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참가국 정상에게 전달할 기념품을 바꿔 논란이다. 더욱이 바뀐 기념품은 부산과 전혀 관련이 없는 상징물이어서 뒷말이 많다. 정상회의가 열리는 부산을 상징하는 선물이라는 기념품의 의미가 퇴색된다는 이유에서다. 바꾸는 과정도 석연치 않아 그 배경을 둘러싼 추측성 소문까지 나돈다고 한다.

당초 시는 오는 25~27일 부산에서 개최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정상에게 부산 시민의 종 모습을 본뜬 약 15㎝ 크기의 소형 종을 기념품으로 선물할 계획이었다. 부산 시민의 종은 1996년 시민의 기부금을 모아 제작됐다. 매년 제야에 지역의 각계 인사와 시민이 모여 타종식을 하며 부산의 발전과 번영을 염원하는 상징물이다. 그런 의미를 담아 각국 정상에게 선물하려고 시민의 종 모형을 특별 주문 제작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시는 갑자기 경주 ‘성덕대왕 신종(에밀레종)’으로 바꿨다. 이유는 좀 황당하다. 부산이 평화를 추구하는 신남방 정책의 허브 도시라는 의미를 담아 평화를 상징하는 성덕대왕 신종을 선물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변경 과정을 보면 절차상 문제도 있어 보인다. 시 국제관계대사의 자문 의견에 따라 바꿨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하지만 시는 앞서 지난 8월부터 부산디자인진흥원 부산국제교류재단 부산관광공사 아세안문화원 등의 실무 전문가들과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쳐 시민의 종을 선물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런 절차를 거친 결정이 국제관계대사의 자문 의견 한마디에 번복된 것이다.

무릇 모든 일이나 결정에는 거쳐야 하는 순서나 방법이 있는 것이다. 이런 절차를 지켜야만 정당성이 생긴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의도가 깔려 있어도 명분을 잃게 된다. 일은 그르치게 된다. 만약 불필요한 오해와 추측을 불러일으키면 논란은 더 커질 수 있다. 그런 만큼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선물 변경이 합당한지 여부를 논의하고 결정하는 게 옳다. 행사가 아무리 임박했다고 하더라도 지켜야 할 것은 지켜야 한다.