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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사유재산제도의 과잉 /한성안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1-01 19:28:49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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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경제는 사유재산제도 위에 서 있다. 사유재산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사유재산제도에 대해 경제학자들이 모두 똑같은 견해를 표명하고 있지는 않다. 경제학자 사이에 두 가지 견해가 있다. 신고전주의경제학으로 불리는 보수적 경제학에 따르면 사유재산은 열심히 일해 그것을 아끼고 절약한 결과, 곧 근검의 결과다. 노동과 절약이라는 고통을 감내하고 쌓은 결과이니 그것은 인정되고 존중돼야 한다. 이런 근검의 미덕은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정신’에서 찬양됐다. 노동과 검약의 결과인 사유재산제도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이다!

 제도경제학이라 불리는 진보적 영역의 경제학자들은 베버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사유재산제도는 근검의 결과가 아니다. 예컨대, 현대자본주의에서 종자돈으로 쓰이는 자본은 절대왕정시대 상업자본가들이 부등가교환을 통해 편취한 결과며, 전근대적 봉건영주가 국가의 폭력에 힘입어 부당한 방법으로 농노를 약탈한 결과다. 노동과 절약의 결과가 아니라는 말이다. 제도경제학에 따르면 사유재산제도는 온갖 악행의 종합병동이다. 사유재산제도는 결코 신성하지 않다!

 소스타인 베블런만큼 사유재산제도를 조롱한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사유재산은 공동체 성원과 공동체의 작업수단을 통해 형성된 잉여가 ‘초자연적 무당’의 기만과 갈취에 의해 형성됐고, 전쟁으로 약탈한 이웃공동체의 잉여를 싸움 잘하는 전사들이 전유함으로써 형성되었다. 이러한 소유 습관이 ‘문화’로 굳어지면서 사적 소유의 ‘제도’가 형성됐다. 베블런에 따르면 사유재산제도는 신고전주의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듯 근면과 합리적 절차의 결과가 아니라 기만과 폭력 그리고 습관에 힘입어 형성된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사유재산제도는 야만적이며 비합리적인 제도다.

 제도경제학자들만 사유재산제도의 부당성을 지적하지 않았다. 정치철학자 로크만큼 소속이 불분명한 사람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진보도 보수도 모두 자기 진영이라고 주장하지만, 내가 보기에 베블런과 달리 사유재산제도를 적극 옹호하는 그는 기본적으로 보수적 사상가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 보수적 사상가도 모든 사유재산제도를 지지하지는 않았다. 베버처럼 그에게 사적 소유는 먼저 노동의 결과여야 한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노동하지 않은 물질에 대한 사적 소유는 옹호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 나아간다. 비록 노동의 결과라도 사적 소유는 다음의 단서조항을 충족시킬 때만 인정될 수 있다. 로크의 유명한 ‘단서조항’이다. “첫째, 물질은 생존을 넘어 낭비될 정도로 사적으로 소유되면 안 된다. 둘째, 사적 소유는 인류 전체 행복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셋째, 자연의 이용가능성은 다른 사람의 욕구나 노동의지를 충족시킬 수 있을 정도로 남겨져 있어야 한다.” 아무리 열심히 일했더라도 사용하지도 않고 썩혀 두면서 취하거나, 사회 전체에 고통을 주면서 소유하거나, 이웃에게 피눈물 흘리게 할 정도로 독점하지 말고 적절하게 소유하며, 사회 전체에 기여하도록 취하고, 사적 소유의 기쁨을 이웃과 함께 누리자는 것이다.

 2017년 기준 상위 10%가 우리나라 전체소득의 절반을 벌어간다. 나머지 절반을 두고 90%의 인간이 나눠 가진다. 소득은 한 해 벌어들인 돈이다. 이 중 쓰고 남은 부분이 수십 년 모여 쌓이면 자산으로 된다. 자산의 독점도 다르지 않다. 2018년 기준 전체 자산 중 42.3%를 상위 10%가 차지한다. 소득·자산 집중을 강화하는 주된 원인은 부동산이다. 집으로 임대소득과 양도소득을 올리는 동시에 집값이 올라 재산이 불어나기 때문이다. 실제 3만 7487명 집부자가 주택 11채 이상을 소유한다. 그 가운데에도 1882명 ‘집재벌’은 무려 51채 이상을 독점한다. 그러다 보니 전체 중 43.2% 가구가 집이 없다.

 집부자들이 소득을 올리고 재산을 불리는 동안 874만5000 가구가 집 없이 전전하며 피눈물을 흘린다. 불로소득의 착취대상은 불물을 가리지 않는다. 이 사회를 짊어지고 자신들을 먹여 살릴 후손마저 예외가 아니다. 청년층과 신혼부부는 월세로 허리가 휜다. 로크는 말할 것도 없고 베버마저 눈을 돌리고 싶을 정도로 과잉된 사유재산제도의 현실이다. 정부가 12·16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자 집부자와 재벌들의 반발이 심하다. 집부자들에게 새해에는 베버의 노동소득, 로크의 단서조항을 상기시켜주고 싶다.

영산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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