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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금 부산 연극은 산소호흡기가 필요하다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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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01-27 19:30:49
  •  |  본지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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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 1300년께 디오니소스 신에 대한 제전 의식에서 시작된 고대 연극은 BC 534년 인류 최초 배우로 알려진 데스피스의 출현과 함께 꽃피기 시작했다. 전쟁에서 승리한 페이시스트라토스 장군이 민중 축제였던 디오니소스 제전 의식에 전폭적인 지원과 후원을 함으로써 점차 연극경연으로 발전했고 그리스 연극 전성기를 이뤘다. 당시 연극이 꽃핀 이유 중 하나로 우수한 야외극장을 들 수 있다. 역사에서 보듯 뛰어난 극장을 가진 나라일수록 문화예술이 활성화되고 국민의 예술적 의식 수준이 높았다.

그런데 부산의 공연장 수준은 어떠한가? 1973년 10월 개관한 부산시민회관은 당시 연극인이나 예술가에게 작품을 상연할 가뭄에 단비 같은 역할을 해주었다. 하지만 시 행사도 병행해야 했기에 강당 형식으로 지어진 시민회관 소극장과 대극장은 전문적 연극 작품을 올리기에는 여러 면에서 부족함이 많다. 현재 대구에 1000석 이상 공연 전용 극장이 15개 이상 있음에도 부산은 기껏 부산문화회관 소·중·대극장과 부산시민회관 소·대극장 및 각 구 문화회관 공연장 등 손에 꼽을 정도이며 특히 연극 전용 극장은 전무하다. 2000년대 이후 고액 대관비와 접근성 문제로 고민하던 부산의 뜻있는 연극인들은 다양한 실험적 방식으로 공연하고자 자체로 소극장을 임대하면서 부산 연극은 중흥기를 맞는 듯했다. 2015년 임대한 10여 개 협회 회원 단체 소극장과 3~5개 연극 전용 소극장은 실험적 예술이념과 비상업성을 표방하며 많은 작품을 공연했다. 타 지역으로 떠나려는 젊은 연극인의 유출을 막는 역할까지 감당했다.

하지만 지난 정부 때의 ‘블랙리스트 사건’이나 장기적 불황은 가장 먼저 문화 향유의 지갑을 닫게 해 공연장을 찾는 발걸음이 줄었고, 소극장들은 임대료를 맞출 수 없어 보증금을 까먹기 일쑤였다. 현재 부산의 ‘소극장 폐관 사태’에 이른 이들의 외침은 순수예술을 한다는 미명 아래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연극인들의 순수한 열정에 가장 기초적인 지원 정도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몇 푼 지원금으로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는 순수 연극예술인의 인권을 위해서 말이다. 열악해져 가는 부산 연극예술의 제작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부산연극협회장으로서 여러 지원책 마련을 요청하고 있지만, 타 협회와의 형평성 문제 등을 거론하며 소극적 자세를 보이는 부산시나 문화재단의 인식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다.

서울·대구에서는 소극장 활성화를 위해 각 소극장의 임대료 지원사업인 ‘창작형 극장’ 사업을 시행한다. 폐관 위기 소극장에 임대료를 지원해 살리고, 극장을 대관하는 단체에 대관료를 낮춰 주고, 시민에게 관람료를 할인해주는 등 좋은 정책을 발굴하고 있다. 부산 연극인도 수천억 원을 투자해 짓는 거대한 극장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는 현장 연극인에게 이런 모범적 정책을 모델 삼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실질적 지원을 원한다.

연극전용 극장을 당장 지을 수 없다면 지금 눈앞에서 사라져 가는, 연극인 스스로 만든 소극장에 임대료 지원사업이라도 시도해 당장 부산 연극에 산소호흡기라도 달아야 하지 않느냐는 말이다. 한 소극장은 어느 여배우가 연극을 위해 결혼을 포기하고 자신의 결혼자금으로 임대했고, 또 다른 소극장은 어느 남자배우가 10여 년을 아르바이트비와 연극출연료를 모은 돈으로 임대했다. 지하 좁은 극장에서 30년째 예술혼을 불태우는 원로 배우가 후배에게 연극을 가르치고 공연하기 위해 임대한 극장도 있다. 이런 소극장들이 점점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어 지난해부터 하나둘 폐관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선포한 2020년 ‘대한민국 연극의 해’에 부산 연극은 점점 말라 죽어가고 있다.

수많은 매체가 판치는 이 시대에 과연 내가 연극 제작과 공연에 몸담아 온 이유는 무엇이었나 자문하게 된다. 연극은 오락이 아니다. 진정한 인간 본성이며 진실을 바라볼 수 있는 거울이다. 상상력을 불어넣어 세상 모순을 지적하며 참된 인간의 삶을 살도록 유도하는 나침반이다. 이런 연극의 가치야말로 내가 연극에 몸담은 이유이기도 하다. 고대 그리스부터 오랜 세월 생명력을 지녀온 연극이 지금 부산에서 소극장 부활을 통해 다시 꿈틀대기를 기원한다.

㈔부산연극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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