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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장난치지 말고··· /신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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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연구원의 한 인구 전문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년 기획 ‘청년 졸업 에세이 - 1985년생 김지훈·김지혜’를 취재하면서 부산 청년 인구 감소 문제에 관한 조언을 얻으려 했다. 그는 오거돈 시장과 처음 자리했을 때 이야기를 들려줬다. 오 시장도 청년 문제의 해법을 물었다고 한다. “청와대를 부산으로 가져오는 거 외에 답이 없다”고 했더니, “장난치지 말고”라는 대답이 돌아왔단다. 오 시장은 좀 더 현실적인 방안을 듣고 싶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전문가는 진심이었다고 한다. 수도권에 몰린 기능을 뜯어내는 것만이 ‘현실적’ 해법이라는 거다.

약 30분간 이어진 통화에서 그는 ‘수도권 일극주의’를 비판하는 데 열을 올렸다. 요약하면 이렇다. 부산에는 밥벌이가 없으니 청년이 서울로 향하는 건 당연하다. 반대로 말해 청년을 지역으로 불러오려면 수도권에 몰린 일자리를 전국에 분배해야 한다. 그래서 수도권의 공장 수 총량을 제한하고 거점을 지역으로 옮긴 기업에는 돈을 줘보니, 대부분 경기 인근의 충청이나 서울 인근 강원으로 갔다. 수도권 경제의 외연만 넓어졌다. 수도권 규제 정책이 사실상 수도권 보호 정책으로 작용한다. 상황이 이런데 지역이 자구책을 내야 한다는 말만큼 비현실적인 주장은 없다.

참여정부 이래 ‘현실적’ 해법의 실현은 거듭 지연됐다. 그런 동안 지역 청년과 수도권 청년의 삶은 큰 틀에서 바뀌었다. 두 곳은 규모의 경제 차원에서 비교 불가능한 차이를 보인다. 같은 일을 해도 지역에 따라 청년의 임금과 근로환경이 다르다. 소득의 차이는 거주환경의 격차로, 누릴 수 있는 인프라의 간극으로 나타난다. 지역의 청년 문제는 수도권 초집중의 한 단면이자 경제 불평등의 일면이다. 지역이 청년 문제에 사활을 거는 건 인구가 곧 경제의 기본, 모든 생활 여건을 구성하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기본’이 안 된 공간에서 청년은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빼앗겼다. 대신 ‘가난하지만 꿈과 열정으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청년’ 따위의 서사가 덧씌워졌다. 그러나 지역은 청년이 자신만의 서사를 키우도록 힘써 줄 지력(地力)을 잃었다.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그 대책을 마련할 이들을 뽑는 총선이 코앞이지만, 별안간 싹을 틔울 힘도 없는 땅 위로 청년을 위한 인물·정책·법 등을 뿌리겠다는 말만 많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장난치지 말자’.

기획탐사부 met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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