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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칼럼] AI 시대, 바다에서도 상상의 나래 /정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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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01-21 19:34:52
  •  |  본지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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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과 알파고가 바둑 대결을 펼친 2016년 3월 9일을 잊을 수 없다. 아!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구나. 해운과 해사법만을 연구해오던 필자에게도 바다에서도 펼쳐질 새로운 세상이 흐릿하게 그려졌던 순간이다. 오랜 시간을 두고 선박건조기술 선박운항기술 항만운영기술이 발달해오고, 이에 따라 선박회사와 항만기업의 경영기법 또한 날로 성장해왔다. 그러나 그간 혁신을 거듭한 여러 분야의 기술과 지식이 알파고를 알기 전만 해도 아날로그 수준에 머물렀다면,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을 본 뒤로는 이제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게 되리라는 충격을 감출 수 없었다.

지난 1년간은 연구 활동은 좀 줄이면서 해운과 조선 분야 생태계 구축과 관련된 몇 건의 모임에 꾸준히 참석하고 최근의 동향을 주목하게 되었다. 해운이나 조선 모두 공통적으로 자율운항선박이 화두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은 분명하다. 최근 발표된 기술개발 진행 상황을 살펴보면, 노르웨이가 전기 추진 자율운항 컨테이너선을 개발하고 있고, 영국의 기업 롤스로이스는 자율운항은 아니지만 원격조종으로 운항하는 무인선박을 개발하고 있다.

자율운항선박은 전기추진선박으로 개발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구조가 비교적 간단하고 엔진룸과 선원 거주 공간 등이 필요하지 않은 만큼 화물 적재량도 많아질 것으로 보여 경제성은 상당히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성능 좋은 배터리를 만드는 기술과 인공지능의 발전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2030년대에는 외항 상선대는 빠른 속도로 자율운항선박으로 대체될 것이란 전망이 가시화되고 있다.

최근 이와 관련된 기술 개발 부문에서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사건이 있었다. 그중 한 가지는 인텔리터그(IntelliTug)의 시험이다. 인텔리터그는 항계(항만 또는 항구의 경계)에 진입하면 무인 터그(예인선)가 선박을 선석 근처까지 예인하고, 선석 근처로 예인된 선박은 선석에서 진공흡입 방식으로 선박을 접안시키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결국 사람이 선박을 조종하지 않는 자율운항선박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자율운항선박에 대한 지금까지의 인식은 ‘선박의 항해는 자율운항시스템에 의존하더라도 입출항 등은 선원이나 도선사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정도였기 때문에 어느 정도까지 무인운항이 가능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인텔리터그 시험 사례는 시스템이 완전무인자율운항시스템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다른 한 가지 사례는 연안여객운송이 발달한 유럽에서 시험 중인 전기추진 여객선과 관련이 깊다. 전기추진 여객선이 접안하는 항구에 무선충전시스템을 설치해 여객선이 선석에 접근해 접안하고, 승객이 승·하선하는 동안 배터리를 무선으로 충전하는 시스템이다. 전기추진 선박은 배터리의 용량 문제로 조기에 현실화하는 것이 어렵다고 전망돼 왔다. 선박을 움직이려면 엄청난 배터리 용량이 필요한데, 아직 이 부문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시험으로 항구에 접안해 있는 동안 배터리가 30% 정도 충전만 돼도 다음 항구까지 운항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점을 입증했다.

이들 사례에서 보면 첫째, 자율운항선박 개발은 자율운항선박을 수용할 수 있는 항만시스템 개발·구축과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자율운항시스템과 항만시스템은 서로 연동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율운항시스템을 선점하지 못하면 후발로 개발되는 시스템은 시장에서 채택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항만 역시 허브항에서 멀어질 수 있다.

둘째, 자율운항선박이나 무인선박의 취항은 전기추진선박과 동시에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따라서 배터리의 단점을 하이브리드 엔진으로 보완하거나 항구에서의 무선충전 등으로 개선할 수 있다. 그러니 이 역시 하이브리드 엔진 개발, 무선충전시스템을 갖춘 항만시설 시스템 구축 등과 병행해서 이뤄질 필요가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우리 눈앞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꿈꾸고 상상하던 일들이 눈앞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꿈을 현실화하는 것이 인공지능시대의 기술이고 산업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꿈꾸는 자가 바다를 지배한다. 자율운항선박 기술 몇 가지, 부품 몇 가지 개발에 그쳐서는 안 된다. 꿈을 꾸는 대로 배를 만들고, 꿈꾸는 대로 항만시스템을 구축하고, 꿈꾸는 대로 바다 위를 달릴 때 우리에게는 미래가 있다.

한국해양대 해사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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