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선망수협과 대형기선저인망수협이 부산공동어시장 지분을 청산하기로 했다. 최근 자체 회의에서 이 같은 방침을 정했다는 것이다. 부산시수협과 서남구수협은 이미 청산에 합의한 상태다. 경남정치망수협이 유일하게 반대 입장이나 3분의 2 찬성이 필요한 법인 규약상 다음 달 정기총회에서 안건이 통과되는 데는 어려움이 없을 전망이다.

부산시가 수산물의 위생적인 관리와 유통을 위해 어시장 현대화 사업을 추진한 게 벌써 10년이다. 국·시비 1729억 원을 따낸 시점으로 역산해도 6년이나 된다. 사업 지연의 근본적인 원인은 물론 수산업 침체에 있다. 그러나 5개 수협이 더 큰 비난을 받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어시장의 주인이면서도 시설 개선에 필요한 자부담은 꺼리고, 과도한 지분을 요구하며 부산시 인수작업에는 협조하지 않은 탓이다. 여론에 밀려 주요 안건에 동의를 했다가 돌연 입장을 바꾸기도 여러 번이었다. 책임 없는 권한이란 건 없다.

1963년 부산종합어시장에서 시작된 부산공동어시장은 전국 최대의 수산물 위판장으로 올해로 57년 역사를 자랑한다. 그러나 작년 위판량은 12만ｔ을 겨우 넘겼고 위판금액은 2335억 원으로 추락했다. 1970년 11만8562ｔ 이후 최저치다. 올해는 위판량이 10만ｔ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온난화로 인한 어로 변화, 남획으로 인한 자원 고갈 등 온통 부정적인 전망뿐이다. 어시장 소유구조 개편과 시설 개선을 통해 조금이라도 빨리 회생의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수협 지분 청산이 완료되더라도 공영화와 현대화의 앞길이 순탄하기만 한 건 아니다. 우선 1700억 원이 넘는 현대화 비용이 설계내용에 따라 늘어날 수 있다. 지금은 수협 대다수가 공영화에 찬성하지만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말을 바꿀 개연성이 있다. 부산시가 어시장의 운영을 모두 떠맡은 이후 지금과 같은 수산업 침체가 계속되면 위판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어시장 공영화와 현대화는 이제 겨우 첫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