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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균형발전은 ‘지역 이기주의’가 아니다 /염창현

공공기관 추가 지방 이전, 신공항 조속 검증 요청은 더불어 살자는 주민 숙원

정부의 사심 없는 자세가 국민 신뢰 되찾는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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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행정 중심지인 정부세종청사와 그 주변에는 늘 사람이 북적인다. 이곳에서 일하는 공무원이 많아서겠지만 조금 부풀려 말한다면 민원인의 수도 그만큼 되기 때문이다. 세종청사의 하루가 민원인의 고성으로 시작되고 끝난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지하철 노선을 연장해달라는 청원부터 낚시 어선의 생존권을 보장해달라는 요구까지 이들이 내는 목소리는 아주 다양하다.

우리 사회가 민주국가인지라 폭력으로 번지지 않는다면 민원인의 집단 행동을 나무랄 수는 없는 일이다. 헌법이 보장한 대로 시위는 의사 표현의 통로가 제한되거나 봉쇄된 이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수단임이 분명한 까닭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하루도 빠지지 않는 시위를 보면 정부의 정책 결정 절차에 뭔가 구멍이 생긴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떨쳐버리기 힘들다. 여러 의견을 수렴해 최선의 해법을 찾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겠으나 때로는 이 과정에서 많은 이의 간절한 바람이 묵살되는 사례를 허다하게 보아 왔던 것이 이유일 터다. 어떤 때는 정치적 논리에 의해 터무니없는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달리 말하자면 정부의 소통 부재와 안일한 대처가 민원인들을 세종청사로 불러 올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지역과 관련된 정책으로 시선을 돌려봐도 정부의 태도는 답답하기 그지없다. 수도권을 제외한 모든 지역이 찬성하는 공공기관 이전만 해도 그렇다. 2005년 6월 시작된 이전 작업이 지난해 말로 끝났지만 지역에서는 “아직 멀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153개 기관이 모두 혁신도시로 자리를 옮긴 것은 고무적이나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발전이라는 당초 목표 달성은 멀기만 해서다.

지금까지 진행됐던 공공기관 이전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은 각종 자료로도 증명된다. 지난해 12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주민등록인구 통계를 보면 부산, 대구, 광주, 울산 등 전국 주요 광역시는 모두 인구가 줄었다. 부산은 정도가 더 심해 1996년 이래 인구 감소가 계속 진행 중이다. 반면 수도권 인구는 사상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공공기관 추가 이전 요구가 더 거세지는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차 공공기관 이전 의견을 꺼낸 지가 1년 반이 가까워지지만 진척은 없다. 무슨 이유인지 당초 지난해 말 나오기로 했던 국토연구원의 타당성 조사 결과도 발표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 게다가 2005년 공공기관 이전 계획이 발표된 이후 만들어진 공공기관 133개 가운데 74개가 수도권에 자리한다는 통계까지 접하게 되면 지역민의 ‘분노 지수’는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 같은 문제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은 취재진이 공공기관 추가 지방이전 계획을 묻자 “이런 식으로 인구가 편중되면 지방 도산이 단순한 수사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다시 국가균형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응방식으로는 공공기관 추가 이전 대신 민간기업 이전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혁신도시를 발전시키고 공공기관을 이전하는 일이 모두 완료됐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균형발전이라는 큰 틀은 비슷하나 세부적으로는 이전에 정부·여당이 밝혔던 것과 차이가 있다. 얼마 전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서울에 있을 합당한 사유가 없는 신설 공공기관은 무조건 혁신도시로 이전’이라는 방침과도 어긋난다. 실효성도 미심쩍다. 공공기관 이전 때에도 거센 저항이 뒤따랐는데 민간기업을 강제로 혁신도시로 보내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더는 공공기관 이전은 없다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관문공항 건설에 대한 정부의 자세 역시 ‘속에서 천불이 나오게’ 만든다. 어렵게 김해신공항 검증이 합의됐으면 빠른 시일 내 결론을 내려야 한다. 발표 시기가 늦어질수록 지역민의 피로도는 더 높아지고 갈등이 증폭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일부 반대가 있더라도 확실한 방향이 제시돼야만 그나마 사회 혼란이 최소화된다.

그런데도 정부는 시간이 해결할 일이라는 식으로 버티기만 한다. 다가올 총선에 미칠 득실 계산을 한다는 분석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지역에서 정부보다 이런 부작용을 더 걱정하는 형국이다. ㈔동남권관문공항추진위원회의 최근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공항 문제가 정치쟁점화되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니 정부와 지역민의 역할이 뒤바뀐 셈이다.

국가 정책에 대한 불신은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작은 요구든 큰 민원이든 정부는 외부 눈치를 보지 말고 신속·투명한 절차로 해결에 나서는 것이 마땅하다. 국가 균형발전 요구를 언제까지 ‘지역 이기주의’로 몰아붙일 건가.

세종본부장 haore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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