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북항의 보조항으로 개발된 감천항은 수심이 깊어 한때 수천 ｔ급은 물론 많게는 5만 ｔ급의 컨테이너 선박도 접안할 수 있는 부두 기능을 자랑했다. 최근에는 부산 신항이 건립된 이후 급속한 물동량 감소로 컨테이너 처리량이 크게 줄면서 항만 기능이 다소 퇴색한 감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주변에는 선박 수리업계를 비롯해 조선소와 컨테이너 야적장, 냉동 및 냉장창고 등 수산 가공업체가 여전히 자리 잡고 있어 감천항의 상업적인 항만 기능은 아직 살아 있다. 지금도 이 부두를 이용하는 선박이 적지 않은 편이다. 그런데 감천항을 구성하는 한쪽 안벽(배가 항만에 접안하기 위해 쌓은 벽)의 수심을 놓고 이해하기 어려운 논란거리가 발생해 의아스럽다. 이 안벽의 수심은 변동이 없는데 최근 발표된 해도(바다에 관한 모든 상황을 표현한 항해용 안내지도)에서 수심이 얕아진 것으로 공식 발표돼 선박 운영사 등 관련 업계가 혼란을 겪고 막대한 금전적인 피해까지 입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논란은 감천항에 있는 8개의 안벽 가운데 지난해 6월 국립해양조사원이 3년 만에 수심을 측정·발표한 해도에서 유독 한 안벽의 수심이 종전 3~5ｍ에서 1~2ｍ로 얕아졌다고 적시한 이후에벌어졌다.

이 때문에 부산항도선사회는 안전상의 이유로 해당 안벽 운영업체와 이용 선사에 500ｔ 이상 선박의 도선이 불가하다고 통보했다. 업계는 이 안벽을 이용할 때 규모가 큰 선박 접안이 안 돼 바지선을 이용한 하역으로 매회 1000만 원 안팎의 추가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운영사 측은 지난 40년간 이 안벽의 수심이 바뀌지 않았고, 자체 측정에서도 수심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반면 국립해양조사원 측은 측정 결과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안벽 운영사가 최근 부산항만공사(BPA)에 공문을 보내 해결을 요구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부두 관리를 맡고 있는 BPA는 해도 개정 7개월이 지나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안 셈이다. 뒤늦게나마 감천항 안벽의 수심 재측정이 이뤄진다고 하니 정확한 조사를 통해 논란의 소지를 없애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