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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창업은 취업의 대체재가 아니다 /윤정길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2-05 19:34:23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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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경제부 기자로 활동하던 7, 8년 전 부산에 물론 전국적으로 거센 창업 바람이 불었다. 많은 젊은이가 성공의 꿈을 안고 창업 생태계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많은 창업기업이 ‘데스 밸리(Death Valley)’를 넘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데스 밸리는 말 그대로 ‘죽음의 계곡’이다. 초기 창업기업이 3~7년 매출 부진과 자금 고갈 등으로 위기에 봉착하는 기간을 말한다. 창업 정책이라는 게 ‘100개의 씨앗을 뿌려서 그중에 한두 개만 살아도 성공’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하다 보니 정책 당국은 양적 확대를 중시했다. 하지만 원천기술 확보 없이 창업에 뛰어든 많은 청년이 결국 쓰디쓴 실패를 맛보는 것을 지켜봤다.

당시 열악했던 창업 환경과 비교하면 최근에는 초기 창업기업의 안착을 돕기 위해 재무, 법률, 마케팅 컨설팅을 전담하는 엑셀러레이트와 창업투자펀드의 등장, 창업 공간 등 각종 정책적 지원의 확대로 창업 생태계의 외형은 과거보다 진일보했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아쉬운 점이 있다. 바로 기술 창업 또는 제조 창업이다.

창업 생태계 초장기에도 IT를 기반으로 한 앱(애플리케이션) 개발이 대세를 이뤘다. 앱 개발 혹은 틈새시장을 노린 아이디어 창업이나 온라인몰 같은 단순한 창업 형태가 많았다. 당시 100여 개의 부산지역 창업기업을 직간접적으로 취재하면서 제조 분야의 창업 기업은 2, 3개밖에 보질 못했다. 그것도 귀금속과 낚싯바늘을 만드는 정도였다.

시간이 흘러 창업 생태계의 환경도 많이 변했지만, 최근의 창업 트렌드 역시 IT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 창업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들 기업은 틈새시장을 노린 아이디어로 이용자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게 이익 창출의 일반적인 형태다. 그중에는 생활 속 불편을 해소하는 참신한 아이템으로 무장한 기업도 있지만 진입 장벽이 낮을 수밖에 없다. 과거에 앱 개발을 주로 했던 창업 기업들은 더 좋은 앱이 나오면 소리 없이 사라지곤 했다. 벌써부터 창업 생태계 내에서도 IT 기반 플랫폼 사업이 이미 ‘레드 오션’이 됐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정책 당국자들도 기술 창업이나 제조 창업 부재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다.

기술 창업이나 제조 창업은 어렵다.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할 수 있는, 아니면 적어도 기존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정도의 원천 기술이 있어야 하고 상용화를 위해서도 생산설비와 회사를 운영할 자본도 있어야 한다. 청년 창업가가 이런 조건을 갖추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창업 지원 정책은 이런 곳에 필요한 것이다. 원천 기술을 갖은 초기 창업기업을 선별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정상적인 기업으로 안착할 때까지 지원하는 것이다.

예비 창업자들도 철저한 준비를 거쳐 창업에 나서야 할 것이다. 성공한 창업 기업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은 ‘충분한 준비’다. 그래서 ‘창업에 앞서 취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특정 분야에서 실무를 통해 기술과 경험을 축적한 뒤 창업에 도전하는 것이 성공 확률을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지역에서 성장한 기업의 오너 대부분이 이런 과정을 거쳐 창업한 경우다.

전문가들은 ‘통닭집 창업’으로 불리는 생계형 창업조차도 그 분야에서 몇 개월이라도 일을 해 볼 것을 권한다. 자본이 경험과 기술을 대체하는 프랜차이즈라는 제도가 있지만, 성공을 보장하지 못하기에 자기만의 독자적인 노하우(원천기술)를 확보하라는 의미로 읽힌다.

과거의 정부나 지금의 정부 모두 청년 창업을 권하고 있다. 또 적지 않은 지원책을 쏟아붓고 있다. 부진한 청년 취업률을 만회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도 있지만 창업을 장려하는 정책 방향이 틀렸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양적 확대로 일관했던 창업 지원 정책은 이제는 질적 성장으로 프레임을 전환해야 할 시기다. 가능성 있는 창업기업을 선별하고 이들 기업에 대해 아낌없는 지원을 하는 것이 합당하다.

정부와 부산시 등 정책 당국이 창업기업의 양적 확대(실적)에만 목을 맨다면 ‘실업 면피용’ 창업 지원이라는 해묵은 의혹의 시선을 피하기 어렵다. 창업은 취업의 대체제가 아니다.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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