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은화의 미술여행] 위대한 예술가, 젠틸레스키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1-26 18:52:20
  •  |  본지 25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왜 위대한 여성미술가는 없었는가?’

젠틸레스키의 자화상.
1971년 미국 미술사가 린다 노클린이 발표한 글의 제목이다. 페미니즘 미술의 선구적 에세이로 평가받는 이 글은 여성이 예술로 성공하기 힘든 불평등한 사회 구조에 대한 폭로와 동시에 역사에서 잊혔던 여성 미술가들을 재발견하는 역할을 했다. 남성이 지배하는 서양미술사에 최초로 이름을 올린 여성 화가는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였다.

1593년 로마에서 태어난 젠틸레스키는 유명 화가였던 아버지 덕분에 화가가 될 수 있었다. 그는 성서나 신화 속 인물에 빗대 자기 발언을 한 당찬 여성이었다. 19세 때 그림 스승이던 아고스티노 타시에게 강간당한 후 그를 법정에 세웠을 뿐 아니라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를 그려 그의 범죄 사실을 널리 알렸다. 적장을 유인해 단칼에 처단하는 유디트의 얼굴은 자기로, 비참하게 죽임을 당한 적장의 얼굴은 타시로 대체해 영원한 복수를 했다.

이 자화상은 젠틸레스키가 40대 중반에 그린 것으로 ‘회화의 알레고리’라 불린다. 전통적 미술에서 남성은 늘 화가이자 주체이고 창조자 역할을 맡았던 반면 여성은 모델이자 객체로 영감을 주는 존재였다. 젠틸레스키는 이를 거부하고 자신을 창조자이자 창조물 그 자체로 묘사하고 있다. 커다란 캔버스 앞에 선 그는 화면 밖 대상을 응시하며 왼손에는 팔레트, 오른손에는 붓을 쥐고 있다. 초록색 드레스 상의의 팔 부분은 끈으로 묶어 마치 소매를 걷어붙이고 열정적으로 일하는 모습 같다. 뒤로 질끈 묶은 머리와 정돈되지 않은 옆머리, 미화하지 않은 얼굴, 살을 드러낸 힘 있는 팔뚝은 아름답고 매혹적인 여성 모습이 아니라 창작에 열중하는 프로 예술가 모습 그 자체다.

사실 그림 속 여성은 체사레 리파가 1593년 출간한 ‘이코놀로지아’에서 묘사한 회화의 우의적 모습을 참조한 것이다. 리파는 ‘회화는 검은 머리를 뒤로 묶고 마스크가 달린 금목걸이를 목에 두른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으로 손에 팔레트와 붓을 쥐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입은 천으로 가린 덮개를 하고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그림은 말이 없는 법이니까. 하지만 젠틸레스키는 이 부분 만큼은 따르지 않았다. 아마 예술도 여성도 발언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카라바조의 진정한 후계자’라는 평을 듣는 젠틸레스키는 최근 미투운동의 맥락 속에서 중요한 역사적 인물로 급부상 중이다. 그의 작품은 경매에 나올 때마다 최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13일 그의 초상화 한 점은 추정가의 6배인 62억 원에 낙찰돼 화제가 됐다. 지난해 그의 그림을 구매한 런던 국립미술관은 내년 4월 젠틸레스키 개인전을 연다. 400년 전 화가에 대한 전방위적 재평가 작업이 이제야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행동과 그림으로 남성 폭력에 맞서 싸웠던 그는 누구보다 용감하고 위대한 예술가였다.

미술평론가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시립무용단 예술감독에 이정윤
  2. 2내리 4선 의원 사라지나…여야, 임기 제한 본격 논의
  3. 3낡고 허름한 삶에도 찬란한 생의 순간 있다
  4. 4“다큐 제작 지원만으로 성장 한계…기획·개발 인큐베이팅 도입을”
  5. 5진삼가, 잘 아는 사람만 먹는 부산표 명품 홍삼…‘건강식품 한류’ 날갯짓
  6. 6국내 주요 투자사 부산 방문…지역 스타트업 투자·멘토링
  7. 7전호환 전 부산대 총장 ‘부울경 신공항’ 염원 담아 독도 요트 항해
  8. 8통합당 새 정강·정책 초안…기초·광역의원 통폐합 등 30여 개
  9. 9부산시장 보궐선거 267억 소요 전망
  10. 10올스타전 없는 팬투표…롯데, 8년 만에 ★ 싹쓸이?
  1. 1선관위 “박원순·오거돈 후임 선거비용 838억원소요”
  2. 2내리 4선 의원 사라지나…여야, 임기 제한 본격 논의
  3. 3부산시장 보궐선거 267억 소요 전망
  4. 4통합당 새 정강·정책 초안…기초·광역의원 통폐합 등 30여 개
  5. 5노영민 후임 양정철·유은혜 등 하마평…청와대 후속인사 주목
  6. 6문 대통령, 특별재난지역 추가 지정·재난지원금 상향 지시
  7. 7민주는 충북·경남, 통합은 전남행…‘수해 정치’는 양날의 검
  8. 8커지는 4차 추경 편성론
  9. 98개월 째 기약없는 신공항 결론…부산시는 플랜B 준비
  10. 10여야 부산시당, 시장 보선 여론전·정책대결 조기 점화
  1. 1진삼가, 잘 아는 사람만 먹는 부산표 명품 홍삼…‘건강식품 한류’ 날갯짓
  2. 2크린랲 아동·청소년 취약계층에 6억 상당 생필품 후원
  3. 3국내 주요 투자사 부산 방문…지역 스타트업 투자·멘토링
  4. 4금융·증시 동향
  5. 5폭우 땐 펌핑 브레이크 사용…전기차 주황색 배선 절대 손대선 안돼
  6. 6르노삼성자동차, 차박러들 매료시킬 ‘르노 텐트’ 출시
  7. 7주가지수- 2020년 8월 11일
  8. 8북항 홍보관 12일 개관…부산항 미래모습 한눈에
  9. 9폭우 그칠 줄 모르는데…부산시 재난기금 ‘바닥’
  10. 10외국인 귀환, 유동성 장세…코스피 2598P(역대 최고점)도 뚫나
  1. 1부산 코로나19 신규 확진 총 13명…부경보건고 관련 9명 확진
  2. 2 전국 흐리고 중부·충청·전북 폭우
  3. 3부산 오락가락 날씨…오전엔 폭염 오후엔 비
  4. 4부산서 9명 신규 확진…영진호 인니 선원 4명·확진자 접촉 5명
  5. 5경남 코로나19 확진자 ‘0’ 외지인 확진자 방문에 긴장
  6. 6김경수 지사, 대통령에 하동·합천 특별재난지역 지정 건의
  7. 7부산 정신병원서 다른 환자에게 폭행당한 환자 다음날 숨져
  8. 8전남 곡성 알루미늄 취급 공장서 화재...‘대응 1단계' 진화 중
  9. 9폭풍 지나가자 경남 폭염주의보 … 낮 최고 32도
  10. 10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 34명…지역발생 23명·해외유입 11명
  1. 1올스타전 없는 팬투표…롯데, 8년 만에 ★ 싹쓸이?
  2. 2반환점 맞이한 KLPGA, 불꽃 튀는 주도권 전쟁
  3. 3김광현, 코로나가 얄미워…선발 데뷔 일정 또 꼬이네
  4. 4워싱턴 셔저 연봉 211억…올 시즌 1위
  5. 5류현진, 말린스 상대 2승 도전
  6. 6재미교포 대니엘 강, LPGA 2주 연속 우승
  7. 7공수 조직력 붕괴…부산 다시 하위권 추락하나
  8. 82년 차 모리카와 PGA챔피언십 트로피…김시우 13위
  9. 9우천 취소 경기만 10번…진격의 거인 “비가 야속해”
  10. 10롯데, 홈 6연전 '유록스 응원 시리즈' 기획
우리은행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김두관·서병수 진심 인터뷰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울산 경남 당선인 역점 법안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세계유산은 희생 없이 절대 가질 수 없다
포구예찬
기고 [전체보기]
동천을 살릴 슬기로운 방법 /이용희
청바지에 관한 단상 /천윤욱
기자수첩 [전체보기]
해도 해도 너무 하는 베토벤 /권용휘
가덕신공항, 대통령이 결단할 때 /김해정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삼각 교수대와 황금 요강
누가 바람과 함께 사라질까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온고지신과 뉴트로
불교의식 음악과 춤 단상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부산형 뉴딜의 성공 조건 /이석주
담대한 도전 /정옥재
도청도설 [전체보기]
문화재도 물벼락
홍수와 소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이주의 시대와 문학
손편지의 위로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음식 관광 상품의 쓸모
기내식과 고추장
사설 [전체보기]
부산서 13명 지역감염…‘n차 전파’ 차단 총력을
공업용수마저 무산 해수담수화 시설 해법은 없나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청년 기본소득이 ‘가짜 기본소득’인 이유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이유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기후위기 그리고 그린 뉴딜
6·25전쟁, 끝내야 한다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명작이 된 습작
세계 최초의 추상화가
이홍 칼럼 [전체보기]
외국인 근로자 문제, 어떻게 해야 하나
경제 후폭풍이 몰려오고 있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공공기관 추가 이전, 희망고문 되나
불신의 벽 넘어야 할 행정수도 이전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더위에 지친 당신께 이 곡을
베토벤 ‘월광소나타’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과 여행
비처럼 와인처럼
특별기고 [전체보기]
‘도시국가’시대 市長의 역할 /정해문
‘코로나 19’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곽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신윤복의 ‘저잣길’
겸재의 신비한 그림 ‘사직송’
  • 2020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행복한 가족그림 공모전
  • 국제 어린이 경제 아카데미
  • 유콘서트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