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전에 상영된 영화가 생각난다. 영화 타이틀은 ‘쇼생크 탈출’. 1995년 제6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남우주연상, 각색상, 촬영상, 음향상, 편집상, 음악상 등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명작이었다. 그런데 당시 아카데미 심사위원회는 ‘포레스트 검프’ 등에 상을 안기는 바람에 무관을 기록했다. 이 작품은 이후 ‘아카데미가 놓친 최고의 영화’라는 찬사를 받았다.

새삼 이 영화의 감동 스토리를 되새기는 이유는 한 달 전 중국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에서 자국민을 구하려는 세계 각국의 움직임 탓이다. 작전명은 ‘우한 탈출’. ‘쇼생크 탈출’이라는 영화와 지금 각국이 벌이는 ‘우한 탈출’ 작전의 연관성은 전혀 없다. 하지만 극한 상황에서 모든 인간이 바라는 ‘자유와 희망’이 오버랩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억압적인 감시와 통제가 있는 교도소를 벗어나려는 주인공 앤디는 치밀한 준비를 했기에 그렇게 갈구하던 자유를 얻을 수 있었다. 반면 바이러스가 엄습하는 전염병의 공포로부터 벗어나려는 중국 후베이성 일대 세계 각국 사람들은 자국의 철저한 구출 계획이 뒤따라야 자유와 희망을 찾을 수 있다. 그 계획에는 군용기와 전세기가 동원되고, 이후 임시 격리 조치도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 그들이 일상의 자유를 얻기까지 고단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는 게다.

줄잡아 20여 나라가 중국에 거주하는 자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우한 탈출’ 작전을 벌이고 있다. 각국은 우한에서 철수한 자국민을 최소 3일에서 2주가량 별도 시설에서 격리해 증상을 관찰하는 등 후속 조치에도 힘을 쏟고 있다. 미국은 군기지, 호주는 외딴 섬에 격리하고 있으며, 영국과 프랑스는 별도 의료시설을 활용하고 있다. 일본은 무증상자에 한해 자택이나 호텔에 대기시켜 추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우리나라도 임시 격리 수용소 장소를 정하고, 중국 현지로 전세기 운항에 나서는 등 ‘우한 탈출’ 작전의 성공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치밀하지 못한 준비 상황이 일부 드러나고 있다. 임시 격리 수용소를 결정하면서 오락가락한 행보도 불안하고, 전세기 지연 출발 과정도 영 마뜩잖다. 그래도 그들의 무사 귀환은 국민적 바람이다.

‘우한 탈출’ 또한 영화화될지도 모를 일이다. 다만 영화 ‘우한 탈출’이 자유와 희망의 메시지가 아니라 정부 당국의 무능과 늑장 대응을 탓하는 재난 스토리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강춘진 논설위원 choonj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