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자산의 양극화가 급격하게 심화하는 모양이다. 올해 공시가격 총액의 90.1%를 상위 10% 토지가 차지한다는 통계가 있어 놀랍다. 지난 50년간 쌀값이 50배 뛰는 동안 땅값은 3000배가량 상승했다고도 한다. 역시 자산 증식의 최고 수단은 부동산이다. 이렇게 해마다 발생하는 부동산 매매차익과 순임대소득은 GDP(국내총생산)의 22.9% 규모인 374조6000억 원이란다. 서울연구원 민주연구원 정의정책연구소가 최근 국회에서 주최한 ‘불평등 해소를 위한 부동산 정책 개선방안 토론회’를 통해 나온 주장들이다.

실정이 이러니 누가 땀 흘려 일해 돈을 벌려고 하겠나. 기업이 제조업보다 부동산에 눈을 돌리는 것도 당연하다. 이윤 추구의 측면에서만 보면, 자본주의 사회이니 막을 수 있는 일도 아니다. 문제는 상대적인 박탈감이다. 부동산 수익은 불로소득이란 사회적 인식이 강하다. 30평 아파트에 살던 봉급쟁이가 열심히 적금 들고 저축해 40평으로 겨우 옮겼는데, 같은 30평에 살던 동료는 갈아타기를 잘해 40평 아파트를 3채 가졌다고 상상해 보라. 얼마나 배가 아프겠나.

이는 곧 불만으로 이어진다. 불평등은 수준이 아니라 차이의 문제다. 차이가 클수록 삐걱거리는 소리는 더 크다. 불평등만큼 저항도 심하다. 부동산 자산의 불평등 해소가 시급한 사회적 과제인 것이다. 이래서 불로소득을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대표적인 게 세금이다. 애덤 스미스도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는 경제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18번째의 부동산 대책 역시 과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종합부동산세와 같은 보유세 강화 등등. 그런데 정책은 불로소득 환수란 측면보다 가격을 통제하겠다는 의지가 강해 보인다. 그래서 효과가 의심스럽다. 최소의 투입에 최대의 산출은 인간의 욕망이 아닌가. 부동산 자산은 효율적인 증식 방법일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가격을 잡겠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차라리 무주택자에게 분양권을 우선 보장했던 옛날 정책이 더 현실성 있어 보인다. 물론 개인적인 의견이다.

게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은 여기서 여러 발 더 나아가서 부동산 불로소득의 ‘국민공유제’ 도입을 제안했다. 부동산 세입으로 가칭 ‘부동산 공유기금’을 만들고, 국가는 그 기금으로 토지나 건물을 매입한 뒤, 기업과 개인에게 생산·사업시설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한편 대규모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자는 구상이다. 듣기는 좋은데 실현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정순백 논설위원 sbj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