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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우린 혹시 ‘반도체 도박’ 하는 건 아닐까 /정철진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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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01-15 19:52:24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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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해 말 2020년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로 ‘2.4%’를 제시했다. 물론 정부는 가장 희망적으로 우리 경제를 보며 가능한 최대치를 전망한다. 이런 점을 감안해도 너무 낙관적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정부도 다 계획과 생각이 있다. 크게 2가지를 염두에 두는 것 같다. 첫째는 기저효과(기준 시점과 비교 시점의 상대적 수치에 따라 지표가 실제보다 위축되거나 부풀려지는 현상)이다.

성장률은 기본적으로 전년 대비 성과로 표시된다. 따라서 최악이었던 2019년을 고려하면 2020년은 실제와는 무관하게 개선되는 것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둘째는 바로 ‘반도체’다. 지금 전 세계 웬만한 경제연구소와 글로벌 IB(투자은행)는 “2020년엔 반도체가 반드시 살아날 것”이라고 외치고 있다.

반도체가 살아난다면 한국 경제는 수출이 살아나고 소비도 개선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2.4%라는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도 충분히 달성 가능한 수치가 된다. 이미 주식시장은 이런 전망을 확신하는 듯하다. 삼성전자를 보면 2017년 말 액면분할 당시 주가를 넘어 5만 9000원도 훌쩍 넘었다. 코스피 역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관련 주 등의 힘으로 지난해 10월 이후 10% 넘게 상승했다.

한국 경제의 수출 의존도는 40%에 달하고, 수출의 20%는 반도체와 연관이 있다. 그런데 2019년 우리 연간 수출은 전년 대비 10.3%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13.9%) 이래 10년 만의 두 자릿수 감소 폭이다. 눈치챘겠지만 이런 수출 급감에는 반도체 부진이 치명적이었다.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위축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반도체 때문이었다. 주력 수출품목인 D램과 낸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락에 반도체 수출은 25.9% 감소했다. 그런데, 지난해 말부터 여기저기서 모두 반도체가 살아난다고 한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잠정실적을 봐도 6조 원대까지 추락했던 영업이익이 어쨌거나 7조 원대로 올라왔다. 그렇다면 이제 2020년은 무조건 좋아질 수밖에 없는 것일까.

이 대목에서 필자는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다. ‘지금 우리가 반도체에 너무 큰 배팅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경고다. 크게 2가지로 나눠 살펴보자.

첫째, 반도체는 분명 좋아질 것이다. 하지만 5% 좋아질지, 20% 좋아질지는 더 살펴봐야 한다. 가령 공급 과잉 우려는 여전하다. 2017년 이후 세계 반도체 기업의 과잉 설비 투자 후유증이 해결되지 않았는데 만약 반도체가 좋아진다고 하면 설비 투자 경쟁은 다시 심화할 것이다. 반도체 경기가 나빴던 2019년에도 대만과 북미는 설비투자를 각각 21.5%, 8.5% 늘렸다. 그럼에도 지금 우린 반도체가 ‘굉장히’ ‘대폭’ 좋아질 것으로 낙관한다. 그래서 1분기가 정말 중요하다. 1분기에 명확한 개선 신호가 안 나오면 우리의 반도체 기대는 반도체 도박이 될 수도 있다.

둘째, 하늘이 도우사 반도체 업황이 확연히 회복되고 반도체 기업 실적이 좋아진다면 바로 수출이 회복될 것이다. 그러면 통계수치로 잡히는 한국경제 모습은 분명 역동적으로 보일 테고, ’수출 호황-내수호황‘의 전통적 성공패턴도 작동할 수도 있게 된다. 그러나 이런 반도체 성공 방정식은 실은 ‘반도체 쏠림’이라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약점이기도 하다. 반도체 다음의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고 10년 가까이 외치고 있건만 여전히 반도체 하나만 바라보는 우리 민낯이란 뜻이다. 그래서 위험하다. 그나마 올해 확실히 회복하더라도 내년이나 후년에 다시 반도체가 부진하면 한국 경제는 또 무너지는 악순환에 빠질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 다수 경제 전문가는 “빨리 계획적인 산업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망설였고, 2016년에야 조선 해운 철강 석유화학 등 주력산업이 강제 구조조정을 당했다. 2017년 1월엔 한때 세계 4위였던 한진해운이 파산했다.

올해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제발 반도체가 살아나길 기원한다. 그러나 정말 이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젠 진짜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차세대 먹거리에 올인해야 한다. 그래야만 반도체에 대한 기대가 반도체 도박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경제 컬럼니스트·진 투자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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