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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의 끼니] 어느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10주년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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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02-05 19:43:16
  •  |  본지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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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부산 수영구 망미동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뱅델올리브’에서는 1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파인다이닝의 불모지 부산에서 10년을 버틴 것도 대단하지만 다섯 명 직원에게 장기근속패를 수여한 것은, 이직이 잦은 외식업계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모든 요리를 책임지는 헤드셰프와 디저트를 담당하는 파티시에는 뱅델올리브의 10년을 줄곧 함께해왔다.
벵델 올리브
파인다이닝(Fine Dining)의 사전적 의미는 ‘고급 식당’이다. 이때 고급이라는 의미는 가격이 비싼 걸 넘어 음식, 공간, 서비스의 질이 세계적 수준이며 일관됨을 내포한다. 파인다이닝의 음식은 대부분 코스로 제공되는데 이 코스는 그 자체로 하나의 완결된 스토리를 갖고, 각각 음식에는 요리사의 철학과 솜씨가 녹아 있으며, 식재료는 지역성을 반영해야 한다.

10년 전 뱅델올리브는 그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수영강변에 레스토랑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건물을 별도로 신축했다. 유럽의 와인 저장고를 모티브로 한 건물은 강 건너 센텀시티 전체를 차경(借景)으로 품었다. 지중해풍 이탈리안을 표방한 요리는 갈미조개 기장멸치 게불 성게알 농어 갈치 등 부산 바다 식재료를 활용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주방에 활어 수조를 설치하는 파격도 시도했다. 자체 비용을 들여, 보건위생 분야 퇴직 공무원에게서 레스토랑 위생 상태를 수시로 점검받았다. 직원의 해외 유명 레스토랑을 견학도 적극 지원했다.

레스토랑 운영이 궤도에 오르자 문화행사를 열며 예술과 미식의 접점을 찾고 커뮤니티를 활성화했다. 화룡점정은 경남 양산시 오룡산 자락에 조성한 농장 ‘엘올리브팜’. 태양광 전기와 천연 암반수로 무농약 재배를 고집하는 이 농장에서는 레스토랑에서 쓰는 대부분 채소를 재배한다. 로컬푸드의 완벽한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 것이다.

뱅델올리브가 위치한 수영강 하류는 밀물 때 바닷물이 들어오고 썰물 때 강물이 바다로 나가는 기수역이다. 부산 하면 으레 바다를 생각하기 쉽지만, 바다를 품고 바다로 나아가는 기수역이야말로 부산의 진정한 정체성이다. 뱅델올리브의 입지는 탁월하고 의미심장하다. 유럽대륙 서쪽 끝 작은 나라 포르투갈에서 태어난 엔히크 왕자는 언제나 대서양 너머를 꿈꿨다.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14세기 초 항해학교, 지도 제작소, 조선소 등을 세웠다. 결국 그는 대항해 시대를 개척한 최초 주인공이 되었으며 해양탐험 사상 가장 위대한 선구자가 되었다. 자신의 조국 포르투갈을 가장 넓은 식민지를 가진 해양대국으로 이끌었다.

뱅델올리브의 지난 10년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부산을 품는 시간’이었다. 7세기 전 엔히크 왕자가 그랬던 것처럼 공간과 시스템을 구축하고 인력을 양성하며 경험을 쌓았다. 앞으로 시작될 뱅델올리브의 긴 항해는 부산다움이 가장 잘 구현된 이탈리아 음식으로 전 세계 미식가의 관능을 매혹하는 여정이 될 것이다. 그 항해를 부산과 함께해줘서 정말 감사하다.

맛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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