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국회 상황을 보면 참담하기 그지 없다. 여야 정치권의 안중에는 주권자인 국민이 아예 없는 듯하다. 의회민주주의의 기본인 대화와 타협은커녕 사생결단식 극한 대결로 날을 지새우니 말이다. 가뜩이나 역대 최악이란 오명이 붙은 현 20대 국회인데, 마지막 정기국회마저도 엉망으로 만들었다.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극심한 대립 속에 파행으로 막을 내린 것이다. 그런데도 서로 ‘네 탓’ 타령을 늘어놓고,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대치국면을 이어가니 탄식만 나온다.

여야 교섭단체 3당은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그제 밤늦도록 내년 예산안 관련 협상을 진행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당과 군소 4개 야당은 ‘4+1 협의체’가 마련한 수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통과시켰다. 법정시한(지난 2일)을 이미 넘긴 예산안조차 여야 합의 과정없이 비정상 처리로 얼룩지고 말았다. 게다가 이를 두고 한국당은 날치기라며 강력 반발하고, 여당인 민주당은 한국당의 지연전술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이다. 선거법 개정안과 검찰개혁법안 등의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정면충돌할 우려가 높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자체를 반대하고, 민주당은 그대로 밀어붙일 태세다. 예산안 처리 공방까지 맞물리며 일이 더 꼬인 모양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민주당이 패스트트랙 및 민생 법안 등을 처리하기 위해 소집한 12월 임시국회의 첫날인 어제 본회의를 취소한 것이다. 한국당과의 협상 여지를 남겨뒀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하지만 전망이 밝은 건 아니다. 민주당은 13일 이들 법안을 일괄 상정할 걸로 예측되고, 한국당도 국회 내 무기한 농성과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등으로 저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래서는 파국으로 치닫는 것과 다르지 않다. 언제까지 이런 후진적 국회의 모습을 봐야 하는지 답답한 노릇이다. 곧 2020년인데 우리 국회의 시계는 거꾸로 가는 거나 마찬가지다. 대화와 협상을 통한 타협이 없거나 이를 할 줄 모르는 국회, 민생 법안을 외면하는 국회는 존재가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