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좋은 시설도 이용률이 저조해서는 제 값어치를 다하기 어렵다. 부산지역에 처음 조성된 ‘기숙사형 창업지원센터’가 그런 짝이지 싶다. 지난해 9월 개설된 이후 5개월이 되도록 입주생을 다 채우기는커녕 미달 상태로 있어서다. 그간 3차례에 걸쳐 모집하고도 정원 50명의 70% 수준인 35명만 입주했다는 얘기다. 지역 대학생 인재들이 창업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사무실과 주거공간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파격적인 조건인 것을 감안하면, 더욱 아쉽고 안타까운 모습이다.

이 센터와 기숙사는 한국장학재단이 삼성그룹 기부금으로 전국 5개 권역에 만든 것 중 하나인데, 접근성이나 내부 시설 면에서 거의 흠잡을 데가 없다. 우선 도시철도 1호선 연산역(연제구 연산동)에서 도보로 7분 정도 거리다. 50명 정원의 기숙사는 물론 세미나실과 멘토링실, 공유 사무공간 및 주방을 갖췄다. 개별 냉난방 전기료만 부담하고 최대 2년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창업·주거공간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대학생들로서는 분명 가뭄에 단비같은 존재라 하겠다.

그런데도 입주생이 정원을 한참 밑도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창업도시를 표방하는 부산시의 씁쓸한 현주소라는 인상이 든다. 이런 현상은 아무래도 부산시나 센터 측의 홍보 부족과 까다로운 입주조건 등이 주요인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센터 이용과 기숙사 입주를 활성화하고, 그것이 창업인재 육성 등의 저변 확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시와 관계기관이 홍보를 더 강화해야 하겠다. 재학생 또는 휴학생으로 모집대상이 한정된 것도 졸업 3년 차 등으로 확대 조정하는 게 필요하다.

사실 부산의 창업 공간은 예전보다 많이 늘었다. 창업의 질적 양적 수준이 지역경제와도 직결된 점에서 바람직한 현상이다. 하지만 이를 이용하는 청년은 증가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설 이용·입주의 문턱이 그만큼 높아서다. 시가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아울러 단기간 내 성과를 요구하는 것도 자제해야 옳다. 청년 창업자가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고, 실패해도 재도전할 수 있는 토양과 지원시스템이 갖춰지는 게 핵심 요소다. 해외 선진 창업도시들이 주는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