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경영하는 방식에서 대표이사를 둘 때 ‘각자대표제’를 택하는 경우가 있다. 흔한 예로는 한 명의 대표를 두게 되지만, 요즘은 전문성이 필요한 사업을 다양하게 전개할 경우 여러 명의 각자 대표를 두고 신속하고 특화된 경영을 도모하려고 한다.

그런가 하면 ‘각자도생’이란 말이 있다. 각자 알아서 스스로의 살길을 찾아 나선다는 말이다. 국민소득이 3만 달러에 도달하면서 산업이 더욱 고도화되고, 게다가 4차 산업혁명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요즘, 국가나 마을이나 개인이나 이후 삶의 냉혹함이 각자도생의 엄중한 함의를 담고 있음을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다. 사실 지금 세기의 관심사인 미중 무역충돌도 그 이면에서 미국이 중국을 통해 내보이고자 하는 진정한 속내는 향후의 국제무역 질서가 신흥국이나 개도국에게 각자도생의 불가피함을 대비케 하는 무언의 암시이기도 하다.

노르웨이가 국민소득 3만 달러에서 오늘의 10만 달러에 이르기까지 도시 간에서 일어난 일을 주택에 한하여 특정해보면, 오슬로가 국가 발전을 독식한 것을 알 수가 있다. 전체 인구의 10% 정도가 살고 있는 오슬로는 나라 전체의 국민소득이 3만 달러에서 10만 달러로 변하는 사이에 그 몇 배의 엄청난 주택 가격 상승이 있었다. 그러나 제2 도시 베르겐이나 뮈르달, 구드방엔 구스 등의 지방 도시의 사정은 이와는 전혀 다르다.

노르웨이는 국토가 넓기도 하고 인구가 적기도 하지만, 선진국으로 들어와서 산업이 더욱 고도화되고 중앙정부의 재정이 커지면서 자연히 수도의 역할이 증가했는데 이는 선진국 어느 나라에나 있는 현상이다. 오늘의 런던이나 파리나 도쿄가 다 그런 예를 극명히 보여준다. 그래서 영국은 대런던계획(great london plan)이라고 하여 런던 경제력 분산을 1940년 중반부터 실시했지만, 런던과 여타 도시 간의 경제·문화·사회적 격차를 오늘의 현실로 보면 별무효과이다.

지브롤터는 스페인 남단의 아주 작은, 바위를 깎아서 만든 영국령의 도시국가이다. 얼마나 나라가 작으면 공항을 만들 자리가 없어 도로와 활주로를 겸하여 운영한다. 그래서 비행기가 착륙하려면 길가의 차들이 멈춰 선다. 세계 1등 부자 나라 리히텐슈타인은 나라 끝에서 끝까지 차로 20분이면 다 지나간다. 아니, 모나코는 전 국토의 도로 길이가 그보다 더 짧다.

이들은 모두 엄청난 부자 나라이다. 세계에서 인구가 부산보다 작은 나라는 100개도 넘는다. 그중에서 나라의 경제 사정이 부산보다 풍요로운 나라도 적지 않다. 이들은 자유로운 국제교역이나 국제교류 환경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부산은 언제부터인가 도시가 너무도 활기가 미진하고 거리의 일상이 지극히 한산하다. 그나마 조금 늘던 남포동 광복동 방문자들도 어느새 또 잦아드는 모양새이고, 해운대나 벡스코 일대는 건물 외관만 웅장하지 주변 거리 풍경은 그에 이르지 못한다.

요즘 서울의 집값이 이전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이를 두고 도를 넘은 오름세라고 규정하고, 역시 도를 넘는 규제라는 일부의 지적도 받는 고강도 처방도 연이어 내어 보이고 있지만, 이미 서울 주택시장의 내재율은 그 결이 정부의 대응과는 다른 독자적인 가치 흐름이 감지된다.

이제 부산권과 수도권은 각자의 미래로 가는 기본적인 도시 여건이 크게 다름을 냉정히 인지할 때이다. 중앙정부가 예산과 국토이용권을 틀어쥐고 정치력으로 평등과 균형을 외친다고 힘이 분산되는 세상이 아니다. 가상의 경제가 얼마나 많고 초연결·초융합되는 경제가 얼마나 많은데 이를 유형의 규제로 나누려 하는가.

부산 같은 큰 도시에게는 정부가 이제 스스로 ‘각자 도시’로서 제 살길을 자유롭게 도모하도록 도시경영권을 과감히 돌려주자. 중앙행정의 마음 씀씀이와 지혜가 지방의 갈급한 현실과 비루해지는 처지를 더 이상 갈무리하지 못한 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다가오는 총선에서 부산 예비 선량들의 정책공약에서 그 목마름을 기다려본다.

글로벌애널리스트·미래경영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