는 만 리를 간다”고 한다. 나만의 향기나 추억이나 경험으로 와인의 다양한 향기를 느낄 수 있듯, 사람 향기도 그 사람의 느낌과 이미지로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다.

사람 사는 것은 다 같은데, 가끔 자신도 모르게 냄새만으로 사람을 나쁘게 평가하는 경우가 있다. “지하철 타는 사람 특유의 냄새가 있어.” 영화 ‘기생충’ 대사처럼 나 또한 누군가의 냄새에 얼굴을 찌푸렸을 수 있다. 누군가에게 나쁜 냄새가 나는 사람으로 비쳤을지도 모른다.

와인의 아로마가 넘쳐나는 사람이 될 것인지 코르크로 인한 이상이 생겼을 때나 와인이 산화됐을 때처럼 역겨운 냄새가 나는 사람이 될 것인지? 나의 향기는 나 자신이 만들 수 있다.

부산가톨릭대 와인전문가과정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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